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196일 만에…'김창민 감독 사망사건' 피의자 2명, 결국 이렇게 됐다

2026-05-04 17:35

부실 수사 논란 속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

김창민 영화감독이 경기 구리시 한 식당 앞에서 폭행을 당해 숨진 지 196일 만에 피의자 2명이 구속됐다.

고인이 된 김창민 감독. / 고 김창민 감독 인스타그램
고인이 된 김창민 감독. / 고 김창민 감독 인스타그램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4일 오전 피의자 이모(31)씨와 임모(31)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세 번째 청구 만에, 임씨에 대해서는 두 번째 청구 만에 각각 발부됐다. 앞선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은 두 차례에 걸쳐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사건의 발단…식당 앞 소음 시비가 부른 참극

사건은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1시쯤 벌어졌다. 김 감독은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구리시 내 한 식당을 찾았다가 다른 테이블 무리와 소음 문제로 다툼이 벌어졌고, 이씨와 임씨 등으로부터 식당 앞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 당시 발달장애 아들이 이 장면을 그대로 목격했다.

김 감독은 폭행 직후 정신을 잃었고, 약 1시간 만에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17일 만에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지난해 11월 7일 끝내 숨졌다. 소음 시비에서 비롯된 폭행이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김창민 감독 안치 공간. / 고 김창민 감독 인스타그램
김창민 감독 안치 공간. / 고 김창민 감독 인스타그램

두 차례 기각…반년 넘게 불구속 수사

폭행 직후 경찰은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에 대해선 두 차례, 임씨에 대해선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내세운 사유는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피의자는 반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여기에 경찰이 초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1명만 특정해 검찰에 넘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유족 측은 부실 수사 의혹을 공식 제기했고,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자신의 SNS를 통해 엄정한 보완수사를 약속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이어졌다.

검찰 전담팀 출범…보완수사로 영장 재청구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2부(박신영 부장검사)는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김 감독의 발달장애 아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피의자들의 주거지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상해치사 혐의에 더해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발달장애 아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가했다는 점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이 같은 보완수사를 거쳐 검찰은 지난달 28일 이씨와 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 향하는 고 김창민 감독 상해치사 피의자들. / 뉴스1
영장실질심사 향하는 고 김창민 감독 상해치사 피의자들. / 뉴스1

이례적 유족 진술…법정에 선 아버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법원이 피해자 유족인 김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씨와 유족 측 변호인을 법정에 출석시켜 직접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영장실질심사에 피해자 유족이 출석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에서 벗어난 조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두 차례 영장 기각 사실이 알려진 뒤 사법 당국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진 것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족 측은 출석 전 "피의자들을 구속해야 할 필요성을 법률과 사실에 근거해 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씨는 법정 입장 전 취재진에 "지금은 할 말이 없고 결과를 보고 말하겠다"는 짧은 말만 남겼다.

반면 피의자 이씨와 임씨는 영장실질심사 출석 당시 "유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고 김창민 영화감독 상해치사 사건 피의자 2명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가운데 김 감독의 아버지가 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고 김창민 영화감독 상해치사 사건 피의자 2명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가운데 김 감독의 아버지가 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구속 이후 절차…재판행 수순 밟는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이씨와 임씨는 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지는 수순을 밟게 됐다. 두 사람에게 적용된 혐의는 상해치사와 장애인복지법 위반 두 가지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피의자들의 혐의 입증에 만전을 기해 피해자가 억울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피의자들이 죄에 상응해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해치사죄는 형법 제259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여기에 장애인복지법 위반에 따른 정서적 학대 혐의가 병합 적용될 경우 형량은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 실제 선고 형량은 법원이 폭행의 경위, 피해 결과, 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많은 이들의 궁금증…사건 쟁점 정리

이 사건을 접한 이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는 점이다. 상해치사는 결과적으로 사람이 사망한 중범죄임에도 피의자들은 반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 있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영장심사 단계에서 법원이 '도주 우려'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어 초기 기각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피의자들이 일정한 거주지와 생활기반을 갖추고 있을 경우, 법원은 도주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쟁점은 경찰이 초기에 피의자를 한 명만 특정해 검찰에 넘겼다는 부분이다. 복수의 폭행 가담자가 있는 사건에서 수사 초기 단계의 피의자 특정이 불완전했다는 점은 수사의 완성도를 두고 논란을 낳았다.

발달장애 아들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도 이 사건을 단순 폭행 사건 이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이의 심리적 충격과 정서적 피해가 법적 판단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유튜브, 사건파일24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