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대규모 감편과 무급휴직에 나서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들은 최근 두 달 사이 국제선 운항을 왕복 기준 약 900편 줄였다. 일부 항공사의 다음 달 운항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감편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5~6월 국제선 운항의 약 4%에 해당하는 왕복 187편을 감축했다. 인천발 푸꾸옥·다낭·방콕·싱가포르 노선은 주 7회에서 주 3~4회 수준으로 줄였고, 하노이 노선도 감편에 들어간다. 비엔티안 노선은 두 달간 운항을 중단했다. 아울러 국제선 축소 여파로 객실 승무원 대상 무급휴직도 시행하기로 했다.
다른 항공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진에어는 괌·푸꾸옥 등 노선을 중심으로 왕복 176편을 줄였고, 에어부산은 다낭·방콕·세부·괌 등 노선에서 왕복 212편 감편에 나섰다.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 등도 동남아 중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축소를 이어가고 있다.
급등한 유류비 부담으로 인해 항공사들이 동남아 노선을 집중적으로 줄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거리 이상 노선은 유류할증료 부담이 커 여행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반면 일본처럼 가까운 단거리 노선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항공유 가격은 이전보다 약 2.5배 급등했다. 유류 할증료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지난 3월 중순부터 한 달간 갤런당 평균 511.21센트(배럴당 214.71달러)를 기록했다. 불과 두 달 전보다 150.1% 폭등한 수치다.
이에 항공업계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에어로케이는 무급휴직을 시행했고, 진에어는 직원 안전격려금 지급을 연기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도 비용 절감 중심의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다만 재무 여력이 취약한 저비용 항공사는 대형 항공사보다 유가 급등에 더 타격이 크다. 티웨이항공은 2년 연속 적자가 누적돼 있으며,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400%가 넘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132%에 달한 상태다. 해외에서도 최근 미국 스피릿항공이 경영난 악화로 창립 34년 만에 전격 폐업했다.
한편 유류할증료가 지난달 대비 최대 3배까지 오르면서 장거리 노선 승객 부담도 급증한 모습이다.
지난 9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항공료 소비자물가지수는 138.82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가구에서 일상소비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다.
2020년의 가격을 100으로 삼은 지수로, 기준 시점 대비 현재 국제 항공료가 38.82% 올랐다는 의미다. 지난해 같은 기관과 비교하면 15.9% 올랐다.
이 같은 인상률은 2022년 코로나19 이후 항공 길이 다시 열리던 시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장거리 노선을 이용할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항공료 인상률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인천에서 뉴욕 등 미국 동부를 방문할 경우 유류할증료로 왕복 60만6000원(대한항공 기준)을 지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