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서에 소나무 17만 그루를 심었습니다"… 광주시 남구, 탄소 다이어트 '대성공'

작성일

지역 자치구 최초 '온실가스 감축인지 결산서' 도입… 1년간 1,143톤 줄이며 목표치 91.9% 달성 쾌거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기후 위기가 전 지구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행정의 최일선에서부터 ‘탄소 다이어트’를 실천해 온 광주 남구의 혁신적인 실험이 값진 결실을 맺었다. 단순히 구호를 외치는 환경 보호를 넘어, 숫자로 증명되는 '저탄소 재정 운영'의 성공적인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시 남구청 직원들이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서를 확인하고 있다. / 광주시 남구
광주시 남구청 직원들이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서를 확인하고 있다. / 광주시 남구

광주광역시 남구는 지역 자치구 중 최초로 선도 도입한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의 1년간 운영 성과를 담은 2025년도 결산서를 최근 작성·완료했다고 8일 밝혔다. 그 결과, 남구는 한 해 동안 무려 1,143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하는 초기 단계부터 구청 각 부서의 사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분석하고, 이를 온실가스 감축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수치화하여 관리하는 선진적인 재정 제도다. 예산이 곧 환경 보호의 척도가 되는 셈이다.

앞서 남구는 지난해 5월부터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해 행정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구청 내 각 부서가 추진하는 온실가스 관련 86개 사업을 전수조사했으며, 이 중 온실가스 증감량을 명확한 수치로 정량화할 수 있는 41개 핵심 사업의 결산 결과를 도출해 냈다. 남구는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결산 내역을 구청 누리집(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했다.

이번 결산서의 성적표는 놀랍다. 남구가 1년간 감축한 온실가스 1,143톤은 당초 설정했던 감축 목표치의 91.9%에 달하는 높은 달성률이다. 이 수치가 일상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표준 탄소흡수량 지표를 대입해 보면 더욱 와닿는다. 1,143톤의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수령 30년 된 건강한 소나무 17만 3,736그루를 심어야 한다. 남구는 물리적인 숲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예산'이라는 행정 도구를 통해 도심 속에 거대한 '보이지 않는 숲'을 일궈낸 것이다.

부서별 릴레이 감축 성과도 눈에 띈다. 가장 큰 활약을 펼친 곳은 단연 탄소중립과다. 관내 일반 주택과 상업용 건물, 공공기관 등에 태양광 및 태양열 발전 시설을 집중적으로 보급하는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지원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연간 830톤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핵심 고리 역할을 했다. 여기에 에너지 효율이 1등급인 친환경 보일러를 일반 가정에 보급하는 사업을 더해 86톤의 탄소 배출량을 추가로 덜어냈다.

다른 부서들의 동참도 빛났다. 환경관리과는 생활 쓰레기의 주범인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화 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온실가스 22톤을 감량했고, 공원녹지과는 구민들의 생활권 주변 유휴 공간을 찾아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생태숲'을 조성하며 7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성과를 보탰다.

무엇보다 이번 남구의 결산서가 지니는 진정한 의미는 단순한 '감축량 통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구는 결산서 내에 각 부서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자체 평가를 담도록 했고, 향후 개선 방안을 묻는 종합 의견란을 신설했다. 이는 공무원들이 수동적으로 지시를 따르는 것을 넘어, 스스로 부서 업무 특성에 맞는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고민하고 발굴하는 '자발적 친환경 행정 DNA'를 심어주기 위한 포석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지방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예산의 개념으로 철저히 관리하고 그 실적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 것은 매우 선도적이고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며, "앞으로도 매년 감축인지 예산 결산서를 정례화하여 탄소 배출 관리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기후 위기 대응은 선택을 넘어선 생존의 필수 과제이며, 행정기관이 먼저 뼈를 깎는 책임감으로 탄소 배출을 통제하겠다는 남구의 실천적 선언이 전국 단위로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