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자연재해 앞에서는 오직 철저하게 반복된 훈련만이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8일 곡성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7일 오곡면 구성마을 일대에서 여름철 잦은 집중호우와 태풍 등에 대비하기 위한 '현장 중심 산사태 대피 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책상머리에서 만들어진 서류상 매뉴얼을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마을 주민들과 경찰, 소방 등 핵심 유관기관이 한데 뒤엉켜 땀을 흘리는 '실전형'으로 기획됐다.
훈련의 시작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시간당 1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져 산사태 발생 징후가 감지된 일촉즉발의 가상 상황이 부여되자, 고요하던 마을에는 즉각 다급한 대피 방송이 울려 퍼졌다. 행정 당국의 긴급 상황 전파와 동시에 각 구역별로 지정된 대피 유도 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주민들을 안전 지대로 신속하게 대피시켰다.
특히 이번 훈련에서 곡성군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대목은 '재난 취약계층'의 안전 확보였다. 농촌 지역 특성상 고령자와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가 다수 거주하고 있는 현실을 철저히 반영한 것이다. 요원들은 혼자 힘으로 대피가 어려운 어르신들의 자택으로 직접 뛰어들어가 부축하고 휠체어 등을 이용해 대피소로 이동시키는 절차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재난 발생 시 자칫 소외될 수 있는 단 한 명의 생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군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긴박한 훈련 현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추가 시나리오도 전개됐다. 대피 과정에서 다친 주민이 발생하자, 대기하고 있던 소방 구급대원들이 즉각 투입돼 현장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골든타임 내에 인근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하는 입체적인 구급 작전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위험 지역으로의 일반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경찰의 폴리스라인 구축과 현장 질서 유지 등 기관 간의 톱니바퀴 같은 협조 체계가 빛을 발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 이변으로 인해 과거의 강수량 데이터를 비웃듯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산사태의 양상 역시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흙과 바위가 빗물과 섞여 순식간에 마을을 덮치는 토석류 피해는 발생 즉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에, 초기 징후 발견 시 지체 없는 대피만이 유일한 생존법이다. 곡성군이 이처럼 민·관·경·소방을 아우르는 대규모 실전 훈련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날 훈련 현장을 진두지휘한 곡성군 재난대응 관계자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는 극한호우와 그로 인한 산사태는 더 이상 남의 동네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든 우리 마을을 덮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짚었다. 이어 "머리로 아는 대피 요령과 실제 상황에서 몸이 반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앞으로도 기계적인 반복 훈련을 통해 어떠한 재난 상황에서도 주민과 관계 기관이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완벽한 현장 대응력을 갖추고,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거미줄 같은 재난 대응 체계를 굳건히 다져나가겠다"고 굳은 결의를 다졌다.
한편, 곡성군은 이번 훈련에서 도출된 일부 미비점들을 즉각 재난 대응 매뉴얼에 반영해 보완하고, 산사태 취약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예찰 활동과 함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재난 안전 교육을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여름철 장마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모든 방재 시스템의 나사를 단단히 조이겠다는 곡성군의 발 빠른 행보에 지역민들의 불안감도 한층 덜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