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에서 가족과 등산 중 홀로 산행에 나섰다가 실종된 초등학생이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대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6학년 A 군은 10일 정오쯤 주왕산국립공원 기암교 인근에서 가족에게 "조금만 올라갔다 오겠다"고 말한 뒤 주봉 방향으로 이동했으나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A 군이 돌아오지 않자 가족은 같은 날 오후 국립공원공단과 119에 신고했고, 경찰·소방·국립공원공단은 헬기와 드론, 구조견, 인력을 동원해 주봉 일대와 계곡, 탐방로 등을 수색해 왔다. 실종 당시 A 군은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아 위치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A 군은 실종 사흘째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실족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산악 사고의 골든타임, 24시간이 기준
경찰과 소방 구조대가 산악 사고에서 설정하는 1차 골든타임은 사고 발생 후 24시간이다. 실종자가 체온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는 심리적·물리적 한계선을 이 시간으로 본다.
72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구조 현장에서는 이를 생존 한계 시간으로 부르며, 이 시점을 넘기면 수색의 성격 자체가 구조에서 수습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생긴다.
골든타임을 결정하는 건 숫자가 아니라 변수
24시간이라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평균치다. 실제 생존 가능 시간은 환경 변수에 따라 극단적으로 짧아진다.
저체온증이 가장 치명적이다. 산은 평지보다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며, 비에 젖거나 해가 지면 한여름에도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골든타임이 3~6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여름철이라도 밤 산의 기온 급강하를 고려하면 24시간을 온전히 버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단순 조난이 아닌 실족 추락의 경우 상황은 더 급박하다. 추락으로 내출혈이나 골절이 동반되면 골든타임은 1~2시간 이내로 단축된다. 의식을 잃은 상태라면 구조 요청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발견 시점이 곧 생존을 결정한다.
구조 당국의 대응 순서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단계별로 자원을 투입한다. 초동 단계에서는 휴대폰 GPS 위치 추적, 기지국 신호 확인, 등산로 입구 CCTV 분석이 동시에 이뤄진다. 이후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헬기와 수색견, 드론이 투입되며, 특히 야간 수색에서 드론 활용 비중이 늘고 있다.
실종자의 연령, 지병 유무, 기상 상황에 따라 가용 인력 전체가 투입되는 시점이 앞당겨진다. 고령자나 지병이 있는 실종자의 경우 당국의 대응 속도가 더 빠르게 전환된다.
구조대원이 말하는 '살아남는 법'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멈추는 것이다. 구조대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S.T.O.P 원칙은 다음과 같다. 앉아서(Sit) 생각하고(Think), 주변을 관찰한 뒤(Observe), 계획을 세운다(Plan). 당황한 상태에서 무작정 아래로 내려가려다 계곡이나 절벽으로 이어지는 사고가 반복된다.
방향을 잡지 못했다면 능선으로 올라가는 것이 원칙이다. 계곡은 GPS 신호가 잡히지 않고 소리 전달도 약하다. 반면 능선은 구조대의 시야에 노출되기 쉽고 통신 상태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체온 유지는 생존 시간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배낭 속 여분의 옷을 모두 껴입고, 마른 낙엽이나 비닐을 활용해 지면의 냉기를 차단해야 한다. 목소리는 금방 쉬지만 호루라기 소리는 멀리 퍼진다. 밝은색 옷은 헬기나 드론 수색 시 발견 가능성을 높인다.
보조 배터리 하나, 밝은색 바람막이 하나만 배낭에 더해도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구조 당국이 확보해주는 24시간을 본인 스스로 48시간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