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기대 하루 만에 흔들렸다…호르무즈서 미·이란 무력 충돌

2026-05-08 08:08

미 구축함 호르무즈 해협 통과 중 미사일·드론 공격 받아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게슘섬서 폭발음…휴전 논의 직후 긴장 재고조

미국과 이란이 휴전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다시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력 충돌을 벌였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인 미 해군 구축함 모습. 미 중부사령부는 7일(현지시간) 이란군이 미사일과 드론, 소형 선박 등을 동원해 공격을 시도했으며 미군이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 타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 미 중부사령부(CENTCOM) 엑스(X) 캡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인 미 해군 구축함 모습. 미 중부사령부는 7일(현지시간) 이란군이 미사일과 드론, 소형 선박 등을 동원해 공격을 시도했으며 미군이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 타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 미 중부사령부(CENTCOM) 엑스(X) 캡처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 해군 구축함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이란군의 공격을 받았으며 이에 자위권 차원에서 이란 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당시 USS 트럭스턴호와 USS 메이슨호, USS 라파엘 페랄타호 등 미 구축함 3척이 오만만 방향으로 이동 중이었으며 이란군은 미사일 다수와 드론, 소형 선박 등을 동원해 공격을 시도했다.

미군은 접근하는 위협을 제거한 뒤 미사일과 드론 발사기지, 지휘통제소, 정찰·감시·정보 시설 등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는 “확전을 원하지 않지만 미군 보호를 위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이번 충돌로 미군 자산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격 지역은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와 게슘(Qeshm)섬 일대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한 폭스뉴스 보도를 토대로 미군이 게슘 항구와 반다르아바스 등을 공습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정부와 국방부는 공격 대상과 피해 규모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이란 언론들도 이날 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폭발음을 잇따라 보도했다.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밤 10시쯤 반다르아바스와 게슘섬 일대에서 강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란 사법부 계열 미잔 통신은 “게슘섬 바흐만 부두가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미군 공격에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국영 IRIB 방송은 “미군이 이란 유조선을 공격했고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적군이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고 피해를 입은 채 후퇴했다”고 밝혔다. 방송은 미군 함정이 이란 미사일의 표적이었다고도 언급했다.

드론 격추 주장도 나왔다. 메흐르 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반다르아바스에서 무인항공기 2기가 격추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 드론이 미국 측 자산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교전 이후에도 휴전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A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과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충돌한 뒤 “휴전은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 효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충돌이 곧바로 휴전 파기나 전면전 재개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겨냥한 미군의 공격을 두고도 “가벼운 경고성 타격”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공격을 “love tap”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군사 충돌은 있었지만 미국이 이를 제한적 대응으로 관리하려는 메시지를 낸 셈이다.


협상 기대 하루 만에 다시 충돌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종전 가능성이 거론되던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전날 양국이 종전 합의안을 담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조만간 이란과 합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하루 만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교전 정황이 잇따라 나오면서 휴전 논의가 다시 흔들리는 분위기다. 이란의 협상 대표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은 미국을 겨냥해 “가짜 악시오스 작전으로 돌아갔다”며 협상 진전 가능성을 부정했다.

호르무즈 해협 / 미 중부사령부(CENTCOM) 엑스(X) 캡처
호르무즈 해협 / 미 중부사령부(CENTCOM) 엑스(X) 캡처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통로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지나간다. 게슘섬과 반다르아바스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 기지와 대함미사일 시설이 밀집한 전략 거점으로 꼽힌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3월에도 게슘섬 군사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벌인 바 있다.

긴장감은 민간 선박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폭스뉴스는 중국 매체 차이신을 인용해 중국 소유 유조선이 미국-이란 전쟁 이후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선박에는 ‘중국 소유 및 중국 선원’이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었으며 갑판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원 피해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 모두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휴전 기대감이 나오던 상황에서 다시 교전이 벌어지면서 중동 정세 불안은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국제유가와 해상 물류 시장도 이번 충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