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가 50년 넘는 삶과 연기 인생에서 체득한 철학을 털어놨다. 거창한 말이 아니었다. 수십 년을 살면서 몸으로 부딪혀 얻어낸 것들이었다.

지난 2023년 유튜브 채널 'PDC'에서는 배우 김혜수와 송윤아가 제주도에서 나눈 대화가 공개됐다. 10년 가까운 우정을 이어온 두 사람은 연기, 인간관계, 그리고 버티는 법에 대해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1. 남을 흉보면 내가 먼저 지친다
김혜수는 이날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만의 원칙을 꺼냈다. 성인군자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는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면 뒷담화도 한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멈추게 됐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이 생기는 순간, 부정적인 에너지가 자신을 잠식하고 극도로 피곤해지기 때문이었다.

결국 남 욕은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을 먼저 소모시킨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김혜수는 "남 욕을 하는 건 결국 내 에너지만 낭비하는 것"이라며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를 들은 송윤아는 크게 공감하면서도 "이런 사람이 드물다, 그리고 얄밉기도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2. 약점 말고 강점에 집중하라
인간관계뿐만이 아니었다. 김혜수는 자신이 성장해온 방식에 대해서도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에너지를 약점 보완에 낭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에너지가 10이라면 약점을 다루는 데 쓰는 몫은 2를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강점을 갈고닦는 데 쏟는다.

약점을 무시하거나 핑계로 삼으라는 뜻이 아니었다. 약점은 인정하되, 그것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자책과 자기혐오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대신, 잘할 수 있는 것에 더 깊이 파고드는 방식. 그렇게 쌓인 것들이 결국 그를 지금의 자리까지 데려왔다.
3. 힘들어도 티 내지 마라
지금의 단단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김혜수는 자신의 30대를 "홀로 힘들었던 시절"로 기억했다. 충무로에서 그는 '안목 없는 영리한 배우'로 통했다고 했다. 16살에 연기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기초 없이 소비되다 보니, 어느 순간 대중에게 질려버린 존재가 됐다는 것이었다.

능력 있는 감독들은 그를 찾지 않았다. 신선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 배우. 들어오는 작품은 주로 로맨틱 코미디나 에로 영화였다. 흥행 주인공 자리는 있었지만,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평론가들의 혹독한 리뷰를 읽으면서 "나도 동의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동시에 억울했다. 그 억울함과 동의 사이에서 그는 오래 버텼다. 김혜수는 "본인만 안다. 내가 힘들었던 순간은 오직 나만 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잊을 수 없는 교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 시절 그를 버티게 해준 것 중 하나가 청룡영화제 진행이었다. 처음 진행을 맡은 건 20대 초반이었다. 배우로서 초대받지 못하는 자리였기에, 진행자로라도 그 현장에 있고 싶었다. 수상 소감을 듣는 순간마다 저 배우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을지를 생각했고, 그것이 자신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지금의 김혜수는 그 모든 시절을 웃으며 꺼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 과정을 미화하지 않았다. 김혜수는 "힘들다고 티 낼 필요는 없다. 속으로 삭히고, 이를 악물고,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움은 학교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남을 흉보지 않는 것, 약점보다 강점에 집중하는 것, 힘들어도 티 내지 않고 버티는 것. 50년 넘는 세월이 김혜수에게 가르쳐준 것들은 거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오래 남는 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