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얼룩진 실내화 한 켤레가 46만 원에 팔렸다. 신발의 가격을 결정한 건 브랜드도, 희소성도 아니었다. "여고생이 3년간 신었던 것"이라는 설명 한 줄이었다.

일본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여학생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내화가 고가에 거래되면서 미성년자 성 상품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6일(현지 시각) 이 사실을 보도하자 일본 현지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물품은 일본 학교에서 사용하는 전통 실내화 '우와바키'이다. 흰색 발레 플랫 형태의 이 신발은 학생들이 등교 후 입구 사물함에서 갈아 신는 것으로,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일반화된 일본만의 학교 문화이다.
학생들은 보통 실내화 옆면에 이름이나 학년, 그림 등을 적어두기도 한다. 졸업 시즌이 되면 중고 거래 플랫폼에 실내화를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는 새것이거나 상태가 양호한 제품이다.
그러나 지금 논란이 되는 상품은 다르다. 판매자들은 "현역 여고생이 신던 것", "냄새 그대로 보존", "사용감 있음" 등의 문구를 내걸고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타마현에서 판매된 한 실내화는 얼룩과 착용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6900엔(약 6만 4000원)에 올라왔다가 경매를 거쳐 5만 엔(약 46만 원)에 최종 낙찰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여고생 실내화'는 8000~2만 엔(약 7만~18만 원) 정도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현지 평론가는 "여고생의 이름을 새긴 자수가 선명하게 보이고 착용 흔적이 뚜렷한 실내화를 선호한다"면서 "판매 제품 이미지에 소녀 손이나 손가락 등 신체가 등장할 경우 인기가 더 높아진다"고 전했다.
일부 구매자들은 이 같은 상품을 'JK 오리지널 슈즈'라고 부른다. 'JK'는 일본어로 여고생을 뜻하는 '조시 코세이(Joshi Kosei)'의 약자로, 온라인 하위문화에서 교복과 청소년 이미지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일본 당국은 해당 거래가 미성년자 성 상품화와 관련한 법률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 여론도 거세다. 누리꾼들은 "실내화 자체가 아니라 여학생이라는 이미지가 상품화되는 것이 문제"라며 "이름, 학년, 학교 등 개인정보까지 함께 노출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학생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물품이 거래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일본의 한 매체는 과거 21세 여성이 중학생 시절 어머니에 의해 실내화 착용 사진 촬영을 강요당했고, 해당 사진과 실내화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 함께 올라갔다는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모형 기차를 수집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판매자가 원하지 않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옹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소수 의견에 머물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일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메루카리는 올해 3월 여학생 교복이나 사용한 소지품 등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문화인 '부루세라' 관련 게시물을 전면 금지했다. 메루카리는 교복뿐 아니라 교과서, 문구류 등 학교 관련 물품까지 제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