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가족이 한 지붕 아래 산다는 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에 가깝다. EBS1 ‘건축탐구 집’은 이번 방송에서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공간으로 풀어낸다. 자매가 이웃이 아닌 가족으로 다시 만난 집, 그리고 세대가 겹쳐 살아가는 집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완성된 두 공간은 결국 ‘양보’와 ‘공존’이라는 공통된 질문으로 이어진다.

5일 방송에서는 먼저 경기도 용인의 한 주택가를 찾는다. 이곳에는 두 자매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집이 있다. 함께 살자는 제안은 둘째 언니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을 서로 돌볼 수 있고, 생활의 부담도 나눌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였다. 여기에 형부의 파격적인 조건까지 더해지며, 한 지붕 두 가족의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네 자매 중에서도 가장 가까웠던 둘째와 막내가 선택된 이유도 자연스럽다. 함께 있을 때 더 편하고, 부딪히기보다 보완되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1층은 동생 가족의 공간으로, 단정한 색감과 실용적인 구조가 특징이다. 아이들의 공부방 한켠에는 아버지를 위한 작은 취미 공간도 마련돼 있다. 생활의 균형을 고려한 설계가 곳곳에 반영된 모습이다. 당초에는 지하에 영화관과 오락실을 갖춘 ‘풀옵션 공간’도 계획됐지만, 예산 문제로 무산됐다. 대신 2층에는 두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층고를 높이고 다락을 더해 개방감을 살렸고, 야외 테라스는 내부와 외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부족함을 채우려 시작한 동거는 어느덧 9년째 이어지며, 두 가족의 일상이 됐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수원으로 향한다. 화성을 품은 도시 한복판에서 3대가 함께 살아가는 집이다. 결혼 후 단 3년 만에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된 부부는, 여러 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세대가 합쳐진 생활을 이어왔다. 이후 기존 주택이 문화재 보호 구역에 포함되면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지만, 부부는 다른 지역이 아닌 같은 동네를 다시 선택했다. 부모님이 오랜 시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역사문화보존지구에서 집을 짓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공사 전 문화재 조사를 거쳐야 했고, 각종 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추가 비용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집 안의 구조에 더 많은 고민을 담았다. 대표적인 공간은 5m 높이의 삼각형 주방 창이다. 단열 문제로 늘 커튼을 치고 살아야 했던 부모님을 위해, 햇살을 온전히 들일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이 집은 방의 크기보다 동선을 우선했다. 부모님의 방은 가장 편한 위치에 배치해 가족이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도록 했고, 곳곳에는 숨겨진 수납공간을 만들어 실용성을 높였다. 계단 아래, 다실 바닥 아래까지 공간을 비워두지 않은 설계는 생활의 흔적을 담아내기 위한 선택이다. 2층과 3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부부와 손주 세대의 생활이 더해지며, 하나의 집 안에서 세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건축탐구 집’은 이번 방송에서 함께 산다는 선택이 만들어낸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 자매 가족이 나누는 일상과, 세대가 겹쳐 살아가는 집의 구조 속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양보하고 배려한 흔적이 담겨 있다.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지는 두 집의 이야기는,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BS1 ‘건축탐구 집’은 5월 5일 밤 9시 55분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