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의왕시 내손동의 한 20층짜리 아파트 14층에서 불이 났다. 불길이 번지는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주민 1명이 추락해 숨졌다. 2명은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기소방은 오전 10시 45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에 나섰다. 투입된 소방력은 장비 24대, 소방관 72명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불이 완전히 꺼지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인명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14층에서 발생한 화재, 왜 대피가 어려웠나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불길 자체보다 연기다. 연기는 복도와 계단을 타고 수직으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상층부 거주자일수록 대피 경로가 순식간에 차단될 수 있다. 14층이라는 위치는 지상까지 계단으로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높이다.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의 공백 시간에 연기가 복도를 가득 채웠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고에서 숨진 주민이 추락 경위는 현재 조사 중이다. 다만 고층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의 추락 사망은 대피 과정에서 극도의 공황 상태에 빠지거나, 연기를 피해 창문 밖으로 나갔다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방청은 이러한 사례를 줄이기 위해 '무조건 대피'보다 '살피고 대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불났을 때 엘리베이터 타면 안 되는 이유
화재 시 엘리베이터 사용은 절대 금물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엘리베이터 샤프트(승강로)가 굴뚝 역할을 해 연기가 집중적으로 유입된다. 정전이 발생할 경우 내부에 갇히게 되고, 연기가 빠르게 차오르면 탈출이 불가능해진다. 반드시 계단을 이용해야 하며, 이동 시에는 바닥에 최대한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기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어,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흡입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관문을 나설 때는 반드시 문을 닫고 나와야 한다. 문이 열린 채로 있으면 산소가 공급돼 불길이 더 빠르게 번진다.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는 것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마른 수건보다 연기 차단 효과가 훨씬 높다.
현관 쪽으로 못 나간다면, 집 안을 살필 것
복도나 현관 쪽에 이미 불길이나 연기가 차 있다면 무리하게 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 이 경우 집 안에 마련된 대피 시설을 활용해야 한다.
아파트마다 구조가 다르지만, 크게 세 가지 설비가 있다. 첫째는 대피공간이다. 방화문이 설치된 별도의 작은 공간으로, 내부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구조를 기다리면 된다. 둘째는 경량칸막이다. 발코니에서 옆집과 맞닿은 얇은 벽으로, 발로 세게 차면 부수고 이웃 세대로 탈출할 수 있다. 경량칸막이 앞에 짐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비상 탈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셋째는 하향식 피난구다. 발코니 바닥에 설치된 덮개를 열면 사다리가 나오며, 이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다.
화장실로 피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환풍기를 통해 연기가 역류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창문이 있는 방으로 이동해 문틈을 젖은 옷가지로 막고, 창문을 통해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다.

우리 집 화재인지, 다른 집 화재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대응
화재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불이 우리 집에서 난 경우라면 즉시 계단을 통해 대피하고 현관문을 닫은 뒤 119에 신고해야 한다. 다른 세대에서 불이 난 경우라면, 우선 집 안에 연기가 들어오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복도로 나가는 것보다 집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대기하는 것이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 연기가 유입되기 시작했다면 그때 대피공간으로 이동하거나 즉시 탈출을 시도해야 한다.
소방청이 '살피고 대피'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층 아파트에서 불필요하게 복도로 나갔다가 연기에 노출되거나, 계단에서 패닉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것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우리 집 발코니에 경량칸막이 앞에 짐이 쌓여 있지 않은지 여부다. 이사 후 창고처럼 쓰는 경우가 흔한데, 긴급 상황에서 이 짐 하나가 탈출을 막는다. 다음으로 하향식 피난구 위치와 사용 방법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아파트 내 대피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가족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한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 이번 의왕 화재처럼 오전 시간대에, 일반 주거 아파트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대피 경로 한 번, 대피 설비 위치 한 번 확인해 두는 것이 실제 상황에서의 판단 속도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