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송전선 갈등 확산…주민들 “절차 불신·지역 희생 구조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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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룡~북천안 345kV 사업 두고 대전·세종·충남·충북 반발 확산
회의 보이콧·공동결의문·후보 서약까지…쟁점은 전자파보다 ‘절차 신뢰’로 이동

기사관련 반대 집회 / 공주시 송전선로 백지화 대책위원회
기사관련 반대 집회 / 공주시 송전선로 백지화 대책위원회

[충남=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충청권 송전선 반대 움직임이 단순한 지역 민원을 넘어 절차적 정당성과 지역 형평성을 따지는 문제로 커지고 있다. 대전·세종·공주·금산·청주 옥산 등 송전선 경과지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들은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신계룡~북천안 345kV 송전선로 사업을 두고, 지방이 수도권 전력 수요를 떠받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반발한다. 주민위원들의 회의 불참으로 입지선정위원회가 무산되고, 공동결의문과 후보 서약서까지 나오면서 갈등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전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계룡과 북천안을 잇는 345kV 송전선로를 2031년 말 준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명분은 국가 전력망 안정과 전력 수급 대응에 있다. 그러나 주민 반발은 송전선 자체보다 추진 과정에서 더 강하게 분출하고 있다. 주민들은 입지선정위원회가 충분한 주민 동의 없이 꾸려졌고, 노선 검토와 공개 역시 사실상 사업을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4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11차 입지선정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한 것도 이런 누적된 불신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후 갈등은 더 공개적인 형태로 번졌다. 공주에서는 수백 명 규모의 주민 집회가 열려 사업 재검토와 절차 중단을 요구했고, 주민 측은 한전이 위원회 최종 의결을 거치지 않은 노선을 외부에 공개하는 등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배포된 공동결의문에도 투표 조작 의혹, 무단 노선 공개, 대리 서명 논란 등이 적시되며, 회의 절차와 기록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가 담겼다. 사용자가 제공한 자료에서도 “전면 무효”와 “행정 인허가 거부”, “전면 재검토” 요구가 반복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도 점차 구조적 문제 제기로 옮겨가고 있다. 처음에는 전자파, 산림 훼손, 주거환경 악화 같은 생활권 침해 우려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왜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송전선이 지나가는 지역이 계속 부담을 져야 하느냐”는 형평성 논리가 더 앞세워지고 있다. 송전선 갈등이 특정 마을의 입지 반대가 아니라 수도권 집중 산업 구조와 지방의 에너지 부담이 충돌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지역사회에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역시 이 사안을 선거와 지방행정의 쟁점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세종시는 송전선 대응 전담체계를 꾸렸고, 일부 지방선거 후보들은 주민 보호와 행정 책임, 의회 견제, 지자체 연대 대응 등을 약속하는 서약서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주민들이 더 주목하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이후 행동이다. 행정 인허가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중앙정부와 한전을 상대로 실제 어떤 협의와 문제 제기에 나설지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결국 이번 갈등의 핵심은 송전탑 위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입지선정위원회가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장치인지, 아니면 이미 정해진 결론을 통과시키는 절차에 불과한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는 데 본질이 있다. 주민들은 사업 중단과 재검토를 요구하고, 한전은 국가 전력망 안정이라는 필요성을 앞세운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송전선 갈등은 충청권을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충청권 송전선 반대 여론은 더 이상 막연한 불안이나 감정적 반대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주민들은 절차의 투명성, 지역 간 부담의 형평성, 국가 산업과 에너지 정책의 방향까지 함께 묻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업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노선 선정과 주민 참여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검증받는 과정이다. 그래야 송전선 갈등도 단순한 대치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문제로 옮겨갈 수 있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