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방송되는 EBS1 ‘극한직업’ 908화에서는 봄철 별미를 지키기 위해 바지락, 낙지, 고사리 채취에 나선 사람들의 현장을 담는다. 짧은 봄 한철, 바다와 산을 누비며 귀한 제철 맛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펄 속의 진주, 세발낙지와의 숨바꼭질

봄이 되면 전국 각지의 갯벌과 산에서는 계절의 귀한 산물을 거두기 위한 조업이 한창 벌어진다. 낙지에서부터 고사리, 바지락에 이르기까지 봄의 선물들을 거두는 일꾼들의 손길이 분주해지는 이맘때, 그들이 펼치는 노동 현장은 결코 녹록지 않다.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 갯벌에서는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세발낙지 조업이 본격화된다. 다리가 가늘고 길어 붙은 이름의 세발낙지는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봄철 별미로 손꼽혀 왔다. 다만 물때의 영향으로 하루 중 낙지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은 4시간 남짓에 불과하기에 짧은 시간 안에 넓은 갯벌을 누비며 낙지를 찾아야 한다. 경력 41년의 김승대 씨는 전통 도구인 가래를 든 채 곧장 갯벌로 향했다. 폭이 좁고 끝이 뾰족한 삽 형태의 도구인 가래는 펄을 깊숙이 퍼내는 데 쓰인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갯벌 위 작은 구멍을 살핀다. 낙지가 숨을 쉬는 구멍과 드나드는 출입구라는 두 개의 흔적만으로 낙지의 위치를 가늠해야 하는데 비슷하게 생긴 게 구멍 등과 헷갈리기 쉬워 오랜 경험이 아니면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
가래로 구멍 주변의 펄을 파내고 팔을 어깨까지 깊숙이 밀어 넣어 손끝의 감각만으로 낙지를 순간 낚아채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봄 낙지는 얕은 갯벌에 숨어 있어 맨손 조업이 가능하지만 예민하고 민첩한 특성상 조금만 방향을 잘못 잡아도 재빨리 다른 쪽으로 빠져나가 허탕을 치기 일쑤다. 낙지 한 마리를 잡기 위해 같은 자리를 여러 번 파내고 하루 목표량인 15여 마리를 잡기 위해 다리가 푹푹 꺼지는 갯벌을 헤매다 보면 작업복은 금세 진흙 범벅이 된다. 깊은 펄 속 낙지 한 마리를 건지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치열한 조업이 펼쳐지는 것이다.
산에서 나는 고기, 고사리 수확 현장!

경상북도 상주시의 산에서는 봄철 귀한 고사리 수확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전체 약 25만㎡ 규모의 산 가운데 고사리밭만 약 7만㎡로 작업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모노레일을 타고 2km가량의 산길을 올라 산비탈 곳곳을 누빈다. 고사리 수확은 4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 이어지는데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는 연한 고사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작업자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산이 지난 2017년 큰 산불로 산림이 모두 타버렸던 곳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불탄 자리에 고사리가 무성하게 번져나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김진용 씨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 효자 밭이 됐다. 산비탈 곳곳에는 고사리뿐만 아니라 취나물, 잔대, 오가피 등 각종 산나물과 약초까지 자라나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고사리 채취는 보기처럼 간단하지 않다. 잎이 피기 전 연하고 부드러운 순만 골라 손으로 만졌을 때 꺾이는 지점을 재빨리 찾아내야 한다. 줄기가 조금만 질겨도 삶았을 때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연한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작업자들은 손으로는 고사리를 연신 꺾어내고 눈으로는 다음 순을 찾아가며 가파른 산비탈을 쉼 없이 오간다. 이때 자칫 발을 헛디디면 미끄러지는 일도 다반사다. 늘 위험이 도사리는 산속 작업이지만 하루만 지나도 금세 웃자라는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 속도를 늦출 수 없다. 쉴 새 없이 꺾어낸 고사리는 어느새 수북이 쌓여 한 묶음 무게만 약 50kg에 육박한다. 묵직한 짐을 한데 모아 옮겨 싣는 순간까지도 쉴 틈 없는 노동이 이어진다.
국민 조개 바지락의 계절이 돌아왔다!

