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미국 기자의 식당 이용 경험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며 국내 요식업계의 접객 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혼밥’이 일상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장에서는 혼자 온 손님,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배려하지 않는 폐쇄적 문화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CNN 기자가 겪은 서울의 ‘혼밥’ 거절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의 여행 전문 채널 'CNN 트래블'은 한국 여행 중 식당에서 두 차례나 식사를 거절당한 기자의 경험담을 상세히 보도했다. 해당 기자는 서울 방문 당시 평일 오후 1시경 한 식당을 찾아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1인 식사가 가능한지 물었으나, 식당 측으로부터 "1인은 안 된다"는 단호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기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혼자 여행한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식사를 거절당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경험"으로 회상했다. 매체는 2024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이 36%를 넘어섰음에도 요식업계 내부에 혼밥족에 대한 일종의 낙인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서울의 한 국숫집이 "우리는 외로움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게시해 논란이 된 사례도 혼밥족을 향한 부정적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소개됐다.
내국인은 ‘혼술’, 외국인은 ‘단체 수익원’? 엇박자 상술

문제는 이러한 혼밥 거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향한 선별적 상술과 결합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혼밥과 혼술이 만연한 문화로 정착했으나, 관광지의 일부 식당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개별 인격체가 아닌 ‘단체 수익원’으로만 간주하는 경향이 짙다. 회전율과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1인 외국인 손님을 고의로 기피하거나, 예약 단계에서부터 문턱을 높이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인에게 더 많은 비용을 뜯어내려는 일부의 비뚤어진 상술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플랫폼은 법적 규제에 따라 투명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지만, 오프라인 현장이나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해외 플랫폼에서는 외국인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단체 주문을 강요하는 방식의 ‘가격 왜곡’이 발생한다. K-컬처와 K-푸드의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정작 한국을 찾은 나홀로 여행객은 식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트렌드 역행하는 한국… ‘혼밥 큰손’ 놓치는 오판
혼밥 거부 현상은 스페인 바르셀로나나 영국 리버풀 등 일부 유럽 도시에서도 발생하며 공분을 산 바 있다. 혼자 밥 먹는 것을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심리를 뜻하는 '솔로망가레포비아(Solomangarephobic)'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이는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국제적인 대도시들은 이미 1인 고객의 경제성에 주목해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인 식당 예약은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특히 1인 고객은 전체 평균보다 54%나 높은 90달러(약 13만 원)를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고객이 단체 손님보다 오히려 더 효율적이고 수익성 높은 시장임을 증명하는 지표다. 뉴욕과 런던의 레스토랑들이 1인 예약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과 달리, 한국 식당들은 단기적인 회전율에 급급해 고부가가치 시장인 ‘혼밥 큰손’을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셈이다.
K-관광의 품격, 차별 없는 접객에서 시작돼야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향한 선별적 접객과 상술이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경고한다. 1인 가구 1000만 시대의 문화적 흐름이 외국인에게만 예외로 적용되는 모순은 관광 강국을 지향하는 정부 정책과도 배치된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러 온 외국인들에게 평등하고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가격 왜곡을 바로잡고, 혼밥 거부와 같은 배타적 관행을 개선하지 않는 한 K-푸드의 진정성은 외신들의 날카로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