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준비하다 털어놓더라. 어제 거의 못 자고 도로 출근 중이다."
짧은 두 문장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뒤흔들었다. 30대 중반 커플인 작성자는 7일 게재한 글에서 결혼을 준비하다 여자친구로부터 조기폐경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충격을 받아 잠도 못 잔 채 출근길에 올라 글을 올린다고 했다. 난자 기증 같은 방법도 있다는 여자친구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했다.
작성자가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여자친구의 말을 전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게 타이밍이 될 수 있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무정자증 남자가 결혼 준비 때 (자기 질환에 대해) 털어놓으면 어떻게 반응하겠느냐"는 댓글도 줄을 이었다.
"도망칠 기회" vs "여친도 힘들었을 것"
누리꾼들은 공개 시점을 가장 크게 문제 삼았다. "거짓이라면 아이를 안 가지려는 꼼수이고,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숨겨온 것 자체가 소름 돋는다"며 "어느 쪽이든 도망칠 기회"라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자식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마어마하다. 사랑 하나로 묻고 가기엔 너무 큰 것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댓글도 만만찮게 공감을 받았다. "뒤늦게 파혼급 사실을 알리는 건 상대를 기만하는 것"이라는 직설적인 반응도 있었다. "하나를 숨겼는데 또 다른 무언가를 숨겼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 것 같아 결혼을 못 할 것 같다"는 댓글도 지지를 받았다.
반면 여자친구를 두둔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점점 날은 다가오는데 임박해서 말하면 사기 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입은 잘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만큼 작성자를 놓치기 싫었던 것"이라는 댓글이 공감을 받았다. "숨긴 건 잘못이지만 여자친구도 멘털이 무너진 상태에서 언제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 털어놓은 것 아니겠느냐. 결혼 후에 말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조기폐경 당사자라는 누리꾼의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조기난소부전 진단 후 남자친구가 결혼을 진행했고, 결혼 3개월 뒤 자연임신했다"는 경험담이 올라왔다. 반면 "그런 드문 사례를 일반적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반박도 이어졌다.
조기폐경, 임신은 가능한가
의학적으로 조기폐경은 '조기난소부전'이라고 불린다.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조기폐경은 40세 이전에 폐경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전체 여성의 1%에서 발생한다. 30세 이전에도 1000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진단 기준은 40세 이전, 6개월 이상의 무월경, 1개월 간격으로 두 번 측정한 혈중 난포자극호르몬(FSH) 수치 40 IU/ml 이상이다.
원인으로는 염색체 이상, 자가면역질환, 방사선 치료, 항암제 투여, 난소 제거 등이 있지만 대부분은 원인 불명이다. 에스트로겐이 조기에 결핍되면서 골다공증,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안면홍조, 발한, 우울, 수면 장애, 성욕 저하 등 갱년기 증상이 동반된다. 30대에 이런 증상이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임신이다. 조기난소부전이 되면 더 이상 배란이 이뤄지지 않아 자연임신이 극히 어렵다. MSD 매뉴얼에 따르면 난자 기증을 통한 체외수정 시술의 경우 임신 성공률이 약 50%에 달하지만, 그 외의 방법으로는 임신 가능성이 5~10%에 그친다. 난자 기증에도 현실적인 장벽이 크다. 국내에서는 난자 매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어 가족 중에서 기증자를 구하거나 지정 기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다고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조기난소부전으로 진단된 여성의 약 40%에서 초음파상 난포가 확인됐으며, 국내에서도 진단 후 자연임신 사례가 보고돼 있다. 난소 기능이 일부 남아 있는 경우 호르몬 치료를 통해 배란을 유도하면 자연임신이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이런 사례가 예외적인 경우임을 분명히 하며 난자 기증을 통한 시험관 시술을 일반적인 방법으로 권고한다.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고혈압, 당뇨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고,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위험도 일반 임신보다 크다. 전문의와의 긴밀한 상담과 관리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