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 경고를 두고 삼성전자 노조가 “우리 노조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뉴스1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최근 조합원 커뮤니티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삼성전자 노조를 향한 경고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LG유플러스를 보고 한 이야기”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LG유플러스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점을 언급하며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그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 성과급에 대해 “납득 가능한 수준”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의 과도하거나 부당한 요구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경우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움직임을 둘러싼 사회적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성과급과 관련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5%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삼성전자 실적 개선 전망도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성과급 규모가 매우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LG유플러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임직원 수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인당 2700만원 안팎의 성과급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 같은 비율 차이를 들어 자신들의 요구가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대통령 발언의 취지를 좁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특정 노조 하나를 지목했다기보다 고임금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전체 노동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이 국가 산업과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노조가 비판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무리한 요구” 69%…삼성전자 파업 부정 여론 우세
여론도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흐름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같은달 29일 발표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는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 계획에 대해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반면 ‘정당한 권리 행사 및 보상 요구로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모든 권역에서 부정 평가가 60%를 넘었다. 광주·전라 지역은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80.7%로 가장 높았다. 연령별로도 전 세대에서 부정 인식이 우세했다. 60대가 81.0%로 가장 높았고 50대 71.7%, 70세 이상 70.5%, 40대 65.0%, 18~29세 62.6%, 30대 62.4% 순이었다.
파업이 현실화돼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따른 한국 반도체 산업 신뢰도 하락’이 33.3%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부품·장비 협력사의 연쇄 경영난 및 국내 경제 위축’ 25.9%, ‘TSMC 등 경쟁사와의 격차 심화 및 시장 주도권 상실’ 18.0%, ‘주가 하락 및 소액주주 피해’ 14.1% 순이었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파업이 기업 내부 갈등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수억원대 성과급 논란…사업부·계열사 갈등으로 확산
성과급 논란은 삼성전자 내부의 형평성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노조 요구가 반영될 경우 반도체 사업을 맡는 DS 부문과 스마트폰·가전 사업을 맡는 DX 부문 사이 성과급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요구가 사실상 DS 부문을 중심으로 설계된 만큼 DX 소속 직원들 사이에서는 같은 삼성전자 안에서도 특정 사업부 이익만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분위기다.
DS 내부에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메모리 사업은 호황을 맞았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은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그런데도 DS 소속이라는 이유로 같은 성과급 기준이 적용될 경우 흑자 기여도와 무관하게 고액 성과급을 받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성과급 요구가 현실화할수록 노사 갈등뿐 아니라 사업부 간 노노 갈등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갈등은 삼성전자 밖으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삼성전기와 삼성SDS,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다른 삼성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 논의가 수억원대 규모로 거론되면서 그룹 전체의 임금·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과 관련해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노조는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 반발했다. 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장관 발언에 대해 민간기업 노사관계에 대한 불균형한 시각이라며 반도체 산업 노동자를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