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여성에게 하루 2그램씩 '홍삼'을 먹게 했더니 벌어진 일

2026-04-28 16:19

“근육 손실 3분의 1로 줄고 지방도 덜 쌓이더라” 연구 결과
“홍삼, 근육 지키고 장내 미생물 통해 비만·혈당까지 잡는다”

홍삼. / 한국인삼공사 제공
홍삼. / 한국인삼공사 제공

근육이 석 달도 안 돼 600g 가까이 사라진다. 폐경 후 여성의 몸이 겪는 현실이다. 하루 홍삼 2g이 이 손실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근육은 덜 빠지고, 지방은 덜 쌓였다. 같은 시기 아무것도 먹지 않은 쪽은 근육이 3배 넘게 줄었다. 이렇게 홍삼의 효능이 현대 의학의 언어로 다시 증명됐다.

홍삼의 대사 건강 효과를 다각도로 입증한 연구 결과가 최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고려인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연구진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홍삼의 항염증·숙취 해소 효과 등 총 16개 주제에 대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 폐경 후 여성, 홍삼 8주 섭취로 근육 손실 세 배 차이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의 양과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질병으로 분류했고, 우리나라도 2021년 정식 질병으로 인정했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은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근육량이 매년 약 0.6%씩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돼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정태하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고려인삼학회 제공
정태하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고려인삼학회 제공

정태하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교수팀은 50세 이상 폐경 후 여성 51명을 대상으로 홍삼군과 위약군에 각각 하루 2g을 8주간 섭취하게 하는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8주 후 총 근육량 변화의 중위값은 홍삼군이 178g 감소에 그친 반면 위약군은 595g 감소했다. 지방량은 위약군에서 유의하게 증가한 반면 홍삼군에서는 유의한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

BMI 25 미만의 비(非) 비만군만 따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차이가 더욱 뚜렷했다. 총 근육량 감소가 홍삼군 182g, 위약군 867g으로 약 5배 차이를 보였고, 지방량 증가도 홍삼군 369g, 위약군 801g으로 위약군 대비 홍삼군에서 유의하게 억제됐다. 혈액 검사에서 양군 모두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아 안전성도 함께 확인됐다.

정태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폐경 후 여성을 대상으로 홍삼 섭취가 노화에 따른 근육 소실을 억제하고 지방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임상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특히 비 비만군에서 뚜렷한 효과가 확인된 만큼, 증상이 본격화되기 전 예방적 차원에서 홍삼을 활용하면 근감소증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균총 바꿔 비만·혈당도 개선

문기성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생명공학전공 교수팀은 고지방식이로 유도한 비만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홍삼 추출물의 항비만·항당뇨 효과와 장내 미생물 변화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정상식이군, 고지방식이군, 고지방식이와 홍삼 추출물 투여군으로 나눠 체중·지방 축적·혈당·인슐린 저항성·장내 균총 변화를 비교했다.

문기성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생명공학전공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고려인삼학회 제공
문기성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생명공학전공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고려인삼학회 제공

고지방식이군의 평균 체중이 45.7g까지 증가한 반면, 홍삼 추출물 투여군은 41.0g으로 체중 증가가 유의하게 억제됐다.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도 홍삼 추출물 투여군에서 뚜렷하게 개선됐으며, 혈당 조절과 직결되는 인슐린 분비 기능 역시 보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내 미생물 분석에서는 홍삼 추출물 투여 초·중기에 Roseburia intestinalis 등 대사 개선과 연관된 유익균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들 균주를 비만 마우스에 직접 투여했을 때도 체중 증가 억제, 혈당 및 인슐린 저항성 지표 개선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홍삼 추출물의 대사 개선 효과에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변화가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문기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홍삼의 체중·혈당 개선 효과를 넘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균총 변화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기전을 탐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후속 임상 연구를 통해 홍삼 기반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 소재로서 활용 가능성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면역·피로·혈행… 식약처 공인된 다방면 효능

홍삼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근감소증·비만·혈당 연구 외에도 오랜 기간 다양한 효능이 축적돼 온 건강기능식품 원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홍삼에 대해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혈행 개선, 기억력 개선, 항산화, 갱년기 여성 건강에 도움 등의 기능성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면역 분야에서는 임상시험을 통해 홍삼이 T세포·B세포·백혈구 등 면역세포 수를 증가시켜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한국인삼연구원 연구에서는 면역이 저하된 동물 모델에서 홍삼이 면역세포 수와 활성을 높이는 한편, 고혈압 동물 모델에서는 혈압을 낮추고 저혈압 모델에서는 혈압을 높이는 혈압 조절 기능도 확인됐다. 피로 개선과 관련해서는 젖산 축적 감소와 근육 에너지 대사 회복 촉진을 통해 운동 후 피로를 경감시키는 기전이 보고돼 있다.

■ 홍삼 연구, 프로바이오틱스·항염증으로 영역 넓혀

이번 고려인삼학회 춘계학술대회는 홍삼 연구의 방향이 전통적인 면역·피로 개선을 넘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근감소증, 대사 질환 등 현대인의 핵심 건강 과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발표된 16개 연구 주제 가운데는 항염증 효과와 숙취 해소 효과도 포함됐다.

비만과 당뇨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최근에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균총의 변화가 이들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들은 홍삼이 단순한 건강 보조 식품을 넘어 구체적인 기전을 가진 기능성 소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