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이상 가족을 위해 한국에서 홀로 생활해 온 이른바 기러기 아빠가 미국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아내의 모습에 극심한 허탈감을 표출하며 고민을 털어놨다.
최근 방송된 YTN 라디오 프로그램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제약 회사 영업 관리자로 20년 이상 일해 온 50대 가장 A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A 씨는 가족의 더 나은 미래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으나, 돌아온 것은 정서적 단절과 경제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배신감뿐이었다.
A 씨는 "딸과 아내를 미국으로 유학 보낸 뒤 10년 넘게 기러기 아빠로 지내왔다. 조그마한 원룸에서 끼니를 대충 때워가며 최대한 돈을 아꼈고, 번 돈의 대부분을 아내에게 보냈다"고 자신의 지난 생활을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10년간 송금한 돈만 해도 7억 원에서 8억 원은 족히 된다. 아무리 외롭고 힘들어도 내 아내와 딸이 낯선 타국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만 있다면 희생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A 씨의 이러한 희생과 믿음은 우연히 확인한 아내의 소셜미디어 사진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다. A 씨가 확인한 사진 속에서 아내는 미국에서 화려한 파티를 즐기고 골프 교습을 받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A 씨는 "나는 고시원 같은 원룸에서 컵라면으로 버티는데 아내는 내가 보낸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던 거다. 내 인생이 너무나 허탈했다"고 털어놨다.
그 무렵 딸이 미국 대학에 입학하면서 A 씨는 아내에게 한국으로 귀국할 것을 제안했다. 자녀 교육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기에 다시 가족이 모여 살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설상가상으로 A 씨는 이후 아내가 미국 현지에 작은 주택을 마련했다는 사실까지 파악했다.
결국 A 씨는 자신이 직접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겠다는 뜻을 아내에게 전달했다.
A 씨는 "차라리 내가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가겠다고 했다. 돈을 덜 벌더라도 이제는 가족과 함께 살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는 미국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라고 하면서 퇴직할 때까지는 지금처럼 한국에서 돈을 벌라고 했다. 순간 내가 가족이 아니라 돈 버는 기계가 된 기분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가족 간의 심리적 거리감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A 씨는 "가끔 미국에 가면 딸은 나를 낯설어했고 아내와 딸이 나누는 미국 생활 이야기에 나는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며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남남으로 갈라서고 내 남은 인생을 찾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아내가 미국에 머물고 있는데 한국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10년간의 희생과 고통을 보상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법적인 자문을 요청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이준헌 변호사는 명확한 법적 해석을 내놨다. 국제 이혼 소송의 관할권 문제에 대해 이 변호사는 "아내가 미국에 있다고 하더라도 사연자가 한국에 거주 중이어서 우리나라 법원에서 이혼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면 상대방이 해외에 체류 중이더라도 국내 법원을 통해 이혼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산분할 및 금전적 보상에 대해서는 "기러기 생활하면서 10년간 보낸 돈은 그대로 돌려받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연자의 희생이 컸기 때문에 기여도 부분에서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아내가 미국에서 산 집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 아내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귀국을 거부하고 동거를 피한 것은 이혼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자료 청구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자녀의 유학 열풍과 함께 등장한 기러기 아빠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녀의 교육 환경을 위해 부부가 떨어져 지내는 것을 선택하지만, 장기간의 물리적 분리는 필연적으로 정서적 단절을 초래한다.
특히 국내에 남은 가장이 경제적 부양 의무에만 얽매이면서 가족 내에서 소외감을 겪고 종국에는 이혼 등 가족 해체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