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황무지였는데... 5월만 되면 한국인들 수십만 명 몰려가는 의외의 '섬'

2026-05-06 17:00

약 11만㎡에 달하는 광활한 남도 일대에 식재된 봄꽃
3년 연속 경기대표관광축제'로 선정된 '자라섬 봄 꽃축제'

버려진 모래섬이었던 경기 가평 자라섬이 매년 5월이면 형형색색의 봄꽃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과거 거친 풀만 무성하던 황무지는 이제 연간 수십만 명의 발길이 이어지는 생태 관광의 성지로 거듭났다. 북한강의 푸른 물결과 꽃양귀비의 붉은 물결이 어우러진 ‘자라섬 봄꽃 페스타’가 올해도 상춘객들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가평 자라섬.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가평 자라섬.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자라섬 봄꽃 페스타’의 역사와 특징

가평 자라섬.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가평 자라섬.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자라섬. / 뉴스1
자라섬. / 뉴스1

자라섬 봄꽃 페스타는 단순히 지자체가 기획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역의 아픔을 희망으로 승화시킨 상징적인 축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라섬 남도는 상습 침수 구역으로 분류돼 활용 가치가 낮은 땅에 불과했다.

가평군은 이 유휴지를 활용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꽃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 축제는 ‘경기대표관광축제’로 3년 연속 선정될 만큼 내실 있는 구성을 자랑한다.

약 11만㎡(약 3만 3000평)에 달하는 광활한 남도 일대에는 꽃양귀비, 유채꽃, 수레국화, 페튜니아 등 수만 송이의 봄꽃이 식재돼 장관을 이룬다. 특히 단순한 꽃의 나열을 넘어 스토리텔링이 담긴 정원 연출이 핵심이다.

6.25 전쟁 당시 가평 전투에 참전한 우방국들과의 우정을 기리는 ‘우정의 정원’이나 가평군 캐릭터를 활용한 ‘무지개 정원’ 등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자라섬 남도의 주인공이라 불리는 꽃양귀비는 5월이면 섬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 또 일반적인 노란 유채꽃과 달리 보라색 빛을 띠는 청유채(보라유채)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보라색 꽃밭'으로 SNS에서 큰 화제가 됐던 꽃이다.

자라섬 구절초 정원. / 뉴스1
자라섬 구절초 정원. / 뉴스1

올해 축제는 '푸른 물결 위, 화려한 꽃의 항해'를 주제로 꾸며져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봄날의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축제장 곳곳에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설치되며 주말과 휴일에는 거리공연과 풍선아트 등이 펼쳐진다. 또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힐링 도보 투어와 다문화 체험 부스가 운영되며 자라나루 선착장 인근에는 먹거리 부스가 설치된다.

가평 레일바이크∼자라섬 입구∼남도 입구에 전기차도 무료 운영된다. 입장 시간은 오전 8시∼오후 6시이며 입장료 7천원을 내면 5천원을 가평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는다. 가평군민과 5세 이하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 상품권은 축제장 내 농특산물 판매 부스와 먹거리 부스, 지역 내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입장권을 소지하면 쁘띠프랑스, 이탈리아마을, 가평 레일바이크, 브릿지짚라인, 아침고요수목원 등 인근 관광지 13곳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거북을 닮은 섬, 자라섬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 뉴스1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 뉴스1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 뉴스1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 뉴스1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일대에 위치한 자라섬은 섬의 모양이 자라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자라섬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이름을 가졌던 건 아니다.

1943년 청평댐이 완공되면서 북한강 물줄기가 차올라 섬이 형성됐을 당시, 이곳은 중국인들이 섬 안에서 수박과 참외 농사를 지었다는 이유로 ‘중국섬’이라 불렸다. 이후 1986년 가평군 지명위원회에서 현재의 이름인 자라섬으로 공식 명칭을 정하며 오늘에 이르게 됐다.

자라섬은 독특한 지리적 특성을 띤다. 동도, 서도, 중도, 남도 등 4개의 섬이 연륙교로 연결된 형태다. 전체 면적은 약 66만㎡로 인근 남이섬의 약 1.5배 크기에 달한다.

각 섬은 저마다의 뚜렷한 개성을 지닌다. 서도에는 오토캠핑장과 실내 식물원인 ‘이화원’이 자리 잡고 있어 캠핑족들의 성지로 통한다. 또 중도는 넓은 잔디광장을 갖춰 매년 가을 세계적인 음악 축제인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주 무대가 된다.

봄꽃 축제의 중심인 남도는 자라섬의 가장 안쪽에 위치해 북한강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섬 전체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생태 자원인 만큼 인위적인 건축물을 최소화하고 나무와 꽃, 강물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집중했다.

자라섬은 북한강의 수위 조절에 따라 때로는 물에 잠기기도 한다. 오히려 그 점이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꽃들이 더욱 선명한 색을 낼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교통편 및 이용 가이드

가평 자라섬.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가평 자라섬.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자라섬. / 뉴스1
자라섬. / 뉴스1

자라섬은 수도권에서 대중교통만으로도 충분히 닿을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거쳐 가평읍으로 진입하면 되지만, 축제 기간의 교통 체증을 피하고 싶다면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ITX-청춘 열차를 이용하면 용산역에서 가평역까지 약 1시간, 청량리역에서는 40분 내외면 도착할 수 있다.

경춘선 전철 가평역에서 하차하면 자라섬 입구까지는 도보로 약 15~20분 소요된다. 걷는 길이 평탄하고 가평의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어 산책 삼아 이동하기에 적당하다.

시외버스를 이용한다면 동서울터미널이나 잠실역에서 출발하는 광역버스를 타고 가평터미널에서 하차해 택시나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자라섬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가능하며, 늦은 오후의 은은한 조명 아래 꽃길을 걷는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자라섬과 남이섬을 오가는 선박 운항도 재개돼 두 섬의 매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동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입장 전 미리 가평군 홈페이지나 관련 앱을 통해 주차 정보와 공연 스케줄을 확인하면 더욱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구글지도, 자라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로컬 문화 쉼터

음악역 1939. / 가평군 공식 블로그, AI
음악역 1939. / 가평군 공식 블로그, AI

자라섬 인근에 자리한 '음악역 1939'는 당시 처음 문을 열었던 가평역의 역사적 상징성을 담아 명명됐다.

1939년에 개통돼 70년 넘게 가평의 관문 역할을 했던 옛 가평역사가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화로 폐역이 되자, 그 부지를 그대로 활용해 조성됐다.

현재는 공연장, 스튜디오, 영화관, 산책로가 어우러진 가평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사랑받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녹음실과 공연장을 갖춘 엠스테이션을 비롯해 야외 광장에 설치된 거대한 콘트라베이스 조형물은 재즈 페스티벌의 도시다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가평군 최초의 상영관인 '1939 시네마'도 자리해 있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없는 지역민들에게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공간으로, 2개 관의 아담한 규모지만 최신 개봉작을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다.

자라섬에서 화려한 봄꽃으로 눈을 즐겁게 했다면, 이곳에서는 감미로운 음악과 세련된 건축미로 귀와 마음을 달랠 수 있다. 또 옛 철길 노반을 그대로 살린 산책로가 자라섬 방향으로 이어져 있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과거 경춘선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철교 유휴지 등도 만날 수 있다.

'음악역 1939'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구글지도, 음악역 1939

home 이서희 기자 sh0302@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