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에 쓴 게 아니었다...'청년 지원금' 소비 내역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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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도우라 했더니... ‘청년수당’의 역설

미취업 청년의 구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급하는 '청년수당'이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대부분 외식비나 생활비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청년들은 수당으로 여행 물품을 구입해 꿈도 꾸지 못했던 일본 여행을 다녀오거나 오마카세를 즐기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확인되어,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 관리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미취업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원활한 구직 활동을 돕겠다는 취지로 2016년 도입됐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중위소득 50~150% 이하의 만 19~34세 미취업 청년에게 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총 300만 원의 구직 활동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에만 총 2만 2428명의 청년이 617억 1200만 원의 예산을 통해 혜택을 받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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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원금의 실제 사용 내역은 정책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민의힘 허훈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청년수당 사용액 중 53.58%가 생활·외식 분야에 집중됐다. 이어 공연장, 헬스장 등 문화생활에 28.1%, 병원·약국 등 건강 분야가 3.94%를 차지했다. 반면, 학원비 등 직접적인 자기계발에 쓰인 예산은 전체의 3.89%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실은 청년들이 매달 제출하는 '자기성장기록서'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 청년은 "청년수당 덕분에 미취업자로서 꿈꾸지 못했던 일본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고 적었고, 다른 청년은 "멀티탭과 텀블러를 사고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구입했다"고 제출했다. "제주도에 다녀와 힐링했다"거나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구입해 중국 제품과의 확실한 질감과 가격 차이를 배울 수 있었다"는 황당한 기록도 존재했다.

앞서 2023년에도 오마카세 방문, 문신 제거, 종교단체 기부 등에 청년수당이 쓰인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이후 서울시는 제한 업종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여전히 제한 업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전용 카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취업 준비 기간 동안의 최소한의 생활 안정과 시간 확보를 지원하는 정책"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수백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노동 시장 진입 성과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지난해 청년수당 참여자 중 수령 기간 내 취·창업에 성공한 비율은 17.5%에 불과했다. 허훈 서울시의원은 "지원금이 실제 경제활동 진입과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정교화하고 지속적인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역시 "정성 평가만으로는 정책 효과를 검증하기 어렵다"며 "면접 참여 횟수나 교육 프로그램 이수 여부 등 실제 구직 활동을 정량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충족했을 때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정교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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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눈먼 돈' 논란인데... 정부는 또다시 '청년 자산 형성' 퍼주기 나서

이처럼 기존 청년 지원 정책들이 실효성 논란과 예산 낭비 지적에 휩싸인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또다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현금 지원성 사업을 내놓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직 의지 고취나 근본적인 실업 대책 마련보다는 단순히 '돈을 퍼주는' 방식의 포퓰리즘적 접근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 청년의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청년내일저축계좌' 신규 가입자를 이달 4일부터 20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올해 모집 규모는 2만 5000명에 달한다. 이 사업은 일하는 청년이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월 30만 원을 정액으로 지원하여, 3년 만기 시 1000만 원대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가입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이면서 근로 활동 중인 만 15세부터 39세까지의 청년이다. 가입자가 본인 명의 계좌로 매월 1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저축하면, 정부가 매월 30만 원을 추가로 적립해 준다.

예를 들어, 청년이 매월 10만 원씩 3년 동안 총 360만 원을 저축할 경우, 정부 지원금 1080만 원(월 30만 원×36개월)이 더해져 만기 시 총 1440만 원과 함께 연 최대 5% 수준의 적금 이자를 수령하게 된다. 본인 저축액의 3배가 넘는 금액을 정부가 얹어주는 셈이어서, 소득이 낮은 청년들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금을 모두 받기 위해서는 계좌 가입 후 만기까지 근로 활동을 지속해야 하며, 본인 저축금도 꾸준히 적립해야 한다. 또한, 자립역량교육 10시간 이수와 자금활용계획서 제출 등의 필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제도 운영 방식도 일부 변경되었다. 기존에는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청년이 대상이었으나, 올해 '청년미래적금'(중위소득 200% 이하 대상) 사업이 신설되면서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중위소득 50% 이하의 저소득 청년 지원에만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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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개선안도 마련되었다. 실직, 질병, 사고 등 부득이한 사유 발생 시 가능했던 적립 중지 기간이 기존 최대 6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되어, 소득 활동이 일시 중단되더라도 계좌 유지 가능성을 높였다. 만기 해지자를 대상으로는 기존 대면 특강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온라인·비대면 방식으로 확대하고 필요시 일대일 상담도 제공하여 실질적인 자립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신청은 복지포털 '복지로' 홈페이지나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능하며, 복지부는 소득 재산 조사를 거쳐 8월 중 최종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중소기업 근로자 등 저소득 근로 청년들에게 1000만 원대 목돈 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앞선 '청년수당'의 사례처럼 지원금이 구직이나 자립이라는 본래 목적과 다르게 소비되거나 정책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청년들의 실질적인 근로 의욕을 고취하고 장기적인 자립을 돕는 정교한 정책 설계와 사후 관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눈먼 돈'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