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겨도 새 역사…프로농구 첫 ‘5·6위 챔프전’ 열린다

2026-05-01 16:59

정규리그 1·2위 모두 탈락…이변 속 탄생한 결승 대진
플레이오프 전승 소노 vs 6위 반란 KCC, 누가 이겨도 새 역사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5위와 6위 팀이 맞붙는 챔피언결정전이 성사됐다.

부산 KCC와 고양 소노의 경기 / 연합뉴스
부산 KCC와 고양 소노의 경기 / 연합뉴스

부산 KCC는 지난 3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안양 정관장을 84-67로 꺾었다. 5전 3선승제 시리즈를 3승 1패로 끝낸 KCC는 정규리그 6위 팀으로는 사상 처음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앞서 챔프전에 선착한 정규리그 5위 고양 소노와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프로농구에서 5위와 6위 팀이 나란히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챔프전은 정규리그 1·2위 팀이나 상위 시드 팀들이 주도해왔지만 이번 시즌 봄 농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소노와 KCC가 각각 상위 팀을 연달아 무너뜨리며 결승 무대까지 올라오면서 KBL은 새 기록의 무대를 맞게 됐다.

사상 첫 5·6위 챔프전…누가 이겨도 새 역사

이번 챔프전은 결과와 관계없이 기록으로 남는다. 소노가 우승하면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 시즌에 곧바로 정상까지 오르는 극적인 장면이 완성된다. KCC가 우승하면 정규리그 6위 팀 최초 챔피언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운다.

KCC 이상민 감독이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뉴스1
KCC 이상민 감독이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뉴스1

KCC는 이미 하위 시드 반란의 기억을 갖고 있다. 2023-2024시즌 정규리그 5위로 챔프전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했다. 당시에도 확률상 불리하다는 평가를 뒤집고 정상에 섰다. 이번에는 6위 팀으로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이상민 감독이 말한 ‘0%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소노 역시 의미가 크다.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팀이 곧바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왔다. 정규리그 막판부터 이어진 흐름은 단순한 반짝 돌풍이 아니었다. 6강과 4강을 거치며 강팀들을 연달아 잡아낸 결과였다.

손창환 고양 소노 감독이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뉴스1
손창환 고양 소노 감독이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뉴스1

‘태풍의 소노’…10연승으로 시작된 돌풍

소노의 챔프전 진출은 정규리그 막판 10연승에서 출발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소노가 결승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한 시선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막판 연승으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5위로 창단 첫 봄 농구 티켓을 잡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더 강했다. 6강에서 정규리그 4위 서울 SK를 만난 소노는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첫 경기부터 빠른 템포와 과감한 외곽 공격으로 상대를 흔들었고 시리즈를 3연승으로 마무리했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라는 부담보다 상승세의 자신감이 더 컸다.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26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에서 소노 이정현이 3점슛을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26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에서 소노 이정현이 3점슛을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4강 상대는 정규리그 1위 창원 LG였다. 객관적인 전력과 시즌 성적만 보면 LG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소노는 또 한 번 예상을 뒤집었다. 정규리그 MVP 이정현이 공격의 중심을 잡았고 케빈 켐바오와 네이던 나이트가 득점과 골밑 싸움에서 힘을 보탰다. 소노는 LG전도 3연승으로 끝내며 6강과 4강을 모두 스윕으로 통과했다.

플레이오프 6전 전승. 이 흐름은 소노가 단순히 운 좋게 올라온 팀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시즌 막판 10연승까지 포함하면 소노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뜨거운 팀이 됐다. 이제 남은 목표는 창단 첫 우승이다.

‘슈퍼팀’ KCC…6위에서 다시 깨어난 우승 DNA

KCC의 챔프전행도 극적이다. KCC는 시즌 전부터 화려한 전력으로 ‘슈퍼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허훈과 허웅, 최준용, 송교창 등 리그 정상급 이름들이 한 팀에 모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숀 롱까지 버티며 전력만 놓고 보면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정규리그는 기대만큼 순탄하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이어지며 순위는 6위까지 밀렸다. 봄 농구 막차를 탄 셈이지만 플레이오프에 들어서자 KCC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24일 경기 안양시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2025-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 부산 KCC와 안양 정관장의 경기, 부산 KCC 최준용이 득점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달 24일 경기 안양시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2025-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 부산 KCC와 안양 정관장의 경기, 부산 KCC 최준용이 득점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뉴스1

6강에서는 원주 DB를 3연승으로 눌렀다. 정규리그 순위는 낮았지만 단기전 경험과 선수 개개인의 해결 능력이 살아났다. 이어 4강에서는 정규리그 2위 안양 정관장을 만났다. KCC는 2차전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고 홈에서 열린 4차전에서 17점 차 완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끝냈다.

