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너 일가가 고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 대한 12조 원 규모의 상속세 납부를 전액 완료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납세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은 지난달 말 상속세 마지막 회차분을 납부하며 모든 절차를 끝마쳤다. 이번 상속세는 지난 2020년 별세한 이 선대회장이 남긴 주식과 부동산, 미술품 등 총 26조 원 규모의 유산에 대해 부과된 것으로 그 액수만 무려 12조 원에 달한다. 삼성 일가는 거액의 세금을 한꺼번에 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2021년부터 5년간 총 6차례에 걸쳐 나누어 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왔다. 이들이 납부한 12조 원은 국내 세정 사상 전무후무한 최대 액수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막대한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 재정에 유입된 12조 원의 상속세는 향후 사회 각 부문의 복지와 국가 기간 시설 확충을 위한 소중한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한 법적 의무 이행을 넘어 이번 납세 완료는 재벌 일가가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원칙을 실천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크다. 삼성 측은 상속세 신고 당시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임을 강조하며 투명하고 성실한 납세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유족들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수조 원대의 대출을 받거나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등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감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회장의 철학을 잇는 삼성의 대규모 사회공헌 사업 역시 상속세 납부와 함께 꾸준히 속도를 내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 2021년 국립중앙의료원에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위해 7000억 원을 출연했으며 서울대병원에는 소아암과 희귀질환 어린이를 돕기 위해 3000억 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을 바탕으로 2030년 건립될 중앙감염병병원은 150병상 규모의 첨단 시설을 갖추고 신종 감염병 대응과 임상 연구의 핵심 기지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대병원에 전달된 지원금은 이미 지난해 말까지 약 2만 8000여 명의 환아에게 전달되어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소중한 발판이 되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2만 3000여 점의 미술품 기증을 통해 국민의 문화적 권익을 비약적으로 확대했다는 찬사를 받는다. 기증된 작품들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전국 각지 미술관에 나뉘어 소장되었으며 국내외 순회전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올해는 시카고와 런던 대영박물관 등 세계적인 전시장에서 글로벌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러한 문화적 자산의 환원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며 한국 사회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행법상 상속세는 사망한 사람이 남긴 재산이 가족이나 친족 등 상속인에게 승계될 때 부과되는 국세로 무상으로 이전되는 부에 대해 일정 부분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한국의 상속세 구조는 재산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 체계를 채택하고 있으며 과세표준이 30억 원을 초과할 경우 최대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기업 경영권을 승계하는 대주주 주식의 경우에는 할당 평가를 통해 최대 60%까지 세율이 치솟아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상속세 부담을 지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대기업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상속세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기업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상속세가 이미 소득세를 낸 재산에 대해 다시 세금을 매기는 이중과세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며 사회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반대 측은 선대회장이 생전에 소득을 벌어들일 때 이미 최고 수준의 소득세를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 시점에 남은 재산에 다시 높은 세율의 상속세를 매기는 것은 징벌적 과세라고 주장한다. 특히 높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매각하거나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논리다. 이는 자본의 해외 유출을 부추기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상속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부의 대물림을 억제하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상속세가 반드시 필요한 장치라고 맞서고 있다. 상속받은 재산은 상속인 입장에서 보면 아무런 노력 없이 얻은 불로소득에 해당하므로 이를 적절히 환수하여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 부합한다는 시각이다. 상속세가 폐지되거나 대폭 완화될 경우 부의 편중 현상이 심화되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또한 국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상속세는 포기하기 어려운 주요 세원 중 하나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상속세 이중과세 논란은 단순히 세금의 높고 낮음을 떠나 우리 사회가 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많은 선진국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하여 이중과세 논란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조세 형평성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현행 상속세제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려는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과도한 세 부담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세제 개편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여론을 의식하여 최근 상속세율 조정이나 공제 한도 확대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해관계자들의 찬반 양론이 팽팽해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 일가의 이번 12조 원 납부 완료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상징성 때문에 상속세 개편 논의에 다시 한번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 기업 가문의 사적인 의무 이행을 넘어 이번 사건은 한국 경제의 지배구조 안정성과 조세 제도의 합리성을 점검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막대한 세금이 사회 곳곳으로 흘러 들어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상속세의 본질적인 기능과 개선 방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세금은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지만 동시에 경제 주체들의 의욕을 꺾지 않는 공정함과 합리성을 갖추어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삼성 일가가 보여준 성실 납세의 자세는 한국 재벌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국민들에게는 세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