[기자수첩] 영덕군수는 법원이 뽑나?… 고개 숙인 영덕의 ‘삼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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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수직이 소송전 전유물인가
군민 자존심 짓밟은 ‘공천 진흙탕’

[영덕=위키트리]박병준 기자=서울남부지법의 가처분 기각으로 국민의힘 조주홍 영덕군수 후보의 공천권이 확정됐지만, 이번 사태는 영덕 정치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금권선거 의혹이라는 구태와 공천 결과에 불복하는 소송전이 판을 치는 사이, 영덕군수직은 지역 발전을 위한 '소임'이 아닌 뺏고 뺏기는 '전리품'으로 전락했다.
민선 8기의 선거법 위반 유죄 경력과 9기의 금권 의혹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군민들이 느끼는 것은 자부심이 아닌 참담한 자괴감뿐이다.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오만한 등식이 영덕을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이 '공천 잔혹사'가 멈출 것인가.
영덕군민들에게 '법원'과 '선거'는 이제 지긋지긋한 단어다.
지난 민선 8기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으며 군수직을 간신히 유지했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이다.
이번 경선 과정 역시 아름다운 승복은 없었다.
'금권선거 의혹'이라는 폭로가 터져 나왔고, 후보 간의 갈등은 결국 중앙의 법정까지 올라가 판결을 구걸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영덕의 미래를 논해야 할 소중한 시간이 후보들의 신분 보장을 위한 소송전으로 허비된 셈이다.
'공천=당선'이라는 독선이 낳은 괴물, 이 모든 난맥상의 뿌리에는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오만한 지역 정치 구도가 자리잡고 있다.
군민의 삶을 바꿀 공약보다는 중앙당과 공천권을 쥔 권력자에게 줄 서는 것이 우선시된다.
도덕성이나 자질에 흠결이 있어도 '우리 편'이면 일단 공천하고 본다는 식의 배짱 정치가 반복된다.
공천장 하나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 진짜 주인인 영덕군민은 철저히 관객으로 전락했다.
지난 12일 공천장을 받아 든 조주홍 후보나, 고배를 마신 김광열 후보 모두 기억해야 한다.
법원이 손을 들어준 것이 곧 군민의 신뢰를 얻은 것은 아니다.
영덕군수직은 누군가의 명예를 위한 전리품이 아니라, 인구 소멸 위기와 지역 경제 회생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진 봉사자의 자리다.
끊임없는 의혹 제기와 법정 다툼을 지켜보는 군민들의 시선은 이제 '피로'를 넘어 '분노'로 향하고 있다.
"누가 공천을 받았느냐"보다 "누가 영덕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 것인가"를 묻는 군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 영덕의 자존심을 법정 바닥에 팽개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