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토끼' 폐쇄 하루 만에 부활 공지... “곧 서비스 정상화” 발표

2026-04-29 11:57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 폐쇄해도 아무 소용 없다?

뉴토끼
뉴토끼

정부가 칼을 빼들겠다고 밝힌 날 불법 사이트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불과 하루 만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 2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에 대한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 시행을 공식 선언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소식이 등장하자마자 국내 최대 불법 웹툰·만화·웹소설 플랫폼인 뉴토끼, 마나토끼, 북토끼가 ‘서비스 종료’ 공지를 게시하고 접속을 차단했다. 업계는 환영했고, 언론은 'K-단속의 승리'를 보도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인 28일 뉴토끼를 표방한 사이트가 다시 등장했다. 이 사이트는 "이미지 저장소 동기화 이슈로 일부 오류가 발생했으며 2~3일 내 정상화할 예정"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예수님이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황당해하고 있다. 이 씁쓸한 웃음 안에는 단속 실효성에 대한 깊은 회의가 담겨 있다.

긴급차단제, 약속은 컸지만 시행은 아직

기존 제도의 문제는 명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 사이트 차단을 신청한 뒤 심의 결정이 나기까지 상당한 행정 시간이 소요됐고, 그 사이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도메인을 바꿔 계속 영업했다. 새 제도는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불법 사이트를 확인하는 즉시 긴급차단 명령을 내리고,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통신사가 이를 즉각 이행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절차 단축을 통한 '사실상 실시간 대응'이 핵심이다.

뉴토끼 28일 공지
뉴토끼 28일 공지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 제도의 한계를 이미 지적하고 있다. 불법 사이트들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통신사가 접속을 차단하더라도 VPN(가상사설망)이나 DNS 변경 등을 통해 우회 접속이 가능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VPN 쓰면 꽝 아니냐", "서버가 해외라 워닝(경고 페이지)만 뜨는 게 전부"라는 반응이 다수 달렸다. 차단 조치가 기술적 장벽이 아니라 심리적 장벽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사칭인가, 부활인가… 불분명한 실체

28일 등장한 뉴토끼 사이트의 정체는 현재까지 불분명하다. 원래 운영자들은 종료 공지에서 "향후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이후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는 모든 사이트는 본 서비스와 무관한 사칭 사이트"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같은 이름, 유사한 UI의 사이트가 등장해 마치 일시적인 서비스 장애인 것처럼 공지를 올렸다는 점은 여러 추측을 하게 한다.

블랙툰
블랙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첫째, 원래 운영자와 무관한 제3자가 브랜드 인지도를 이용해 빠르게 유사 사이트를 개설했다는 설. 둘째, 원래 운영자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종료 공지'를 위장막으로 활용한 뒤 실질적으로 운영을 재개했다는 설. 셋째, 원래 운영자가 서버와 콘텐츠 데이터베이스를 제3자에게 매각해 새로운 운영 주체가 사업을 이어받았다는 설이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다. 뉴토끼라는 브랜드와 그것이 보유한 콘텐츠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수천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 기반은 사이트 폐쇄만으로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원래 운영자는 수사망이 좁혀오니 도망가고 다음 사람이 사칭해서 만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원래 운영자들이 서버를 팔았을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모르는 제3자에게 팔면 달달한 수익"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불법 사이트 생태계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운영권 이전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추측이다.

블랙툰·툰코·늑대닷컴… 대체재는 이미 준비돼 있었다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의 종료 공지가 뜨자마자 인터넷에서는 대체 사이트 목록이 빠르게 확산됐다. 블랙툰, 툰코, 늑대닷컴, 조아툰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됐다. 이는 이번 단속이 불법 콘텐츠 수요 자체를 차단하지는 못한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툰코
툰코
불법 콘텐츠 플랫폼 생태계는 단일 사이트에 의존하지 않는다. 하나의 대형 사이트가 사라지면, 이미 다수의 유사 사이트들이 그 빈자리를 채울 준비가 돼 있다. 이용자들도 이 구조를 잘 알고 있으며, 특정 사이트가 차단되더라도 대안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검색 몇 번이면 충분하다. 불법 웹툰 이용자들 사이에서 '북마크 목록에 항상 여러 사이트를 저장해둔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공연했다.

이 같은 구조적 특성 때문에 불법 사이트 단속은 '두더지 잡기(Whack-a-Mole)' 게임에 비유된다. 하나를 눌러 잡으면 다른 곳에서 또 하나가 튀어나온다. 뉴토끼 역시 과거 수차례 도메인이 변경됐지만 그때마다 이용자 기반을 유지해왔다. 단속의 효과가 해당 사이트의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일시적 접속 불편에 그쳤기 때문이다. 새로운 긴급차단제가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5월 11일 본격 시행 이전에 이미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월 400억 광고 수익… 단속보다 강한 돈의 논리

불법 사이트들이 이토록 집요하게 살아남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성에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뉴토끼 등 대형 불법 플랫폼의 광고 수익이 월 400억 원 규모에 달한다는 추산이 언급됐다. 이 수치의 정확한 출처는 확인되지 않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월간 방문자 수 수천만 건에 달하는 플랫폼이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렸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통된 인식이다.

수익 구조는 단순하다. 콘텐츠 제작 비용은 0원이다.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올리기 때문이다. 반면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앞세워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이들에게 불법 도박 사이트, 성인 사이트, 각종 광고를 노출해 수익을 올린다. 창작자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지만, 운영자에게는 상당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뉴토끼
뉴토끼

이 수익성 때문에 설령 원래 운영자가 잡히더라도 후계자가 나타난다. 도메인은 몇만 원이면 살 수 있고, 서버는 해외에 두면 국내 수사기관의 손이 미치기 어렵다. 수익은 암호화폐나 해외 계좌를 통해 은닉하면 추적이 까다롭다. 단속의 비용보다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경제적 논리만 따지면 불법 사이트 운영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기능해왔다. 긴급차단제가 이 경제적 유인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뉴토끼의 부활은 예고된 결말에 불과하다.

창작자의 상처, 그리고 이용자의 자기모순

이 모든 혼란 속에서 가장 조용히 피해를 입어온 것은 창작자들이다. 인기 웹툰은 정식 연재 직후 수 시간 내에 불법 사이트에 올라오는 일이 반복됐다. 이는 작가 수익과 직결되는 합법 플랫폼의 유료 결제 건수를 직접적으로 갉아먹었다. 특히 대형 IP를 가진 인기 작가들과 달리, 신인 작가나 소규모 출판사는 불법 유통 사실을 파악하기조차 어려웠다. 자신의 작품이 불법 사이트에서 수백만 조회를 기록하는 동안 정작 본인의 플랫폼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해 연재를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추산에 따르면 연간 피해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이른다.

이용자 측면의 아이러니도 짚어볼 만하다.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다 악성 광고나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피해 사례가 꾸준히 보고돼 왔다. 공짜 콘텐츠를 얻는 대신 자신의 기기와 개인정보를 위험에 노출시켜온 셈이다. 한 네티즌은 "범법 행위에 동참하면서까지 내 취미를 고수해야 할지 자주 흔들린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불법 이용에 대한 이용자들의 자기모순적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