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출시됐는데…러시아 마트 매대 싹쓸이 하며 2000억 돌파한 '한국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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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러시아 법인, 신공장 건설에도 꾸준히 투자

러시아 시장에서 초코파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오리온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마트에 비치된 과자들  / 연합뉴스
마트에 비치된 과자들 / 연합뉴스

매출 증가와 함께 러시아 현지 법인이 국내 본사로 보내는 기술 및 상표권 사용료 규모도 처음으로 100억 원을 넘어섰다. 오리온 러시아 법인은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신공장 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공급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열티 수입 첫 100억 돌파... 매출 4년 만에 4배 급성장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의 러시아 현지 법인인 ‘오리온인터내셔널유로’는 지난해 국내 본사와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에 기술 및 상표권 로열티로 총 5억 8,866만 루블을 지급했다. 우리 돈으로 약 114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전년 대비 53% 늘어난 수치로, 러시아 법인이 본사에 보내는 로열티가 100억 원을 넘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2억 루블대에 머물렀던 로열티 규모는 2024년 3억 루블대로 올라섰고, 지난해 6억 루블에 육박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러시아 법인이 지난해 제품 판매를 위해 지출한 전체 판매관리비 중 로열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상회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통상 로열티는 매출에 비례해 산정한다. 오리온 러시아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3,39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444억 원을 기록하며 27.2% 늘었다. 2020년 당시 890억 원 수준이었던 연 매출은 2022년 2000억 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3000억 원 고지를 밟았다. 불과 4년 만에 매출 규모가 4배로 불어난 셈이다.

1974년 탄생한 초코파이... 한국인의 '정(情)'이 러시아의 '차(茶)' 문화를 만나다

러시아에서의 이러한 성공은 초코파이라는 단일 품목의 독보적인 위상 덕분이다. 초코파이는 지난해 러시아 현지에서만 매출 2000억 원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다. 1993년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처음 러시아 땅을 밟은 이후, 수출 30주년을 앞둔 2022년 1000억 원 매출을 기록했고, 그로부터 단 3년 만에 다시 두 배의 성장을 이뤄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오리온 ‘초코파이’가 진열돼 있다. /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오리온 ‘초코파이’가 진열돼 있다. / 연합뉴스

초코파이는 1974년 한국에서 처음 출시됐다. 당시 오리온 연구원이 미국 출장 중 초콜릿을 입힌 비스킷을 맛본 뒤 2년여의 개발을 거쳐 완성한 제품이다. 한국인들에게 초코파이는 단순히 과자를 넘어 ‘정(情)’이라는 고유한 정서를 상징한다. 군 복무 중인 장병들에게는 가장 먹고 싶은 간식으로,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의 사랑으로 기억되며 50년 넘게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이러한 한국의 초코파이가 러시아에서 성공한 배경에는 현지의 독특한 식문화가 있다. 러시아인들은 추운 날씨 탓에 설탕을 듬뿍 넣은 뜨거운 차를 즐겨 마신다. 이때 곁들여 먹는 달콤한 간식인 ‘스비테니’ 문화에 초코파이의 부드러운 마시멜로와 초콜릿 맛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러시아인들은 초코파이를 차와 함께 먹는 고급 디저트로 인식하며, 명절이나 방문 선물로도 자주 활용한다. 한국의 '정' 문화가 러시아의 '차' 문화와 접점을 찾으며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공장 가동률 140%... 제품군 확대로 현지 공략 가속

현재 오리온 러시아 법인은 트베리시와 노보시비르스크시에 총 2개의 공장을 돌리고 있다. 물량이 달릴 정도로 인기가 높아 지난해 전체 공장 가동률은 120%를 상회했다. 특히 초코파이 전용 생산 라인의 가동률은 140%에 육박한다. 공장을 쉼 없이 가동해도 현지 시장의 수요를 모두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품목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해 약 160억 원의 설비 투자를 진행해 ‘붕고(참붕어빵)’와 ‘후레쉬파이(후레쉬베리)’ 전용 라인을 새로 구축했다. 또한 한국의 초코송이인 ‘초코보이’를 오리지널 외에도 망고, 블랙커런트 등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맛 5종으로 늘렸다.

그 결과 초코보이 매출은 전년 대비 27% 늘었고, 새로 출시한 젤리 제품인 ‘젤리보이(알맹이)’ 시리즈는 58%라는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러시아 법인이 판매하는 전체 제품 수는 2020년 17개에서 지난해 41개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며 포트폴리오가 한층 탄탄해졌다.

2400억 대규모 투자... 2027년 제2공장 완공 시 7500억 규모 생산능력 확보

오리온 러시아 법인은 폭증하는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대규모 시설 확장을 추진 중이다. 2027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트베리에 제2공장동을 짓고 있다. 투자 금액만 총 2,4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파이뿐만 아니라 비스킷, 스낵, 젤리 등 여러 생산 라인을 함께 증설할 계획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초코파이.  /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초코파이. / 연합뉴스

신규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 오리온 러시아 법인의 연간 생산능력은 7,500억 원 규모로 대폭 확대된다. 이는 현재 매출의 두 배 이상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공장 규모가 커지면서 현지 고용도 크게 늘고 있다. 러시아 법인 직원 수는 2022년 428명에서 지난해 772명으로 늘었으며, 제2공장이 완성되면 1000명 체제를 넘길 전망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지에서 제품이 큰 인기를 얻으며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재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생산능력 확대와 더불어 판매 채널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초코파이로 시작된 러시아 내 '오리온 신화'는 이제 종합 식품 기업으로서의 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