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차박’을 떠난다던 남편이 사실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 구석에 차를 세우고 넷플릭스를 보며 컵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최근 X(옛 트위터)에 올라온 이 짧은 사연이 33만 조회수를 넘기며 뜨거운 공감을 얻고 있다. 누군가에겐 웃긴 해프닝이지만, 누군가에겐 낯설지 않은 현실이었다.

사연의 내용은 단순하다. 남편이 요즘 힐링이 필요하다며 주말마다 차박을 하러 간다고 했다. 아내는 혹시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닐까 의심해 몰래 위치추적 앱을 켰다. 그런데 남편의 위치는 강가도 산도 아니었다. 자기네 아파트 지하 3층 주차장 구석이었다. 남편은 그곳에 차를 세우고 태블릿으로 넷플릭스를 보며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아내는 "그냥 혼자만의 시간이 고팠던 거라 불쌍해서 모른 척 냅뒀다"고 적었다.
"나도 퇴근하면 주차장에서..." 쏟아지는 공감
이 글을 공유한 X 이용자는 "주변에 퇴근하면 중대형 외제차 SUV 운전석에 가만히 들어가 앉아 인디밴드 음악을 1시간 듣고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개처럼 힘없이 올라가는 중년의 지인이 있어 마음이 좀 쓰라렸다"고 했다.
공감이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나도 퇴근하면 주차장에 10분 정도 가만히 앉아 있다 올라간다. 업무 특성상 온오프 시간이 필요하더라", "아파트 주차장에서 몇 시간씩 차에 타고 쉬고 있는 남편들 여러 번 봤다. 마음이 짠했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사연이 퍼지면서 비슷한 고백들이 잇다르고 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과 소시지를 사서 차 안에서 먹고 들어간다는 동료도 있다"라는 글도 등장했다.
혼자만의 동굴… 현대 가정의 씁쓸한 단면
이 사연이 단순한 웃음거리 이상의 공감을 얻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집은 가장 편해야 할 공간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사정을 담고 있어서다.
댓글 중에는 "불쌍하다기보다 미안한 감정이 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반응도 있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불쌍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불쌍해지도록 만든 사람들이 누군지는 전혀 생각지 못하는 느낌"이라며 "왜 차박을 나가지 않고 지하에 있겠나. 돈 한 푼 아끼려고 그러는 거지"라고 썼다.

결혼정보회사 대표의 조언을 인용한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남편이 화장실에서 오래 있거나 작은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거나 차에서 오랫동안 혼자 있으면 제발 전화하거나 닥달하지 말고 놔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는 내용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에 충전을 해야 가족에게도 사회에서도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아파트 설계 트렌드에 냉난방·방음·잠금장치가 잘 된 반려아빠 전용 서재가 반영돼야 한다"는 반응도 달렸다. 차가 없는 이용자는 "꿈도 못 꾸는 삶이구나. 나는 업무 후 커피숍 가서 넋 놓고 있는 행동으로 대처하고 있다"라고 썼다.
아내의 위치추적, 따뜻한 이야기 뒤의 법적 문제
이 사연이 나름대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고 해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핵심은 아내가 남편 동의 없이 몰래 위치추적 앱을 켰다는 점이다. 부부 사이라 해도 상대방 동의 없이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남편의 외도 증거를 잡으려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아내가 되레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해 피의자로 전락한 일이 있다. 위치정보법 위반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판례가 늘고 있는 만큼 외도 입증 목적으로 위치 정보를 무단 수집하더라도 이혼 소송에서 실효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사연처럼 상대방 휴대폰에 몰래 위치추적 앱을 설치하는 행위 역시 같은 법률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부부간 신뢰 문제를 법적 수단으로 확인하려 할 때는 전문가 상담을 먼저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기차가 답이다"…공감의 방향이 향한 곳
사연에 달린 댓글들이 결국 수렴한 지점은 엉뚱하게도 '전기차'였다. 공회전 금지 규정 때문에 차 안에서 오래 머물기 힘들다는 댓글이 달리자 "전기차라면 안심"이라는 반응이 따라붙었다. "전기차 사고 나서 차에 거주하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다음 차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9이나 (기아) EV9을 사야겠다", "V2L 달린 전기차를 사면 220볼트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자동차는 이제 이동의 공간이 아니라 정주의 공간이 되는 것"이라며 "승용차 시트는 웬만한 소파보다 훌륭하고 개인화된 에어컨에 오디오 성능도 집에서는 크게 틀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차에 투자하라"고 썼다.
아파트 입차 알림 기능 탓에 주차장에 오래 머물기도 힘들어졌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남편들의 혁명이 일어난다면 제1호 숙청 대상은 아파트 입차 알림을 개발한 사람일 것"이라는 글에는 웃음과 씁쓸함이 함께 묻어났다. 지하 3층 주차장 구석, 태블릿 불빛 아래 혼자 컵라면을 끓이는 남편의 모습이 네티즌들의 마음을 건드린 건 그게 낯선 풍경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