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좀처럼 내리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졌다. 2026년 들어 소비 심리가 꺾이자 대형마트와 편의점, 이커머스 등 유통업계 전체가 초저가 상품을 내세운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 방법이 가격 외엔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2026년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상승했다. 식료품과 외식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가계가 느끼는 부담은 수치보다 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2026년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서도 업체들은 매출 부진 사유로 고물가와 소비 위축을 가장 먼저 꼽았다. 업계가 초저가 정책을 펼치는 배경이다.
PB와 균일가로 승부... 유통 채널별 ‘저가 설계’ 상품들
이마트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자체 브랜드인 '5K 프라이스'를 통해 5000원 이하 상품을 빠르게 늘리는 중이다. 400g 기준 980원인 두부와 콩나물은 예산에 맞춰 장을 보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저가 식재료의 대표 사례가 됐다. 생수와 커피, 생활용품도 1000~5000원 사이 가격대에 촘촘히 놓았다.
술 가격도 내려갔다. 이마트는 750mL 막걸리를 990원에 내놨고 롯데마트는 1.2L 막걸리를 1890원에 판매한다. 이런 상품은 이익을 남기기보다 점포 방문을 이끌어내는 유인 상품 성격이 짙다. 마진보다 고객 유입을 먼저 생각한 셈이다.

편의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CU의 초저가 브랜드 '득템시리즈'는 계란 10알과 즉석밥, 두부 등 필수 식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며 5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넘겼다. GS25와 세븐일레븐도 2000원대 햄버거와 3000원대 도시락, 1000원대 라면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는 1000~2000원대 물건을 파는 다이소를 의식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들이 균일가 상품을 내놓는 것도 다이소와의 가격 격차를 좁히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커머스까지 번진 가격 전쟁... 남겨진 과제들
오프라인 경쟁은 온라인으로 이어졌다. G마켓은 6일부터 19일까지 보름 동안 상반기 쇼핑 행사인 '빅스마일데이'를 연다. 판매자 3만 1100여 명이 참여하며 1000개 상품을 선정해 크게 할인하는 '천만흥행딜'이 주된 내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CJ제일제당, 다이슨 등 유명 브랜드가 대거 참여한다. G마켓 쪽은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을 낮추려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물건 가격을 낮추는 단계에서 협력 제조사에 납품 단가 조정을 요구하게 되거나 품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문을 유도하려 일부 상품 가격을 내리는 전략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원가 구조를 개선하고 상품 구성을 조절하는 능력이 이번 싸움의 승부처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가격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상품 기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