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칩보다 칼로리 낮다고…북미·유럽 마트 매대 싹쓸이한 '한국 전통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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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1억 달러 돌파

한국의 밥상에서 수십 년간 반찬으로 자리를 지켜온 김부각이 세계 무대로 나서고 있다.

김부각 자료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김부각 자료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찹쌀가루를 입혀 튀긴 전통 방식은 그대로지만, 재료와 조미의 범위는 훨씬 넓어졌다. 글루텐 프리 스낵을 찾는 북미 소비자, 식물성 식품을 선호하는 유럽의 비건층, 바삭한 식감에 열광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김부각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헬시플레저와 혼술 문화가 만들어낸 반전

밥반찬으로만 여겨지던 김부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0년대 들어서다.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곧 건강하면서도 즐거운 식품을 찾는 흐름이 젊은 층 사이에 퍼지면서 김부각은 새로운 주목을 받았다. 칼로리가 낮으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살아있고,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점이 건강 간식을 원하는 소비자들과 맞아떨어졌다.

2019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이 흐름은 더 빨라졌다.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족이 늘어나자 김부각은 프리미엄 안주로 떠올랐다. 품질 좋은 김에 찹쌀가루 죽을 얇고 고르게 발라 바삭함을 극대화한 제품이 등장했고, 깨·견과류·씨앗류에 각국 사람들이 즐기는 향신료와 바질을 첨가한 제품도 시장에 나왔다. 와사비맛, 불닭맛, 치즈맛 등 현지 입맛에 맞춘 조미 김부각도 잇따라 선보이며 제품군이 빠르게 넓어졌다.

틱톡과 유튜브가 먼저 알아봤다

김부각이 해외에서 주목받게 된 데는 SNS의 역할이 컸다.

김부각 자료사진 (AI로 제작)
김부각 자료사진 (AI로 제작)

유튜브와 틱톡에서 외국인 크리에이터들이 김부각을 먹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반응이 쌓였다. 한국식 먹방(Mukbang)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은 문화가 됐고, 이 흐름 속에서 김부각의 바삭한 식감은 ASMR 콘텐츠의 단골 소재로 떠올랐다. 한 입 베어물 때 나는 선명한 크런치 소리는 이팅 사운드를 즐기는 시청자들에게 최적의 자극이었다. '외국인도 반한 김부각 브랜드 바삭(VASAK)'처럼 외국인 소비자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도 등장하며 국내외 소비자 모두에게 알려졌다.

김부각이 속한 김 스낵 카테고리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는 것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 김 수출액은 11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7% 늘었다. 사상 첫 10억 달러 돌파다. 2024년에도 25.8% 급증하는 등 연속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수산식품 수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럽은 슈퍼푸드로, 북미는 글루텐 프리 스낵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김부각이 파고드는 틈새는 뚜렷하다. 밀가루 속 글루텐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위한 스낵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김부각은 애초에 글루텐 성분이 없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식품으로도 조건이 맞아떨어진다. 감자칩이나 나초 같은 기존 스낵과 비교해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는 점도 서구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요소다.

실제로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유럽 지역 김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고, 네덜란드와 독일 등에서는 김을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슈퍼푸드로 주목하며 비건 시장의 품목으로 취급하고 있다. 동원F&B는 '양반 김부각'으로 독일·영국·프랑스에 수출해왔으며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권으로 대상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대상은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O'food)를 앞세워 비건·글루텐 프리 인증을 받은 스틱형 김자반을 출시했고, 와사비 시즈닝을 가미한 김부각 제품으로 해조류 스낵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호주 등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중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 스낵은 미국 내 김 스낵 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며 현지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현지 브랜드 '마마수카'로 현지 김 스낵 시장 점유율 4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재료를 넓혀야 시장이 열린다

김부각의 경쟁력은 재료의 확장성에 있다. 전통적인 김부각은 김에 찹쌀풀을 발라 튀긴 것이지만, 여기에 깨·견과류·씨앗류를 얹고 각국의 향신료와 바질을 더하면 전혀 다른 제품이 탄생한다. 바삭함은 유지하되 맛과 향은 현지화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통하는 이유는 서양인들이 크런치(crunchy) 식감을 즐기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이다. 과자 코너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대부분 바삭한 것들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양한 맛의 김부각들  / 4kclips-shutterstock.com
다양한 맛의 김부각들 / 4kclips-shutterstock.com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접목하는 방식은 다른 K-푸드 품목에서도 검증됐다. 라면, 만두, 떡볶이가 각각의 방식으로 세계 시장에 자리를 잡았듯, 김부각도 전통 제조 방식을 유지하면서 재료와 맛을 현지에 맞게 바꾸는 전략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도 이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의 조미김 관세 면제가 유지됐고, 해양수산부는 김 원물을 가공식품으로 전환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수출 호조의 역설도 있다. 김 수출이 늘면서 국내 마른김 가격이 오르고 있다. 2026년 1월 기준 마른김(중품) 평균 소매가격은 10장당 1515원으로, 순별 평균 소매가격이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어섰다. 세계 시장에서 팔리는 속도가 국내 공급을 앞서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구조적 수요 증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밥반찬으로 시작한 김부각이 글로벌 스낵으로 자리를 굳혀가는 속도는 그만큼 빠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