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대체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금반지에 숨은 '우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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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두 개가 충돌해야 생기는 물질… 그것이 당신 손가락에 있다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는 마구 찍어내면서도 금은 못 만드는 이유

AI툴로 만든 금 제품 사진.
AI툴로 만든 금 제품 사진.

금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17일 기준 금 한 돈(3.75g)은 82만 원이 넘는 값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100만 원을 넘겼다가 내려왔지만, 1년 전 저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60%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국제 금 시세도 높은 가격대를 유지 중이다.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긴다. 금은 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이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가 금융시장을 넘어 우주까지 간다. 금은 사실 지구에서 태어난 물질이 아니다. 우리가 반지에 끼고 목걸이로 달고 다니는 이 금속의 시작은 별의 충돌이었다. 알쏭달쏭한 금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알고 보면 '별'에서 왔다

금이 비싼 첫 번째 이유는 태생부터 희귀하기 때문이다. 수소와 헬륨은 빅뱅에서 만들어졌고, 탄소와 산소는 별 내부 핵융합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금은 급이 다르다. 금 같은 무거운 원소는 중성자별 충돌 같은 극단적인 우주 현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별 두 개가 우주에서 정면충돌해야 겨우 생기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2017년 인류는 중력파 관측으로 실제 중성자별 충돌 장면을 처음 확인했는데, 당시 금을 포함한 무거운 원소가 대량 생성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은 우주에서 온 물질이다. AI 툴로 만든 사진.
금은 우주에서 온 물질이다. AI 툴로 만든 사진.

그렇다면 금은 어떻게 지구까지 왔을까.

초기 지구는 거의 용암 덩어리에 가까웠다. 당시 금 대부분은 철과 함께 녹아 지구 중심부로 가라앉았다. 지금 우리가 광산에서 캐는 금은 그 뒤에 추가로 들어온 것들이다. 약 40억 년 전 소행성과 운석이 지구를 미친 듯이 두들겨 패던 ‘후기 운석 대충돌기(Late Heavy Bombardment)’ 시기에 우주에서 금이 대량 배송됐다. 백금과 이리듐 같은 귀금속들도 비슷한 경로로 왔다는 게 현재 유력한 설명이다.

결혼반지 하나에도 우주 역사가 들어 있다는 얘기다. 택배 기사는 소행성이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금은 지구에서 계속 새로 만들어지는 물질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금의 총량은 사실상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우주에서 또 소행성이 떨어지지 않는 한 공급이 갑자기 늘어날 일도 거의 없다.

우주에 '금 행성'이 있다고?

그렇다면 우주 어딘가에는 금 덩어리 천체도 있을까.

실제로 비슷한 후보가 있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16 프시케(16 Psyche)’다. 금속 함량이 매우 높은 대형 소행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철과 니켈, 금속 자원이 풍부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단순 계산으로 추정 가치가 10경 달러에 이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세계 GDP를 그냥 숫자놀이처럼 만들어버리는 규모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2023년 탐사선을 발사했고, 2029년 여름쯤 프시케에 도착해 표면 구성과 자기장, 중력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탐사가 끝나면 이 소행성이 실제 어떤 물질로 이뤄져 있는지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다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프시케는 순수 금속 덩어리라기보다 금속과 암석이 섞인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말 그대로 ‘순금 행성’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골드바 / 뉴스1
골드바 / 뉴스1

설령 금속이 잔뜩 들어 있다 해도 당장 금값이 폭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거리다. 우주에서 광물 캐 오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괜히 “천문학적 비용”이라는 표현이 나온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이상한 걱정도 나온다. 만약 누군가 프시케의 금속을 대량 채굴해 지구 시장에 풀면 금값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희소성이 사라지면 금융 시스템도 흔들릴 수 있다. 다이아몬드 공급량을 조절해온 드비어스처럼 우주 광물을 독점하려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일부 국가에서는 소행성 자원 채굴 권리를 인정하는 법적 움직임도 등장했다. 우주 채굴 스타트업들도 하나둘 생겨나는 중이다. 인간은 결국 우주에서도 광산을 찾고 있다.

인류가 캔 금이 4층 건물 하나?

금이 얼마나 희귀한지는 총량을 보면 더 실감 난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인류가 역사상 채굴한 금 총량은 약 21만6265톤이다. 숫자만 보면 엄청나게 많아 보인다. 그런데 이걸 전부 녹여 정육면체로 만들면 한 변 길이가 약 22m 정도밖에 안 된다. 대략 4층 건물 높이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전 세계에서 긁어모은 금이 고작 그 정도라는 뜻이다. 지구는 생각보다 금에 굉장히 짜다.

그 금이 어디에 있는지도 흥미롭다. 전체의 약 45%는 장신구 형태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금을 캐서 결국 귀걸이와 목걸이와 결혼반지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서울 시내 금은방에서 골드바가 진열되어 있다. / 뉴스1
서울 시내 금은방에서 골드바가 진열되어 있다. / 뉴스1

약 22%는 금괴와 금 ETF 같은 투자 자산이고, 중앙은행 보유분이 약 17%다. 나머지 15% 정도는 산업용으로 쓰인다. 금은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잘 녹슬지 않아 반도체와 의료기기에도 들어간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안에도 미량의 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신 주머니에도 이미 금이 있는 셈이다.

