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오히려 역대급 수치를 기록하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최신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총 927건으로 집계되어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2023년 486건과 2024년 526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사이에 사고 발생 빈도가 두 배 가까이 폭증한 셈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사고로 인한 사상자 수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여 지난해에만 1000명이 넘는 어린이가 길 위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구체적인 사상자 지표를 보면 2023년 523명에서 2024년 556명으로 소폭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갑작스럽게 천 명대를 돌파하며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사고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운전자의 부주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발생한 사고 유형 중 안전 운전 불이행이 41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보행자 보호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232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신호를 위반하거나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기초적인 교통 법규를 어긴 사례도 빈번했으며 특히 스쿨존 내 음주운전 사고는 10건이 발생해 16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는 과거 2년 동안의 음주운전 사고 수치보다 늘어난 결과로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도 여전히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위험천만한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시간대는 주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학원으로 이동하는 오후 시간에 집중되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의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만 757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하루 중 가장 위험한 시간대로 꼽혔다. 하교가 시작되는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도 647명의 아이가 사고를 당해 등교 시간보다는 방과 후 활동 시간에 사고 위험이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간대는 운전자들의 통행량이 늘어나고 아이들의 외부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점인 만큼 각별한 주의와 집중력이 요구되는 구간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민식이법 시행 이후 스쿨존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다양한 제도적 보완을 이어왔다. 경찰 또한 등하교 시간에 맞춰 순찰을 강화하고 음주운전 단속을 수시로 진행하며 사고 예방에 힘을 쏟고 있지만 늘어나는 사고 수치는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와 병행하여 운전자들이 스쿨존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도로 구조 자체를 바꾸거나 기술적인 안내 장치를 보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로에 진입할 때 경고음이 울리게 하거나 속도 제한을 물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식이법은 지난 2019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가슴 아픈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으며 크게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두 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스쿨존 내에 과속단속카메라와 신호등 그리고 과속방지턱 설치를 의무화하여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가 물리적으로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보행자인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신호 체계를 정비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실제로 이 법안 통과 이후 전국의 수많은 초등학교 앞 도로에는 노란색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운전자들의 시야 확보를 돕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스쿨존 내에서 안전 운전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어린이가 상해를 입었을 때도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등 일반 도로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 이 법은 운전자에게 극도의 주의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법률적 장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스쿨존 관련 교통법규는 운전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 핵심 수칙을 명시하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시속 30km 이하의 서행 운전이며 일부 지자체나 도로 여건에 따라 시속 20km까지 제한되는 곳도 존재한다. 또한 스쿨존 내 모든 도로에서는 주정차가 전면 금지되어 있는데 이는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로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일반 도로보다 3배가량 비싼 과태료가 부과되며 승용차 기준 12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운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신호등이 없더라도 일단 정지해야 한다는 규정도 강화되어 시행되고 있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시야가 좁고 위험 판단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대기하고 있다면 운전자는 반드시 차를 멈추고 안전을 확인한 뒤 이동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고 통과하다 적발되면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되며 사고 발생 시에는 앞서 언급한 가중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스쿨존은 단순히 속도를 줄이는 곳이 아니라 어린이를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는 특별한 구역임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와 처벌이 엄격해지고 있음에도 사고가 늘어나는 현실은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인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운전자들은 내 아이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스쿨존에 들어서는 순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주변을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법규 위반 시 부과되는 벌금을 징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의 도로 설계를 보행자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법률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일 뿐 진정한 안전은 운전자와 시민 모두가 어린이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