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잊은 건 아니겠지?”…어제 백상 눈물바다로 만든 역대급 '특별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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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린 후배들, 故 안성기의 목소리에 담긴 예술의 길
어버이날 빈 의자에 담은 추모, 백상이 전한 예술인들의 유산

지난 8일 밤 제62회 백상예술대상이 열린 코엑스 D홀은 한순간 침묵에 잠겼다. 故 안성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순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수백 명의 후배들이 눈물을 흘렸다.

제62회 백상예술대상 2부 공연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배우 임수정 / 유튜브 '백상예술대상'
제62회 백상예술대상 2부 공연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배우 임수정 / 유튜브 '백상예술대상'

2부 무대에 앞서 진행자 수지는 차분한 목소리로 의미를 전했다. "대중 문화의 어버이들이 계셨다. 묵묵히 등을 밀어주셨던 분들, 그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는 조금은 덜 두려운 마음으로 예술이라는 험난한 길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아름다웠던 한 시대의 계절이 저무는 풍경을 시린 가슴으로 배웅해야만 했다. 그들이 남겨준 예술이 끝난 건 아니다. '백상'은 크게 외치고 싶다. 뼈에 새겨주신 예술의 길을 생각하고 느끼고 곱씹으며 후대로 더 후대로 영원까지 이어나갈 것이라고"라고 했다.

이후 텅 빈 무대 위에 의자 하나가 놓였고 기타리스트 이병우 음악감독이 홀로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빈 의자는 지난 한 해 세상을 떠난 예술인들을 향한 상징이었다. 故 이순재, 故 안성기, 故 전유성, 故 윤석화, 故 김지미까지, 의자가 아무도 채우지 않았지만 그 자리는 누구보다 크게 느껴졌다.

이병우 감독의 기타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스크린에 생전의 영상들이 겹쳐졌다. "나다, 내 얼굴도 잊은 건 아니겠지"라는 고 안성기의 목소리가 처음 흘러나왔다.

제62회 백상예술대상 2부 공연 / 유튜브 '백상예술대상'
제62회 백상예술대상 2부 공연 / 유튜브 '백상예술대상'

뒤이어 "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갑자기 당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요. 뭐 하나 궁금하고", "익숙해질 거야. 산다는 게 익숙해지는 일이지 않냐", "웃음 잃지 말고, 희망을 안고 살아가길 바라", "코미디가 웃음도 주고 즐거움도 준다고 생각했는데,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무대 말미에는 故 이순재의 "고맙다, 덕분에 잘 살다 간다"라는 말이 객석을 울렸다. 배우 유연석이 이병우 감독과 합을 맞추며 무대에 올라 '우리'와 '오래된 이야기' 두 곡을 불렀다. 유연석은 2025년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故 안성기와 마지막 호흡을 맞춘 배우이며, 故 이순재의 제자이기도 하다.

객석에서는 임수정, 박지훈, 손예진, 김고은 등을 비롯한 배우들은 물론 장도연, 이수지 같은 예능인들까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특히 임수정은 앞서 방송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소감으로 "엄마를 떠나보낸 지 4개월 정도 됐다"라고 말해, 그의 눈물은 시청자들마저 울음을 터트리게 했다. 현빈, 이성민, 염혜란, 진선규, 박정민, 이병헌, 김원훈 등도 굳은 표정으로 무대를 지그시 바라봤다.

제62회 백상예술대상 2부 공연 / 유튜브 '백상예술대상'
제62회 백상예술대상 2부 공연 / 유튜브 '백상예술대상'

이날은 마침 어버이날이었다. 수지가 먼저 이 사실을 언급하며 무대를 열었고, 그 한마디가 추모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생전에 수십 년 동안 한국 대중문화의 토대를 쌓아온 이들을 '대중 문화의 어버이'로 부른 것은 그래서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매년 백상 특별 무대는 당해의 감정과 예술의 의미를 담아왔는데, 올해의 무대는 역대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공연 이후 소셜미디어에는 "올해 백상의 진짜 주인공은 특별 무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추모된 주요 예술인들

故 안성기(1952~2025): '영원한 충무로 스타'. 출연작 220여 편, 대종상 6회 수상. 마지막 작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 故 이순재(1934~2025): 70년 연기 인생. TV·연극·영화 전방위 활동, 대중이 '국민 배우'로 부른 원로 / 故 전유성(1948~2025): 한국 코미디계 1세대. '개그계 대부'로 불리며 코미디 문법을 개척 / 故 윤석화(1952~2025): 뮤지컬계의 전설. '명성황후' 초연 주역으로 한국 뮤지컬 세계화를 이끈 배우 / 故 김지미(1940~2025): 1950~70년대 한국 영화를 대표한 여배우. 출연작 350여 편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수상 결과

한편 이날 영화 부문 대상은 '왕과 사는 남자'의 유해진이 차지했다. 방송 부문 대상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와 '파인: 촌뜨기들'의 류승룡에게 돌아갔다. 영화 부문 작품상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방송 부문 드라마 작품상은 '은중과 상연'이 수상했다.

영화 부문 최우수 연기상은 박정민('얼굴')과 문가영('만약에 우리')이, 방송 부문 최우수 연기상은 현빈('메이드 인 코리아')과 박보영('미지의 서울')이 각각 수상했다. 영화 부문 감독상은 '세계의 주인'의 윤가은 감독에게, 방송 부문 연출상은 '미지의 서울'의 박신우 감독에게 돌아갔다. '왕과 사는 남자'의 박지훈은 영화 부문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고, 방송 부문 신인 연기상은 '폭군의 셰프'의 이채민과 '애마'의 방효린이 나눠가졌다. 특별상 격인 구찌 임팩트 어워드는 1700만 관객을 돌파한 '왕과 사는 남자'가 받았다.

예능 부문에서는 기안84와 이수지가 나란히 예능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올해 처음 신설된 뮤지컬 부문 연기상은 '비틀쥬스'의 김준수, 창작상은 '라이카'의 이선영 작곡가가 받았다.

제62회 백상예술대상은 JTBC·JTBC2·JTBC4에서 동시 생중계됐으며, 네이버·티빙·치지직·숲을 통해 디지털 동시 생중계됐다. 해외에는 'PRISM'을 통해 중계됐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