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종횡무진 누비는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장 대표 등 당 지도부는 12일 오전 충남 천안에서 열리는 충남도당 당직자 회의 및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다. 오후에는 대구로 넘어가 경북도당 필승대회에 참석한다.
이번 일정은 단발성이 아니다. 장 대표는 지난 10일 부산과 대구, 11일 울산에 이어 3일 연속 영남권을 훑는 중이다. 앞서 2일과 3일에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연달아 모습을 드러냈고, 6일에는 경기 수원에서 경기도당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했다. 9일에는 충북 옥천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은 뒤 전상인 국민의힘 옥천군수 후보와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잇따라 참석했다. 10일에는 박민식 국민의힘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와 이진숙 국민의힘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의 개소식을 연달아 찾았고, 전날에는 울산 남구에서 열린 울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및 공천장 수여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행보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장 대표는 지난달 22일 강원도 양양군을 방문했을 때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로부터 거취 결단 요구를 받은 이후 외부 일정을 자제해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동혁 기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방미 논란이 이어지며 장 대표를 지역 행사에 초청하지 않거나 선대위원장으로 합류시키지 않는 등 '장동혁 배제'가 검토되기도 했다.
기류가 바뀐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이 기폭제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 가능성을 열어놓은 조작기소 특검법을 추진하면서 보수층 결집이 가속화됐다는 게 보수우파 진영의 시각이다. 계엄과 탄핵, 당 내분으로 인해 '국민의힘은 꼴도 보기 싫다'고 했던 보수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 추진을 계기로 지지 명분을 얻은 것 같다는 말이 국민의힘에서 나온다.
실제로 판세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선거전 초반 16개 광역단체장 중 15개를 민주당이 휩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이달 들어 여야 후보 간 격차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영남권 일부 지역에서는 양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장 대표는 이런 흐름을 보수 결집의 기회로 보고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며 '정권심판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7일)를 열고 조작기소 특검 법안을 규탄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며 보수 지지층 결집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야당 후보군이 확정돼 보수 결집이 이뤄지고 있고, 민주당이 공소취소 특검법을 추진하는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공천 과정에서의 컷오프 문제와 방미 관련 장 대표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소재로 한 내부 갈등도 수면 아래로 내려간 모습이다. 당내에서도 계엄·탄핵·대선 패배 직후 지방선거 참패는 '정해진 수순'이니 장동혁 체제 역시 무너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었다. 그러나 보수 결집 분위기와 함께 당권 사수 가능성이 열리면서 장 대표의 행보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당권파 내에선 지방선거에서 영남권 선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권파 일각에서는 부산·경남·울산은 물론 강원까지 승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을 지켜내면 장 대표 체제를 재신임 투표로 이어갈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현재 장 대표의 선거 지원 행보는 당 행사 위주의 일정에 국한돼 있다. 유권자들과 직접 마주하는 현장 행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남권 중심의 움직임이 수도권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여권이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하면서 '반특검' 공세를 지속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중도 확장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장 대표 대신 따로 선대위원장을 두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고, 각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독자 선대위를 꾸리면서 지도부와 거리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장 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대위는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는 15일 전까지 공식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