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잃은 피해자들, 남겨진 영상들…‘PD수첩’ 마약 성범죄 실태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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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 의혹부터 440개 포렌식 파일 사건까지 집중 조명

김지현 씨(가명)는 23살 생일날 이후의 시간을 잃었다. 남자친구가 건넨 와인을 마신 뒤 기억은 통째로 끊겼고, 이후 남자친구 휴대전화에서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보이는 지현 씨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 파일 수백 개가 발견됐다. MBC ‘PD수첩’은 12일 방송에서 피해자의 기억을 지우고 삶을 무너뜨리는 마약 성범죄의 실체를 추적한다.

MBC ‘PD수첩’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MBC 제공
MBC ‘PD수첩’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MBC 제공

12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은 ‘마약과 성범죄, 누가 지현의 기억을 지웠나’ 편으로 꾸려진다. 버닝썬 게이트 이후 7년이 흘렀지만 성범죄에 악용되는 마약은 오히려 더 은밀하고 가까운 방식으로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SNS에서는 이른바 ‘강간 약물’로 불리는 GHB, 케타민, 졸피뎀 등 향정신성 약물을 판매한다는 채널들이 버젓이 운영되고 약물을 사용한 후기성 게시물까지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 둘러싼 의혹

방송은 먼저 서울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 A 씨를 둘러싼 잇따른 마약 성범죄 의혹을 들여다본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A 씨가 서울대 로스쿨 재학 시절 불상의 약물을 술에 탄 뒤 의식이 혼미해진 여학생을 숙박업소로 데려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피해 당사자는 어렵게 취재진과 연락이 닿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MBC ‘PD수첩’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MBC 제공
MBC ‘PD수첩’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MBC 제공

피해자는 평소 주량의 절반도 마시지 않았는데도 순식간에 의식이 끊겼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3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피해자는 온전히 기억하지 못한다. 해당 사건으로 A 씨는 서울대로부터 유기정학 3개월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졸업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고 현재 대형 세무법인에 재직 중이다.

취재 과정에서는 또 다른 사실도 드러났다. A 씨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숙취해소제에 졸피뎀 성분 약물을 희석한 뒤 20대 초반 여성에게 먹인 혐의가 적용됐다. 피해 여성은 A 씨가 낸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고 법원에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다.

MBC ‘PD수첩’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MBC 제공
MBC ‘PD수첩’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MBC 제공

440개 포렌식 파일, 그래도 남은 질문

‘PD수첩’은 김지현 씨(가명) 사건도 집중적으로 다룬다. 지현 씨의 아버지는 딸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6년째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장학금을 받고 미국 명문대에서 공부하던 지현 씨는 23살 생일날 남자친구가 건넨 와인을 마신 뒤 기억을 잃었다.

이후 남자친구 휴대전화에서는 440개의 포렌식 파일이 발견됐다. 영상 속 지현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보였고,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성행위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아버지는 딸의 피해 장면을 직접 확인해야 했고 동시에 이를 입증하기 위한 절차까지 홀로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수사는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동의하에 이뤄진 행위였다고 주장했고 수사기관은 이를 뒤집을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버지는 영상 감정을 요청했지만 성범죄 영상을 외부인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후 국회와 여론에 호소한 끝에 사건 발생 2년 만에야 전문가 감정이 이뤄졌다.

MBC ‘PD수첩’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MBC 제공
MBC ‘PD수첩’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MBC 제공

전문심리위원 감정서에는 지현 씨가 약물에 의한 중독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고,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이 담겼다. 그러나 검찰은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해당 약물을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딸을 살리기 위해 직접 포렌식 기술까지 공부했다는 아버지의 싸움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방송은 약물 성범죄가 더 이상 특정 공간이나 낯선 사람에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김중곤 교수가 약물 성범죄 판결문 41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가 모르는 사람인 경우보다 지인 관계에서 발생한 사례가 2배 이상 많았다는 내용도 소개된다. 술자리, 연인 관계, 친분이 있는 만남 속에서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MBC ‘PD수첩’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MBC 제공
MBC ‘PD수첩’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MBC 제공

‘PD수첩’은 이번 방송을 통해 마약 성범죄의 실태와 수사 과정의 한계를 함께 짚는다. 피해자의 기억이 사라진 상황에서 무엇이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 호소가 멈춰 서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MBC ‘PD수첩’ ‘마약과 성범죄, 누가 지현의 기억을 지웠나’ 편은 12일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