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고전소설 ‘춘향전’ 속 성춘향과 이몽룡의 첫 만남 장소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전북 남원 광한루가 대한민국 국가무형유산의 최고 지위인 ‘국보’로 승격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24일, 남원 광한루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이후 무려 63년 만의 경사다. 조선 초기부터 현재까지 약 400년간 원형을 간직하며 한국 정원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 가치를 마침내 최고 권위의 훈장으로 인정받게 됐다.
황희 정승의 유배지에서 ‘호남제일루’로... 400년 지켜온 역사
남원 광한루의 역사는 조선 초기 명재상 황희로부터 시작됐다. 황희가 남원 유배 시절 세운 ‘광통루’가 그 기원이다. 이후 전라도 관찰사 송강 정철과 남원부사 장의국이 주변에 인공 호수와 삼신산, 그리고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깃든 오작교를 조성하며 지금의 독보적인 정원 형태를 갖췄다. 빼어난 풍광 덕에 예로부터 ‘호남제일루’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해왔다.
시련도 있었다. 1597년 정유재란 당시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1626년 남원부사 신감이 현재와 같은 웅장한 규모로 다시 세웠다. 이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치면서도 조선 중기 건축 양식과 정원 조경의 원형을 훌륭하게 보존해왔다. 국가유산청은 광한루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조선 시대 우주관이 반영된 조경 예술의 결정체라는 점을 국보 승격의 핵심 사유로 꼽았다.
춘향전의 상징 넘어 건축학적 가치 입증... 30일 뒤 최종 확정
광한루는 대중에게 춘향전의 배경지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육중한 규모를 자랑하며, 화루(樓) 건축물 중에서도 비례미와 장식미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누각 아래 기둥들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구조는 한국 전통 건축의 미학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후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 지정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국보로 승격되면 광한루는 국가 차원의 더욱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보존 관리 대상이 된다. 남원시는 이번 국보 승격 예고를 계기로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한 문화 관광 콘텐츠를 더욱 강화하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