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立夏·여름의 시작)를 닷새 앞둔 지난달 30일, 경북 포항죽도어시장 위판장에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겨울철 대표 한류성 어종인 대구가 봄을 훌쩍 넘어서도 위판장 바닥을 수북이 채운 것이다. 어민들도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초여름의 대구 풍어'다.

"수온이 변한 것 같다"…어민들도 고개 갸웃
이날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현장의 한 어민은 "한류성 어종인 대구는 산란을 위해 북쪽의 찬 바다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며 수온이 올라가면 어획량이 줄어드는데, 올해는 여름이 코앞인데도 계속 잡힌다"며 "아마 수온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년 3~4월에도 고기가 잡혔지만 올해만큼 많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60대 좌판 상인은 "정확한 어획량을 모르겠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구가 2~3배 많이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올겨울부터 이어진 어획 증가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5년 12월부터 2026년 1월 15일까지 경남 연안에서만 5만 6118마리가 잡혔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2만 8294마리의 정확히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더 놀라운 건 이 수치가 전년도 겨울철(12월~3월) 전체 어획량인 4만 2000마리도 넘어섰다는 점이다.

한때 한 마리에 30만 원…'금대구'의 귀환
사실 대구는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흔한 생선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까지 연간 어획량이 4000~5000 톤에 달했지만, 1990년대 무분별한 남획으로 300~600톤 수준까지 급감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큰 대구 한 마리에 30여만 원을 호가하며 이른바 '금대구'로 불렸다. 최근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경남 대구 어획량은 2022년 24만 마리에서 2023년 19만 마리, 2024년 6만 마리, 2025년 4만 2000마리로 매년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정부가 인공수정란과 어린 대구를 꾸준히 방류하며 자원 회복에 힘써왔지만 감소세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올 겨울부터 반전의 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번 봄까지 풍어가 이어지며 어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름 뜻부터 남다른 생선, 대구(大口)..."버릴 게 없는 생선"
대구라는 이름은 한자 그대로 '큰 입(大口)'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대구는 생김새부터 압도적이다. 최대 몸길이 1.1m, 몸무게 20kg까지 자라는 대형 어종으로, 낚시꾼들 사이에서 "선장만 잘 만나면 온가족이 탕 끓여먹기에 충분한 대어를 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철은 11월부터 2월 사이지만, 다른 계절에도 잡히기는 한다. 단, 제철이 아닌 시기엔 상대적으로 어획량이 적고 맛도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4월 말의 포항 대구 풍어는 더욱 이례적인 사건이다.
대구는 열량이 낮고 탄수화물이 없으며 오메가-3 고도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생선으로 꼽힌다. 간에는 비타민 A가 풍부해 간유를 채취해 먹기도 한다. 맛 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거의 없어 해산물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살이 희고 담백하고 고소하며 쫄깃한 육질이 일품이라는 평이 많다.
활용도도 높다. 대구는 살뿐 아니라 이리(정소)와 곤이(난소)까지 즐기는 생선으로, 아가미와 창자로는 모젓·장지젓 같은 젓갈도 담근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방식은 대구탕이다. 살과 내장을 다시에 넣어 끓이는 맑은탕 또는 매운탕 형태가 대표적이며, 볼살을 쪄낸 뽈찜과 말려서 만드는 대구포도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초여름에 대구 풍어 원인은? 전문가들도 당혹
올해 대구 어획 이변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차가운 수온을 좋아하는 생선인 대구가 오히려 0.3~0.4도 높아진 바닷물에서 어획량이 늘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먹이생물, 바다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방류 사업이 수년간의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단 한 시즌의 증가만으로 자원 회복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번 포항죽도어시장의 봄 대구 풍어가 반짝 현상인지, 아니면 오랜 자원 회복세의 신호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현상으로 보인다. 겨울 대표 생선으로 불리던 대구가 어느새 봄을 넘어 여름 문턱까지 밥상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 국민들의 반가움이 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