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 국민의힘 선거판의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고 있다. 공식 사령탑은 여전히 장동혁 대표지만, 현장 후보들이 실제로 찾는 이름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라는 점에서다. 장 대표가 당내 갈등과 방미 후폭풍 속에 리더십 논란에 휩싸인 사이, 김 전 장관은 대구·경북·강원·부산 등 보수 핵심 지역 후보들로부터 잇따라 지원 요청을 받으며 사실상 ‘보수 결집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대구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추경호 측은 28일 김문수 전 장관을 명예선대위원장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캠프는 김 전 장관이 최근 가장 큰 규모의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고, 대구·경북 선거를 끌어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대구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대구뿐 아니라 경북·강원·부산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특정 지역 지원을 넘어 영남권과 강원을 잇는 보수 재결집의 얼굴로 호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은 장 대표의 처지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MBC 보도에 따르면 친한계 박정하 의원은 최근 “유권자의 분노 대상이 장동혁 대표가 된 상황”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특히 방미 논란을 거론하며,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장기간 미국에 체류했고 그 성과를 둘러싼 설명도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요즘 지방에서는 ‘거기 때문에 못 찍겠어’라는 말이 나온다”고까지 말했다. 당 대표가 선거를 이끄는 대신, 오히려 선거의 부담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당내 문제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표 중심 선거’가 아니라 ‘각자도생 선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후보들은 중앙당 지도부와 보조를 맞추기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별도의 상징 자산을 찾고 있다. 그 빈자리를 김문수 전 장관이 채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전 장관은 지난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성 보수층에서 상징성이 남아 있고, TK와 영남권에서 지역적 친숙성도 갖고 있다. 특히 어려운 선거일수록 중도 확장보다는 핵심 지지층 결집이 먼저라는 판단이 작동할 경우, 후보들 입장에선 장 대표보다 김 전 장관이 더 실용적인 선택지로 보일 수 있다.
결국 지금 국민의힘 선거판의 핵심은 두 사람의 정치적 위상이 뒤집혀 보인다는 점이다. 공식 권한은 장동혁 대표에게 있지만, 현장의 기대와 요청은 김문수 전 장관에게 쏠리고 있다. 장 대표가 선거 전략과 지도력을 증명하지 못한 사이, 후보들은 자신이 살 길을 따로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장동혁 패싱’과 ‘김문수 러브콜’이라는 서로 다른 장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이 흐름이 더 굳어질지, 아니면 장 대표가 다시 선거판 중심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가 국민의힘 내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