4차전 경기 내용도 KCC다운 승리였다. 경기 초반부터 17-6으로 앞서가며 분위기를 잡았다. 정관장이 2쿼터 초반 20-20 동점까지 따라붙었지만 그 이후 다시 KCC의 공격이 살아났다. 숀 롱은 22점 15리바운드로 골밑을 지배했고 최준용은 20점 9리바운드로 공수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허웅은 15점 5리바운드, 허훈은 12점 6어시스트로 경기를 조율했다. 송교창도 6점 6어시스트로 팀 흐름을 살렸다.

정관장은 3쿼터 들어 긴 시간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흐름을 내줬고 렌즈 아반도가 5반칙으로 빠지면서 추격 동력을 잃었다. KCC는 3쿼터 후반 19점 차까지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허훈이 경기 중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4쿼터 다시 코트에 서며 팀 승리를 함께했다.

창과 창의 맞대결…공격 농구가 결승 흔든다

이번 챔프전은 공격 색깔이 강한 두 팀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KCC는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83.1점으로 리그 득점 1위에 올랐다. 소노도 경기당 평균 79.2점으로 득점 4위를 기록했다.

KCC는 화려한 개인 기량과 다양한 공격 옵션이 강점이다. 허훈은 경기 운영과 돌파, 외곽을 모두 갖춘 가드다. 허웅은 큰 경기에서 슛 한 방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고 최준용은 포지션을 넘나드는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다. 송교창은 활동량과 높이를 더하고 숀 롱은 골밑에서 확실한 득점원 역할을 한다.

1일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KBL센터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고양 소노이정현(왼쪽)과 부산 KCC 허훈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KBL 제공, 뉴스1
1일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KBL센터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고양 소노이정현(왼쪽)과 부산 KCC 허훈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KBL 제공, 뉴스1

소노는 빠른 템포와 스페이싱이 강점이다. 이정현이 볼을 잡으면 공격 전개가 빨라지고 켐바오와 나이트가 안팎에서 득점 루트를 만든다. 플레이오프 내내 소노는 상대 수비가 정돈되기 전 과감하게 공격했고 외곽이 터질 때는 순식간에 흐름을 가져왔다.

결국 시리즈는 누가 상대의 공격 리듬을 먼저 끊느냐에 달려 있다. 소노가 지금의 속도와 자신감을 유지하면 KCC도 쉽게 흐름을 잡기 어렵다. 반대로 KCC가 경험을 앞세워 경기 템포를 조절하고 골밑 우위를 살리면 소노의 연승 행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1차전 승리 확률 71.4%…일정 변수도 관건

챔프전은 오는 5일 어린이날 고양에서 1차전을 시작한다. 정규리그 5위 소노가 6위 KCC보다 높은 시드라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갖는다. 1·2차전은 고양에서 열리고 이후 무대는 부산으로 옮겨진다.

첫 경기의 중요성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28차례 가운데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경우는 20차례다. 확률로는 71.4%다. 양 팀 모두 1차전에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1일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KBL센터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고양 소노 케빈 켐바오(왼쪽부터)와 이정현, 손창환 감독, 부산 KCC 이상민 감독, 허훈, 최준용이 우승 트로피에 손을 올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KBL 제공, 뉴스1
1일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KBL센터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고양 소노 케빈 켐바오(왼쪽부터)와 이정현, 손창환 감독, 부산 KCC 이상민 감독, 허훈, 최준용이 우승 트로피에 손을 올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KBL 제공, 뉴스1

일정 변수도 있다. 당초 부산 4차전은 11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사직체육관 대관 사정으로 10일로 앞당겨졌다. 이 때문에 3차전과 4차전이 9일과 10일 연속으로 치러진다. 베테랑이 많은 KCC에는 체력 관리가 숙제가 될 수 있고, 빠른 템포를 앞세우는 소노에도 로테이션 운용이 중요해졌다.

양 팀 감독의 시선도 다르다. 소노는 길어지는 시리즈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KCC는 2년 전처럼 짧고 강하게 끝내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기세로 몰아붙이는 소노와 경험으로 버티는 KCC의 싸움은 1차전부터 치열할 전망이다.

정규리그 순위만 보면 5위와 6위의 결승이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만 보면 올 시즌 가장 강한 두 팀이 마지막 무대에서 만났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소노는 창단 첫 우승을 꿈꾸고 KCC는 6위 팀 최초 우승을 노린다. 사상 첫 5·6위 챔프전은 KBL 역사에 남을 이변의 결말을 기다리고 있다.

유튜브, KBS News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