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왕시 아파트에서 불이 나 거주자 부부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발화 세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노후 고층 아파트 소방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30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의왕시 내손동의 한 20층짜리 아파트 14층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해당 세대 거주자인 부부 2명이 숨지고 5명이 연기 흡입 등 부상을 입었다. 숨진 부부 중 60대 남편은 화재 현장에서 추락해 숨졌으며, 50대 아내는 세대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서는 숨진 남편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경제적 문제 등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방화 가능성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소방 당국은 다수 인명 피해 우려로 화재 발생 15분 만인 오전 10시 45분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35대와 인력 102명을 현장에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불은 신고가 접수된 지 약 2시간 만인 낮 12시 35분쯤 완전히 꺼졌다. 한때 검은 연기가 다량 솟구치면서 119 신고가 잇따랐으며, 아파트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의왕시도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인근 주민들에게 안전 유의를 당부했다.
불이 난 세대 내부는 전소됐고, 건물 외벽도 그을리는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잔불 정리를 마치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

스프링클러 없었다…"노후 고층아파트 사각지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지상 20층, 지하 1층 규모로 총 78세대가 거주 중이었다. 처음 불이 난 14층 세대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아파트는 2002년 6월 준공됐는데, 당시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법은 16층 이상 세대부터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었다. 발화 지점인 14층은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셈이다.
소방 당국은 노후 고층아파트를 대상으로 연 1회 종합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15층 이하 세대는 초기 대응에 취약한 구조다.

아파트 화재 시 이렇게 대피해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아파트 화재 발생 시 대피 요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방청 피난행동요령에 따르면, 상황별 대응법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뛰쳐나오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자기 집에서 불이 나 대피가 가능한 경우에는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현관 입구 화재로 대피가 어렵다면 대피 공간이나 경량칸막이가 설치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른 세대에서 불이 난 경우라면 무조건 뛰어나오기보다 상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자기 집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세대 안에서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하고, 창문을 닫아 연기 유입을 막는 것이 좋다.

특히 대피할 때 현관문을 열어둔 채 나가는 행동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연기나 화염이 '굴뚝효과'에 의해 복도·계단 등을 타고 빠르게 확산돼, 안전하게 대피해 구조를 기다려야 할 공간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 당국은 "아파트 화재 시 반드시 현관문을 닫고 대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연기가 많은 상황에서는 팔과 무릎으로 기어서 이동하되 배를 바닥에 대지 않도록 하고, 한 손으로는 코와 입을 젖은 수건 등으로 막아 연기가 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피 경로가 막혔다면 베란다에 설치된 경량칸막이를 파괴해 옆집 세대로 대피하거나, 창문을 통해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고층 화재 시 엘리베이터는 화재 발생 층에서 열리거나 정전으로 멈출 수 있어 절대 이용해선 안 된다.
아울러 공동주택에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의 39.1%가 대피 중에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는 만큼, 평소 우리 집과 건물의 대피 동선을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