충청남도 서산시에서는 국민 조개라 불리는 바지락의 계절이 돌아와 새벽 6시부터 마을 주민들이 모여 올해 첫 바지락 작업에 나선다. 이날 갯벌로 향하는 주민만 약 80가구에 이르며 80대 이상 어르신들이 바지락을 캐기 위한 채비를 서두른다. 어촌계(어촌계장 박현규) 아래 주민들은 배를 타고 7분가량 이동해 갯벌에 도착해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린다. 걸어서 들어가려면 40~50분이 걸리는 먼 갯벌이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주민들은 바지락이 많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서둘러 흩어진다. 작업량은 1인당 100kg이며 이날 주민들이 채워야 할 전체 목표량만 약 4t으로 다시 밀물이 들어오기 전까지 짧은 시간 안에 정해진 물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분주하다. 가로림만 갯벌은 펄과 모래가 적절히 섞여 있고 바지락의 먹이가 되는 미세조류가 풍부해 바지락 서식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이다. 특히 이맘때는 바지락 속살이 가장 꽉 차오르는 시기다. 갯벌 위 작은 구멍들을 살피며 바지락이 숨어 있는 자리를 가늠한 뒤 갈퀴로 표면을 쉴 새 없이 긁어낸다.
한 손으로는 갯벌을 긁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드러난 바지락을 재빨리 주워 담는 속도가 관건이다. 이때 작은 바지락은 놔두면 금방 1~2cm 더 자라기 때문에 알이 찬 것만 골라 담는 것이 중요하다. 갯벌에는 햇빛을 피할 곳조차 없다. 따가운 햇볕 아래 조금이라도 더 많이 캐기 위해 주민들은 넓은 갯벌 위를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게다가 허리를 굽힌 채 장시간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무릎과 허리에 통증이 밀려오고 오래 쪼그려 앉아 일하다 보니 한 번 바다에 다녀오면 집에서 꼼짝도 못 할 정도로 녹초가 된다.
봄의 산과 갯벌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수확 활동들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계절의 변화와 지역 공동체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몸을 던지는 조업인들의 고단한 노동이 있기에 국민의 식탁에는 봄의 맛이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봄 역시 갯벌과 산에서는 자연의 선물을 거두기 위한 일꾼들의 열정이 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봄 식탁 대표 별미…바지락·낙지·고사리 제대로 먹기
봄철 식탁에는 바다와 산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가 자주 오른다. 바지락, 낙지, 고사리는 봄에 많이 소비되는 대표적인 재료다. 각각 국물 요리, 볶음 요리, 나물 반찬 등으로 활용되며 재료의 특성에 맞게 손질하고 조리하면 맛과 식감을 살릴 수 있다.

바지락은 칼국수, 된장국, 술찜 등에 많이 쓰이는 조개다. 조리 전에는 해감 과정이 필요하다. 소금물에 담가 모래와 이물질을 빼낸 뒤 사용하면 식감이 깔끔해진다. 바지락은 오래 끓이면 살이 질겨질 수 있어 조개 입이 벌어진 뒤에는 오래 익히지 않는 것이 좋다. 국물 요리에 넣으면 바지락 특유의 시원한 감칠맛이 우러나 봄철 별미로 즐기기 좋다.
낙지는 볶음, 탕, 샤부샤부 등으로 다양하게 먹는다. 매콤한 낙지볶음은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 대파 등을 넣고 센 불에 빠르게 볶아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낙지는 열을 오래 가하면 질겨지기 쉬워 조리 시간을 짧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샤부샤부나 맑은 국물에 넣어 끓이는 연포탕도 낙지의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는 조리법으로 꼽힌다.
고사리는 봄철 대표 산나물이다. 생고사리는 바로 먹기보다 삶고 불리는 과정을 거쳐 조리한다. 손질한 고사리는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두르고 국간장, 다진 마늘 등을 넣어 볶아 먹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 비빔밥에 올리거나 육개장에 넣어도 잘 어울린다. 고사리는 특유의 향과 쫄깃한 식감이 있어 다른 나물과 함께 먹을 때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바지락은 해감과 짧은 가열, 낙지는 빠른 조리, 고사리는 충분한 삶기와 볶음 과정이 핵심이다. 봄철 제철 재료는 복잡한 양념보다 기본 손질과 적절한 조리 시간이 맛을 좌우한다. 짧은 계절에 맛볼 수 있는 바지락, 낙지, 고사리는 봄 식탁에서 국물, 볶음, 나물 요리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EBS1 ‘극한직업’, 땀으로 완성되는 삶의 현장
EBS1 ‘극한직업’은 힘든 노동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하루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신체적 부담이 크거나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직업을 중심으로, 작업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일을 마치는지 보여준다.
프로그램은 밤샘 작업이 이어지는 현장,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작업장, 계절과 날씨에 따라 노동 강도가 달라지는 산업 현장 등을 폭넓게 다룬다. 어업,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며 각 직업의 작업 방식과 실제 일과를 구체적으로 담아낸다.
또한 오랜 시간 체력을 써야 하거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해 직업의 현실을 전달한다. 시청자는 방송을 통해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노동 현장을 들여다보고, 각 직업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극한직업’은 매주 토요일 EBS1에서 방송되며, 회차마다 특정 직업군이나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실제 작업 과정과 근무 환경을 사실적으로 소개한다.
EBS1 '극한직업'은 매주 토요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방송 정보는 EBS1 '극한직업 미리보기 방송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