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MZ들이 오픈런하며 난리 났다는 ‘이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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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공급난에 식품업계 '비상'

진한 보랏빛으로 음료와 디저트를 물들이는 '우베(Ube)'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이 트렌드는 미국과 영국의 글로벌 시장을 강타한 데 이어, 최근 국내 디저트 업계까지 빠르게 점령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모습이다.

우베 자료사진 / kariphoto-shutterstock.com
우베 자료사진 / kariphoto-shutterstock.com

출시 4일 만에 5만 개 판매… 유통가 강타한 보랏빛 돌풍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연세유업이 선보인 '연세우유 우베 생크림빵'이 출시 단 4일 만에 5만 개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필리핀산 우베 파우더를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유업 관계자는 시장의 반응이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며, 우베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베는 흔히 '보라색 참마(Purple Yam)'로 불리는 뿌리 채소다. 외형은 자색고구마와 비슷하지만, 필리핀이 주산지이며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지에서 주로 재배된다. 바닐라를 닮은 부드러운 향에 은은하고 강한 단맛을 지니고 있어 우유와 섞어 라떼로 마시거나 치즈, 생크림과 함께 빵의 재료로 활용하기 적합하다.

특히 적은 양으로도 강렬한 보랏빛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인증샷'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식물성 원료인 우베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만성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건강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

미국 스타벅스부터 국내 편의점까지… 글로벌 트렌드로 정착

업계에서는 우베가 색감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과거 열풍을 일으켰던 '말차'의 뒤를 잇는 핵심 원재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우베는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먼저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2020년 미국 트레이더조가 아이스크림과 팬케이크 믹스를 출시하며 대중화의 물꼬를 텄고, 이후 스타벅스가 미국 일부 리저브 매장을 거쳐 올해 3월 '우베 코코넛 마끼아또'를 정식 메뉴로 내놓으며 트렌드에 쐐기를 박았다.

'연세우유 우베 생크림빵'. 연세유업 제공
'연세우유 우베 생크림빵'. 연세유업 제공

영국의 코스타 커피 역시 우베 핫초코 등을 선보였으며, 일본 편의점 업계도 우베 디저트를 잇달아 출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 시장 역시 지난달부터 우베 관련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우베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일부 매장에서 한정 판매하다가 열흘 만에 전국 매장으로 전격 확대했다. 파리바게뜨는 생크림빵과 라떼를, 노티드는 도넛 2종과 음료 4종을 출시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투썸플레이스와 폴 바셋, 팀홀튼 역시 우베를 활용한 신메뉴를 선보였으며, 빽다방도 이달 중순 음료 5종 출시를 앞두고 있다.

9개월 걸리는 재배 기간… 공급망 확보가 관건

전 세계적인 수요 폭증은 필리핀 현지의 수급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 무역산업부(DTI)에 따르면 지난해 우베 수출 규모는 170만kg으로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절반가량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캐나다, 호주, 유럽 국가들의 수요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우베의 까다로운 재배 조건이다. 우베는 수확까지 최소 9개월이 걸리며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최근 2년간 작황 부진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필리핀 농가들이 긴 재배 기간 때문에 생산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필리핀이 베트남산 우베를 역수입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는 실정이다.

국내 외식 업체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는 라떼용 농축액이나 빵용 파우더 수급에 큰 차질은 없으나, 시장이 급변할 경우를 대비해 수입선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노티드 관계자는 일시적인 수급 변동이 있었으나 현재는 안정적이라고 밝혔으며, 투썸플레이스 측도 제품 운영에 차질이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글로벌 수요 확대 흐름을 면밀히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베 열풍은 단순히 보라색 유행을 넘어 국내 디저트 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최근 디저트 시장은 단순히 '단맛'을 파는 단계를 지나 시각적 강렬함과 원재료의 독특한 서사를 파는 단계로 진화했다.

우베 디저트 자료사진 / Klemenceau-shutterstock.com
우베 디저트 자료사진 / Klemenceau-shutterstock.com

1. 시각 중심의 '컬러 테라피' 소비

과거 디저트가 미각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겼을 때 얼마나 매력적인지가 구매의 최우선 조건이다. 우베의 진한 보랏빛은 별도의 인공색소 없이도 화려한 색감을 연출한다. 이는 초록색의 말차, 분홍색의 딸기, 주황색의 황치즈에 이어 보라색이라는 새로운 컬러 카테고리를 완성하며 소비자들에게 시각적 만족감을 제공한다. 최근 팀홀튼이 내세운 '컬러 테라피' 콘셉트 역시 이러한 맥락이다.

2. '헬시 플레저'와 식물성 원료의 결합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는 디저트의 원재료 자체를 바꾸고 있다. 우베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뿌리 채소'라는 점이다. 가공된 설탕 덩어리라는 디저트의 부정적 이미지를 식물성 원료와 항산화 성분이라는 키워드로 상쇄시킨다. 소비자들은 보라색 크림빵을 먹으면서도 그것이 우베라는 자연 원료에서 왔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덜어낸다.

3. 편의점 발(發) '빵케팅'의 진화

연세우유 생크림빵 시리즈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 현재 국내 디저트 유행의 발원지는 편의점이다. 편의점에서 검증된 원료가 프랜차이즈 카페와 베이커리로 번지는 구조가 정착됐다. 우베 역시 편의점의 '헝거 마케팅(공급을 제한해 수요를 늘리는 방식)'과 결합하며 초기 인지도를 확보했다. 말차나 피스타치오처럼 우베 역시 한 시즌의 유행을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4. '두바이 초콜릿'과는 다른 중장기 트렌드 가능성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열풍과는 결이 다르다고 분석한다. 두바이 쿠키가 특정 제품의 식감에 집중된 단기 유행이었다면, 우베는 말차처럼 다양한 카테고리(음료, 베이커리, 빙과류 등)로 확장이 가능한 '원재료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대중적인 호불호가 적어 말차처럼 시장에 안착할 확률이 높다는 평가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