더 재미있는 건 금은 거의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처럼 녹슬지도 않고 부식에도 강하다. 역사상 채굴된 금 대부분이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황금 장식이 녹아 지금 누군가의 결혼반지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

금은 잘 안 죽는다.

반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광산에서는 흙과 암석 수톤이 뒤집힌다. 그렇게 몇천 년 동안 캐낸 결과물이 겨우 4층 건물 하나 크기다. 비쌀 수밖에 없다.

20~40년이면 금이 바닥난다고?

지금까지 캐낸 양도 적지만 앞으로 캐낼 수 있는 금은 더 제한적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현재 경제적으로 채굴 가능한 세계 금 매장량을 약 6만4000톤으로 추산한다. 세계금위원회 추정치는 약 5만4770톤이다. 기관마다 계산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2024년 기준 연간 금 생산량은 약 3661톤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현재 확인된 매장량은 수십 년치 수준이다. 물론 기술 발전과 금값 상승으로 지금은 수지가 안 맞는 광맥도 나중엔 개발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현재 채굴 속도가 유지되면 수십 년 안에 주요 매장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라별로 보면 호주가 세계 최대 미채굴 금 매장량 보유국으로 꼽힌다.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중국이 뒤를 잇는다.

서울 종로구의 귀금속 상점에 금 제품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서울 종로구의 귀금속 상점에 금 제품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때 세계 금 생산의 절대 강자였다. 1970년대에는 전 세계 금 생산량의 80% 가까이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금맥이 너무 깊어졌다. 계속 아래로 내려가야 하니 비용이 폭증한다. 인간은 점점 더 깊은 곳에서 마지막 금 조각을 긁어내고 있다.

2025년 세계 금 생산량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이 최대 생산국이고 러시아와 호주가 뒤를 잇는다. 다만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채굴 비용 상승과 신규 대형 광맥 부족 때문에 장기적으로 생산량이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피크 골드(peak gold)’ 시나리오도 나온다.

실제로 채굴 비용은 지난 10여 년 동안 크게 뛰었다. 더 깊이, 더 멀리, 더 위험한 곳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재활용이다. 금은 녹여서 다시 쓸 수 있다. 현재 연간 금 공급량의 상당 부분은 재활용에서 나온다. 금값이 오르면 집 안 장롱 속 금반지가 다시 시장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금을 실험실서 만들면 되지 않을

그렇다면 이런 생각도 가능하다. 그냥 금을 인공적으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닐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금 원자를 만들어낸 적이 있다. 중세 연금술사들의 꿈이 현대 과학으로 일부 실현된 셈이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금 1g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금값보다 훨씬 비싸다. 입자가속기를 돌리는 전기료만 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 기술로는 금을 만들수록 적자다.

물론 미래는 다를 수도 있다. 핵융합 에너지가 상용화되면 막대한 에너지 비용 문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 세계 각국과 민간 기업들이 핵융합 개발 경쟁에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에너지가 싸진다고 금 합성이 갑자기 쉬워지는 건 아니다. 원하는 동위원소만 골라내는 기술도 필요하고, 원자 몇 개 수준의 생산량을 산업 규모로 늘리는 것도 완전히 다른 문제다.

한마디로 아직은 SF 영화에 더 가깝다.

다이아몬드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분명하다. 다이아몬드는 탄소 배열만 바꾸면 된다. 그래서 실험실에서도 비교적 쉽게 만든다. 이미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반면 금은 원자핵 자체를 바꿔야 한다. 화학 반응이 아니라 핵반응이다. 난이도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금값은 아직 실험실 때문에 흔들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당장 금값을 밀어올리는 것들

우주적 희소성 말고도 현재 금값을 밀어올리는 현실적인 이유들이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중동 긴장 같은 변수들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불안할 때 사람들은 결국 금으로 몰린다. 인간은 수천 년째 위기 때마다 반짝이는 금속을 붙잡고 있다.

달러 약세 우려도 영향을 준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갈등 속에서 금을 달러 대체 자산으로 보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도 중요한 변수다. 중국과 터키, 폴란드 등 여러 나라 중앙은행은 최근 몇 년간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 이후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영향을 줬다. 이른바 ‘탈달러화’ 흐름이다.

개인 투자자들도 뛰어들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 ETF에 돈이 몰리고 있다. 시장 불안이 커질수록 금은 다시 주목받는다.

결국 금값이 비싼 이유는 단순하다. 지구에 있는 양은 한정돼 있으며, 새로 캐내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실험실에서 싸게 찍어낼 수도 없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금을 찾아 헤맸지만, 지금까지 모은 양은 결국 22m짜리 정육면체 하나 분량이다. 금값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희소성의 역사에 가깝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