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광역시 정치권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백 명이 집단 탈당한 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보수 텃밭으로 불려온 대구 민심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후보 측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김부겸의 희망캠프’ 사무실에서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347명의 탈당 및 지지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이재만 후보를 지지하던 책임당원들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30년 동안 국민의힘을 지지한 결과 대구는 전국 최하위권 경제·인구 구조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며 “김부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오를 조금이나마 바로잡고 대구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청년 인구 유출과 지역 산업 침체, 고령화 문제 등을 언급하며 기존 정치 구조에 대한 피로감도 드러냈다. “정당보다 지역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 후보 측은 최근 보수 진영 인사들의 합류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구시의원을 세 차례 지낸 김규학 전 의원이 탈당 후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과거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인사들이 선거대책위원회에 다수 합류하고 있다”며 “대구 시민들이 이념보다 실용과 지역 발전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구가 전국적 관심을 받는 이유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구는 오랫동안 보수 정당의 핵심 기반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민선 지방자치 부활 이후 대구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승리한 사례는 아직 없다. 그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는 ‘험지’로 꼽혀온 지역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2026년 조기 대선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주목도가 높다. 여야 모두 차기 총선과 대선 지형에 영향을 미칠 민심의 흐름을 확인하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 민심 변화 조짐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부겸 후보는 대구 정치권에서 비교적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과거 민주당 계열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내며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김 후보 측은 이번 선거에서 “정당 대결이 아닌 도시 경쟁력 회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구의 전통적 지지 기반을 강조하며 조직 결속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대구시의회와 기초단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역 정치 기반 역시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 안팎에서는 “일부 탈당 사례를 전체 민심 변화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는 경제와 산업 정책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대구는 섬유 산업 중심 도시에서 첨단 산업 구조 전환을 추진 중이며, 미래 모빌리티·로봇·의료산업 육성 등이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동시에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 문제 해결 역시 지역 정치권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현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구시장 선거 결과 자체뿐 아니라 득표율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계열 후보가 과거보다 의미 있는 지지율 상승을 기록할 경우, 향후 영남권 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압도적 우위를 유지한다면 보수 텃밭의 견고함이 다시 확인되는 셈이다.
한편 김 후보는 1958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났다. 이후 대구광역시에서 성장했으며, 대구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경기 군포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2년에는 민주당 계열 정치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으로 평가받던 대구 수성갑 출마를 선언했다. 두 차례 낙선 끝에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며 화제를 모았다.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가 대구 지역구에서 승리한 것은 오랜 기간 보기 드문 사례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후 제47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국무총리 재임 당시 코로나19 방역 대응과 재난안전 정책 등을 총괄했다. 김 후보는 비교적 온건하고 통합 지향적 성향의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왔으며, 영남권 기반 확장을 시도해온 민주당 내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