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20대 남성이 범행 이틀 전 이미 여성 스토킹과 폭행 의심 신고로 경찰에 접촉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광주경찰청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24살 장 모 씨가 범행 이틀 전인 지난 3일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 일대에서 스토킹 가해자로 신고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신고자는 장 씨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던 외국인 여성 A 씨로, 당시 장 씨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준비하던 A 씨를 뒤따라가며 “광주를 떠나지 말라”고 말했고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가벼운 폭행도 있었다고 A 씨는 출동 경찰관에게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상황을 확인했지만 정식 사건으로 접수하지는 않았다. A 씨가 향후 고소장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경찰의 초동 조치는 현장에서 종결됐다.
장씨는 지난 5일 오전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보행로에서 귀가 중이던 고등학교 2학년 17세 여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또 다른 17세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장 씨와 피해 학생들은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장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는 것이 재미가 없어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다”며 “누군가를 데려가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는 체포 이후 “범행 이틀 전부터 흉기를 소지한 채 거리를 배회했다”고도 진술했다. 경찰은 장 씨가 범행 전부터 흉기 2점을 미리 준비했고 휴대전화를 꺼둔 채 도심을 돌아다닌 정황 등을 토대로 계획 범행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범행 이후 행적도 수사 대상이다. 장 씨는 사건 직후 현장을 벗어난 뒤 인근 공원에 자신의 차량과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도보와 택시를 이용해 도주했고 무인세탁소에 들러 혈흔이 묻은 의류를 세탁한 정황도 파악됐다. 휴대전화 2대 가운데 1대를 강에 던져 버린 정황도 확인돼 경찰은 증거 인멸 시도 여부를 살피고 있다.

범행 전 스토킹 신고도 접수됐던 피의자
경찰은 이번 범행과 스토킹 신고 사이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당시 초동 조치 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는지도 함께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 장 씨는 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앞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법정으로 이동하던 그는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말 죄송합니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왜 여학생을 공격했느냐”는 질문에는 “여학생인 것을 알고 살해한 것은 아니다. 계획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광주지법 정교형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7일 장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도주 우려 등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장 씨에게는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장 씨의 범행 잔혹성과 피해의 중대성을 고려해 8일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심의하고 장 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 진단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정신 상태, 흉기 준비 경위, 이동 동선, 증거 인멸 정황 등을 종합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