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덕 열기 뚫고 탄생한 피자왕…한국 최고 나폴리피자 장인은?

2026-04-29 11:25

카푸토컵 나폴리 피자 국내 우승자 공개

지난 28일, 대한민국 최고의 피자이올로(Pizzaiolo, 나폴리 피자 장인)를 가리는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피자 자료사진 / Marco Peretto-shutterstock.com
피자 자료사진 / Marco Peretto-shutterstock.com

한국 나폴리피자 장인협회(APNK)가 주최하고 파인다이닝 식자재 전문 유통사 쉐프스푸드가 주관한 ‘제7회 카푸토컵 나폴리 피자 한국챔피언십’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150여 명의 장인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요리 경연을 넘어 이탈리아 나폴리의 전통 문화를 한국 식재료와 기술로 재해석하는 예술의 장이었다. 특히 각 부문 우승자에게는 오는 6월 나폴리 현지에서 열리는 ‘나폴리 피자 세계 챔피언십’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전통의 엄격한 재현, S.T.G 부문 석권한 ‘포폴로’의 저력

S.T.G(Specialità Tradizionale Garantita) 부문은 나폴리 피자의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얼마나 엄격하게 지키느냐가 핵심이다. 밀가루, 물, 효모, 소금만을 사용한 반죽부터 화덕의 온도, 피자의 크기, 재료의 배합까지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번 대회 S.T.G 부문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곳은 일산의 명물로 알려진 ‘포폴로’다. 포폴로는 이미 미식가들 사이에서 나폴리 현지의 맛을 가장 잘 구현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었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장인의 반열에 올랐다.

'포폴로' 가게 대표 이미지
'포폴로' 가게 대표 이미지

2위를 차지한 ‘피자파쪼’와 3위 ‘더키친일뽀르노’ 역시 간발의 차이로 순위가 갈릴 만큼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심사위원들은 반죽의 발효 상태와 화덕에서 구워져 나온 피자의 테두리(코르니초네)의 기포 분포, 그리고 485도 이상의 고온에서 순식간에 구워내면서도 재료의 수분감을 잃지 않는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 우승을 차지한 포폴로 팀은 오는 6월 나폴리 본토에서 전 세계 장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피자이올로의 위상을 높일 예정이다.

창의적 해석의 정점, 컨템포러리 부문 1위 ‘불칸’

전통을 지키는 것이 S.T.G의 핵심이라면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부문은 장인의 창의성과 현대적인 감각을 시험하는 무대다. 반죽의 수분율을 높여 더욱 가볍고 바삭한 식감을 강조하거나 기존에 쓰이지 않던 독특한 토핑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 부문에서 1위의 영광을 안은 곳은 ‘불칸’이다. 불칸은 나폴리 피자의 본질은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조리 기법과 독창적인 풍미를 더해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컨템포러리 부문 2위는 ‘트라토리아 오스투니’, 3위는 ‘보나리체타’가 각각 차지했다. 이들은 나폴리 피자가 단순히 이탈리아 음식을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식문화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수분율 70퍼센트 이상의 고가수 반죽을 안정적으로 다루는 기술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소스 배합 등은 한국 나폴리 피자 시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폴리 피자가 지켜야 할 8가지 황금률

이번 대회의 심사 기준이기도 했던 나폴리 피자의 전통은 매우 까다롭다. 이탈리아 정부가 인증한 전통 특산물 보호 인증(STG)을 받기 위해서는 8가지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로 피자의 형태는 둥근 모양이어야 하며 지름은 35센티미터를 넘어서는 안 된다. 둘째로 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펴야 하며 밀대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셋째로 피자 테두리는 두께가 1~2센티미터 이하로 부풀어 올라야 하며 안쪽 면의 두께는 0.3센티미터를 초과할 수 없다.

.나폴리 피자 자료사진 / f11photo-shutterstock.com
.나폴리 피자 자료사진 / f11photo-shutterstock.com

넷째로 사용하는 재료 또한 엄격하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신선한 토마토소스, 모차렐라 치즈 등이 필수다. 다섯째로 화덕은 반드시 장작을 사용하는 벽돌 화덕이어야 하며 온도는 약 485도를 유지해야 한다. 여섯째로 굽는 시간은 60초에서 90초 사이여야 하며 일곱째로 구워진 피자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부드럽고 잘 접히는 탄력을 지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이 장인의 감각에 의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비로소 진정한 나폴리 피자로 인정받는다.

한국 피자이올로, 6월 나폴리 세계 챔피언십으로

이번 제7회 카푸토컵은 단순히 국내 1위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전 세계 피자이올로들의 성지인 이탈리아 나폴리로 향하는 등용문이다. 오는 6월 개최되는 세계 챔피언십은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장인이 모여 최고의 피자를 가리는 축제다. 한국은 지난 수년간 세계 대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아시아 피자 강국으로 부상했다. 150명이라는 적지 않은 참가자가 몰린 이번 예선전의 열기는 한국의 피자 문화가 얼마나 깊고 성숙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종택 한국 나폴리피자 장인협회 관계자는 “한국 장인들의 기술력은 이제 나폴리 본토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6월 세계 대회에서 우리 장인들이 쏟아낼 열정과 실력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밝혔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