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유전성 희귀 신장 질환인 ‘알포트 증후군(Alport Syndrome)’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차세대 나노 의약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박인규 교수와 신장내과 배은희 교수 공동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분자 모델링 기술과 최첨단 나노 기술을 결합하여, 신장의 특정 질병 부위에서만 반응해 약물을 방출하는 ‘질환 맞춤형 나노 복합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알포트 증후군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신장의 필터 역할을 하는 사구체가 서서히 파괴되는 질환이다. 신장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와 만성 염증이 반복되며 결국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상태에 이르지만, 그동안 병의 진행을 늦추는 보조적인 치료 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질환 발생 시 신장 조직 내에 ‘활성산소’가 증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활성산소를 감지하면 스스로 분해되어 숨겨둔 약물을 방출하는 지능형 나노입자(PPCK)를 설계하고, 이 안에 섬유화와 염증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탑재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 기술은 ‘멀티스케일 분자 모델링’이다. 연구팀은 수만 번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쳐 신장 섬유화를 막는 ‘이발티노스타트’와 염증을 억제하는 ‘제니스테인’이라는 두 약물이 표적 단백질에 가장 안정적으로 결합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두 약물이 담긴 나노 마이셀(Micelle) 표면에는 신장 세뇨관 세포에만 달라붙는 특수 단백질(peptide)이 코팅되어 있어, 혈관을 타고 이동하다 마치 자석처럼 신장 질환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축적된다.
실제 알포트 증후군 모델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연구팀의 나노 치료제를 투여한 그룹은 일반 약물 투여군에 비해 신장 조직의 섬유화 및 염증 수치가 현저히 감소했으며, 신장 기능 지표 또한 크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필요한 약물을 신장에만 집중적으로 전달함으로써 기존 전신 투여 시 발생할 수 있는 독성 및 부작용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전남대 박인규·배은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컴퓨터를 이용한 정교한 약물 설계부터 나노 공학을 활용한 표적 전달체 제작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수행해 얻은 값진 결과”라며, “알포트 증후군뿐만 아니라 만성 신장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차세대 정밀 의료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그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생명공학 및 응용 미생물학 분야 상위 2%에 해당하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Nanobiotechnology(영향력 지수 12.6)’에 최근 게재됐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역혁신선도연구센터,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 심혈관 리모델링 질환 혁신 제어 의과학연구센터 및 보건복지부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