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광주의 5월이 통곡과 슬픔의 굴레를 벗고 일상의 민주주의를 만끽하는 ‘대축제’로의 거대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1980년 피 흘리며 쓰러져간 오월 영령들이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끝없는 눈물이 아니라, 그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평범한 일상을 후대들이 찬란하게 누리는 것이라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묵직한 선언이 나왔다.
11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강기정 시장은 이날 시청 대회의실에서 ‘오월, 일상의 민주주의로!’라는 주제로 5월 정례조회를 열고 5·18민주화운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2030년 50주년을 향한 대담한 미래 구상을 공직자들과 공유했다. 이 자리에는 400여 명의 시청 직원들이 참석해 민선 8기 오월의 성과를 되짚고 앞으로 남은 굵직한 과제들을 점검했다.
이날 강 시장 연설의 핵심 관통어는 ‘나-들의 오월’과 ‘정확한 애도’였다. 그동안 5·18이 겪은 아픔을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만의 전유물인 ‘누군가의 오월’로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광주 시민을 넘어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모두의 오월’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강 시장은 지난 민선 8기 동안 광주가 이를 증명해 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5·18을 모두의 축제로 만들어온 긍정적 변화의 증거로 ▲도심을 환하게 밝힌 내란에 맞선 빛의 혁명 ▲‘5·18은 누구의 것입니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던 광주 청년 시의원들의 5분 발언 ▲전 세계의 이목을 광주로 집중시킨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모든 시민이 혜택을 누린 5월 18일 대중교통 요금 전면 무료화 ▲동네 빵집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한 오월 주먹빵 나눔 세일 등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강 시장은 “비록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기 위한 국민투표가 무산되는 뼈아픈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난 시간은 광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굳건히 이끌고 세계 무대 속에 빛나게 등장한 벅찬 시간이었다”고 평가하며, “이 모든 긍정적인 일들은 깨어 있는 시민들과 시의회, 그리고 우리 공직자들이 오월을 일상의 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투쟁해 온 값진 결과물”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 광주의 상징인 민주광장에서 기념식이 다시 열리게 되고 5·18구묘지를 민주공원으로 조성하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오월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강 시장은 이날 광주가 짊어지고 가야 할 ‘남은 4대 숙제’를 명확히 제시했다. ▲여전히 안갯속인 5·18 행방불명자 찾기와 최초 발포 명령자 규명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임을 명시할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옛 전남도청 운영기관의 일원화 ▲5·18 관련자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 등이다.
특히 강 시장은 공간적 일원화 문제에 대해 강한 어조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아시아문화전당이 세워진 근원적 뿌리는 바로 피 묻은 옛 전남도청이고, 그 정신은 5·18 그 자체다. 그런데 두 공간의 운영기관을 기계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오월의 숭고한 가치를 축소하는 일이자 아시아문화전당의 존립 근거마저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옛 전남도청 운영기관 정상화를 위해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강기정 시장은 연설을 마무리하며 "오월 영령들 앞에 우리가 바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애도'는 내내 울고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딛고 일어선 일상의 민주주의 대축제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향후 출범할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5·18의 남은 숙제들을 완벽하게 털어내고, 2030년 50주년에는 진정한 오월 민주주의 대축제를 열어 '가장 정확한 애도'를 실천하리라 확신한다. 아직 채우지 못한 '나-들의 오월'의 빈 캔버스를 공직자 여러분이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채워달라"고 당부하며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