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의 죽음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사망하기 전 최소 12시간 동안 극심한 고통 속에 방치됐다는 법의학자의 증언이 재주목받으면서다.

마라도나는 2020년 11월, 뇌 경막하 혈종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부에노스아이레스주 티그레 자택에서 요양하던 중 심부전과 급성 폐부종으로 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의료진의 중대한 과실 정황이 드러났고, 당시 치료를 담당했던 주치의 레오폴도 루케와 정신과 의사 아구스티나 코사초프 등 7명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작년 5월 시작된 1차 재판은 담당 판사였던 훌리에타 마킨타시가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신성한 정의'에 비밀리에 출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단됐다.
결국 마킨타시 판사는 같은 해 11월 해임됐고 올해 4월 새롭게 꾸려진 법정에서 두 번째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은 약 3개월간 이어질 예정이며 마라도나의 딸들도 법정에 참석했다.
법정에는 마라도나가 사망 직전 입에 튜브를 달고 복부가 부풀어 오른 사진도 공개됐다. 야간 간호사 역시 "경고 신호가 있었지만 의료진이 마라도나를 깨우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자택에는 제세동기조차 구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검찰이 의뢰한 의료 전문가 위원회는 "마라도나가 적절한 의료 시설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 확률이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난 8일 프랑스 매체 '르퀴프'에 따르면 법의학자 마우리시오 카시넬리는 마라도나 신체 곳곳에 남은 이상 징후들에 대해 진술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마라도나의 심장이 "평소보다 약 2배나 무거웠다"며 "그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 부종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몸에는 4.5L의 체액이 쌓여 있었다"며 "복부에만 3L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하루 이틀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며, 적어도 10일 전부터 체액이 축적돼 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이다.
카시넬리는 이러한 상태들이 급작스러운 죽음이 아닌 장시간에 걸쳐 쌓인 고통의 결과라고 지적하며, "정확한 시간을 단정 지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당시 우리는 고인이 12시간 정도 사투를 벌였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시신 분석에 함께 참여한 또 다른 법의학자 페데리코 코라사니티 역시 심장에 남은 혈전과 전신 부종 소견을 근거로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반면 피고인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마라도나 주치의 레오폴도 루케 측 변호인 바딤 미샨추크는 "마라도나가 사망을 피할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심부전에 따른 사망은 예측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피고인들에게는 최소 8년에서 최대 2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재판에는 약 100명의 증인이 출석할 예정이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뒤 나폴리에서도 세리에A 우승을 두 차례 주도하며 세계 축구사에 불멸의 이름을 남긴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