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유럽 안보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독일에 있는 병력의 감축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며 “조만간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감축 규모나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현직 대통령이 공개 플랫폼을 통해 직접 검토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크다.
이번 발언은 최근 미국과 독일 간 갈등 흐름과 맞물려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NATO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강하게 압박해왔고 특히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상황에서 독일이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인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외신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독일 지도부의 발언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주독미군 감축 검토는 단순한 병력 재배치가 아니라 동맹국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로 읽힌다. 로이터를 인용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 당시 유럽 국가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을 문제 삼으며 유럽 주둔 미군 일부 철수를 참모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협조하지 않으면 방어도 없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현재 미국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 약 8만 명 규모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독일 기지에 집중돼 있다. 독일은 단순한 주둔지가 아니라 NATO 작전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한다. 중동과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군사 작전의 전초기지이자 유럽 방위 체계의 중심 축으로 기능해왔다. 이 때문에 병력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안보 구조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내부에서는 이미 긴장감이 감지된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방위력 강화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EU 차원의 공동 방위 체계 강화 필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군사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군이 축소될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십 개 전투여단과 수십만 병력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내부 정치 변수도 남아 있다. 의회에서는 유럽 주둔 미군을 급격히 감축하는 것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방수권법안에는 일정 규모 이하로 병력을 줄일 경우 NATO와 협의를 의무화하고 국가 안보 영향 평가를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이 갖는 의미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략적 무게를 두는 흐름 속에서 병력 재배치 가능성을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중국 견제를 중심으로 한 전략 전환이 본격화될 경우 유럽 주둔 병력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파장은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미군 재배치가 현실화될 경우 주한미군을 포함한 다른 지역 미군 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맹국 전반에 대한 방위비 압박과 역할 확대 요구가 동시에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관측이다.
아직 구체적인 감축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이번 발언을 두고 “전후 70년간 유지돼온 대서양 동맹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신호”라고 평가하고 있다. 향후 실제 감축 여부와 규모에 따라 유럽 안보 질서뿐 아니라 글로벌 군사 균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례도 관심
주독미군 감축 검토가 한국에서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주한미군 문제를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직접 연결해 압박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한국이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폭 증액을 요구했고 2020년에는 한국 측 방위비 분담 제안을 거부했다. 당시 그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한국이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히며 “우리가 하는 일의 큰 비율을 한국이 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과정에서도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이 백악관에 있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발언은 한미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합의한 직후 나왔다. 한국의 2026년 분담금은 1조5192억 원으로 전년보다 8.3% 오른 수준이며 이후 연간 증가율은 5% 이내로 제한된다.
문제는 새 협정이 체결됐다고 해서 트럼프식 압박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무역과 관세, 안보 현안까지 묶어 다루는 방식으로 다시 압박할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 8500명이다. 미국 의회는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일방적으로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를 국방수권법에 반복적으로 반영해왔다. 최근에도 미 의회는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 8500명 아래로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추진하거나 유지했다. 병력 감축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인증과 동맹국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의회의 제동 장치가 있다고 해서 정치적 압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독일을 향해 병력 감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꺼낸 것처럼 한국을 향해서도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규모를 연계하는 방식의 압박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이 유럽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략적 무게를 두더라도 한국에는 더 많은 비용 부담과 대중국 견제 역할 확대를 동시에 요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독미군 감축 검토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동맹 운용 방식 전반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 동맹은 미국의 안보 우산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다”는 메시지가 독일을 향해 나왔지만 같은 논리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압박,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부담, 주한미군 역할 조정, 대중국 견제 참여 요구가 한꺼번에 제기될 경우 한미동맹도 적지 않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