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에도 있다…지도에 적힌 ‘8-20F-7’ 낯선 숫자, 이런 의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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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인데 층수가 다르다?
지도 표기에 숨겨진 정보

지도 앱에서 아파트 단지를 확대해 보다 보면 동 이름 옆에 붙은 낯선 숫자들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101동’이나 ‘102동’은 익숙하지만 그 옆에 적힌 ‘4-15F-1’, ‘8-20F-7’, ‘12-5F -1’ 같은 표기는 한눈에 뜻을 알기 어렵다. 층수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동 안의 일부 구간을 표시한 것 같기도 한 이 숫자들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이 숫자에는 아파트 구조를 읽을 수 있는 단서가 숨어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카카오맵 캡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카카오맵 캡쳐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 등 지도 서비스에서 아파트 단지를 확대해 보면 일부 동 위에 ‘4-15F 1’ 같은 숫자 표기가 함께 나타난다. 가운데 들어간 ‘F’는 층을 뜻하는 ‘Floor’의 약자라는 점을 비교적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F’ 앞뒤에 붙은 숫자와 중간에 들어간 ‘-’ 표시는 무슨 의미일까. 얼핏 보면 ‘4층부터 15층까지’ 같은 층수 범위처럼 보이지만 실제 단지 구조와 대조해보면 동 안의 라인 구간과 최고 층수를 나타내는 표기로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15F-1’이라고 적혀 있다면 맨 앞의 4와 맨 뒤의 1을 함께 봐야 한다. 이때 1은 시작 라인, 4는 끝 라인으로 보면 된다. 가운데 있는 15F는 최고층수가 15층임을 의미한다. 결국 이 표기는 해당 동의 1라인부터 4라인까지가 15층 높이라는 의미다.

‘8-20F-7’도 같은 방식이다. 맨 뒤의 7라인부터 맨 앞의 8라인까지가 20층 높이로 구성돼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처음 보면 복잡한 코드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동 안에서 어느 라인이 몇 층짜리인지 표시해둔 정보다.

이런 표기가 따로 나타나는 이유는 같은 아파트 동 안에서도 라인별로 층수가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동처럼 보이더라도 일부 라인은 15층, 다른 라인은 20층으로 구성될 수 있어 지도에서는 이를 구간별로 나눠 표시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카카오맵 캡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카카오맵 캡처

반면 ‘15F-1’처럼 층수 옆에 숫자 하나만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표기는 별도로 구간을 나누지 않고 특정 라인 정보를 함께 표시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보통은 해당 라인이 15층 구조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단지 구조에 따라 표기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핵심은 지도 속 숫자가 동 전체의 층수만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동 안에서도 어느 라인부터 어느 라인까지 몇 층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압축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최근 아파트는 일자형뿐 아니라 ㄱ자형, ㄷ자형, 계단식 구조가 많다. 같은 동 안에서도 일부 라인은 20층, 다른 라인은 15층 또는 5층으로 구성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경우 지도는 동 하나를 통째로 한 숫자로 표시하기보다 라인 구간별 높이를 나눠 표기하는 방식이 더 정확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이 표기를 알고 나면 지도에서 보이는 아파트 동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같은 동 안에서도 어느 라인이 고층부인지 저층부인지 대략 파악할 수 있어 일조권이나 조망을 따져볼 때 참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동이 몇 층까지 올라오는지 내 집이 마주 보는 라인이 저층인지 고층인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단지 배치를 볼 때도 유용하다. ㄱ자형이나 ㄷ자형으로 꺾인 동은 같은 동 안에서도 층수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숫자를 보면 어느 구간에서 높이가 바뀌는지 대략 확인할 수 있다. 매물 사진이나 평면도만 봐서는 감이 잘 안 오는 동 위치를 지도에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단지를 볼 때도 참고가 된다. 저층부와 고층부가 섞인 단지인지, 동별 높이 차이가 큰지 단지가 얼마나 빽빽하게 배치됐는지 지도만으로도 어느 정도 윤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 판단은 등기나 건축물대장, 단지 배치도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하지만 지도 속 숫자는 처음 구조를 파악하는 데 꽤 쓸모 있는 단서다.

우리 동네 지도에 숨어 있던 의외의 정보

지도 앱에는 길찾기나 건물 위치 외에도 땅의 성격을 보여주는 정보가 숨어 있다. 화면에서 ‘지적편집도’를 켜면 평소 지도에서는 보이지 않던 ‘제1종 일반주거지역’, ‘제2종 일반주거지역’, ‘제3종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 ‘일반상업지역’, ‘자연녹지지역’ 같은 낯선 표시가 나타난다.

처음 보면 단순한 행정용 구분처럼 보이지만 이 단어들은 땅의 쓰임새를 알려주는 기준이다. 어떤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얼마나 높고 빽빽하게 지을 수 있는지, 재건축이나 개발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이 구분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3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재건축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3종 상향 추진”이라는 표현도 여기서 나온다. 일반주거지역은 1종·2종·3종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높아질수록 건물을 더 높고 빽빽하게 지을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법령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저층 주거 환경 보호 목적이 강하다. 건축 가능한 층수 역시 원칙적으로 4층 이하로 제한된다. 다만 단지형 연립주택이나 단지형 다세대주택은 일부 조건에서 5층까지 허용된다. 오래된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나 저층 빌라촌에서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 자주 보이는 이유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카카오맵 캡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카카오맵 캡처

반면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가면 건축 가능한 시설 종류가 크게 늘어난다. 중층 아파트는 물론 일정 규모 이하 업무시설과 운동시설, 교육시설, 의료시설, 오피스텔까지 일부 허용된다. 역세권 주변이나 중층 아파트 단지들이 많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한 단계 더 올라간다. 고층 아파트 개발이 가능한 대표적인 주거지역으로 꼽힌다. 업무시설과 판매시설 허용 범위도 넓어지고, 용적률 역시 상대적으로 높게 적용된다. 같은 면적의 땅이라도 더 많은 세대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재건축 조합들이 “2종을 3종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준주거지역’도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이름에는 주거가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상업 기능까지 함께 허용하는 지역에 가깝다. 역세권이나 대로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오피스텔과 상가, 주상복합 건물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일반상업지역은 이보다 더 강한 상업 중심 지역이다. 초고층 빌딩과 업무시설, 대형 복합건물이 밀집한 도심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자연녹지지역은 개발보다 보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시 외곽이나 산 주변에서 많이 보이며, 건축 규모와 용도가 상대적으로 제한된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어떤 지역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어떤 지역은 낮은 건물 위주로 유지되는 이유가 이런 용도지역 차이에서 갈리기도 한다.

이처럼 지도 앱에서 우리 동네를 한 번 확대해보면 의외로 볼 수 있는 정보가 많다. 아파트 동 위에 적힌 ‘4-15F-1’ 같은 숫자로는 어느 라인이 몇 층 높이인지 대략 가늠할 수 있고, 지적편집도에 표시된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제3종 일반주거지역’ 같은 용어로는 그 땅에 어떤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지도 앱에서 우리 동네를 한 번 확대해보면 내가 사는 아파트나 빌라 주변이 어떤 표기로 표시돼 있는지 옆 단지와는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보면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지도 속 숫자와 색깔이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