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이비가 포섭하려고 접근한 거였다

2026-04-28 15:36

한국에서 종교가 중요한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 충격이었던 건 길거리의 친절한 접근 뒤에 생각보다 자주 사이비 포섭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번화한 한국 거리에서 전단지와 클립보드를 든 낯선 사람들이 과하게 친절한 미소로 외국인 여성의 길을 막고 말을 거는 모습입니다.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번화한 한국 거리에서 전단지와 클립보드를 든 낯선 사람들이 과하게 친절한 미소로 외국인 여성의 길을 막고 말을 거는 모습입니다.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에 오기 전에도 종교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길을 걷다 보면 교회가 많이 보이고, 종교 공동체도 활발하며, 신앙이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건, 길거리에서 나를 붙잡는 사람들 중 일부가 평범한 교회 신자가 아니라 사이비 종교 단체라는 점이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경험 중 하나는 길을 걷다가 친절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붙잡혔을 때였다. 잠깐 이야기만 들어달라는 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종교 관련 파워포인트 발표를 듣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일반적인 교회 소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졌고, 설명 방식도 너무 준비되어 있고 일방적이었다. 그때서야 이게 평범한 교회 권유가 아니라, 사이비식 포섭 시도라는 걸 깨달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길에서 종교 이야기를 하자며 나를 멈춰 세운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내가 이미 종교가 있다고 말하거나, 관심이 없다고 말하거나,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표현해도 그들이 쉽게 물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존중을 바탕으로 한 대화라기보다, 어떻게든 붙잡아 두고 설득하려는 압박처럼 느껴졌다.

두 여자가 클립보드에 인터뷰 글을 올리고 거리에서 / 셔터스톡
두 여자가 클립보드에 인터뷰 글을 올리고 거리에서 / 셔터스톡

무슬림인 내 친구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길에서 붙잡혀 교회에 나오라는 권유를 받았고, 친구는 자신이 무슬림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도 상대는 그 말을 존중하기는커녕 계속 설득하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일부 단체들이 사람의 종교나 경계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는 걸 더 분명히 느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대화가 아니라 포섭이었다.

또 다른 외국인 친구는 더 불쾌한 경험을 했다. 어느 날 길에서 한 “학생”이라는 사람이 다가와 설문조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친구는 그냥 예의상 도와주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교회 같은 공간 안에 들어가 있었다. 알고 보니 처음부터 설문조사는 존재하지 않았고, 사람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핑계였던 것이다. 나중에는 그곳 역시 사이비 단체와 관련된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다행히 큰일은 없었고 친구도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사실상 개종을 강요하듯 압박하는 분위기 때문에 매우 불편했다고 했다.

이런 경험들을 겪으면서 나는 한국에서 종교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문제는 종교 자체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종교는 여전히 위로와 공동체, 의미를 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가 너무 자주, 너무 공격적으로 보이게 되면 종교 전체가 괜히 의심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일부 사이비 단체들이 지나치게 눈에 띄고, 일상 속에서 사람들을 속이거나 압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종교라는 주제 자체가 더 나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개인적이고 진지해야 할 신앙의 문제가, 길거리에서 경계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활기찬 명동 거리에서 한 여성이 웃으며 설문지가 고정된 클립보드를 내밀어 행인에게 설문 조사를 요청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활기찬 명동 거리에서 한 여성이 웃으며 설문지가 고정된 클립보드를 내밀어 행인에게 설문 조사를 요청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유럽에서 자란 내게 이 점은 특히 더 낯설었다. 유럽에도 물론 종교는 존재하고, 교회나 성당, 모스크 같은 공간도 일상 속에 있다. 하지만 보통은 종교가 내 삶 안으로 갑자기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다. 길을 걷다가 낯선 사람이 나를 붙잡고 종교 이야기를 길게 하거나, 속여서 어떤 공간 안으로 데려가려 하는 일은 훨씬 드물게 느껴진다. 유럽에서는 대체로 종교는 내가 스스로 선택해 들어가는 영역이지, 길거리에서 갑자기 나를 붙잡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런 일을 여러 번 겪고 나니, 왜 한국 사람들 중에는 낯선 사람이 길에서 너무 친절하게 말을 걸면 바로 경계하는 사람이 많은지도 조금 이해하게 됐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다들 조심하지?” 싶었는데, 나중에는 그런 반응이 단순한 무뚝뚝함이 아니라 일종의 자기방어라는 걸 느꼈다. 누군가 “잠깐만요” 하고 말을 걸었을 때, 그게 정말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불편한 포섭의 시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은 조금 슬프게 느껴졌다. 사이비는 단순히 그 순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낯선 사람의 친절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고, 평범한 접근조차 불안하게 만들며, 종교라는 주제를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게 만든다. 결국 몇몇 이상한 단체들 때문에 진짜 신앙 공동체들까지 함께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런 경험들이 꽤 불편했고,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한국 사람들처럼 대처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눈을 오래 마주치지 않고, 멈추지 않고, 분명하게 거절하고, 예의 때문에 붙잡혀 있지 않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는 생존 방식처럼 느껴졌다.

결국 내가 놀랐던 건 종교가 한국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진짜 충격이었던 건 사이비 종교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일상 속에 존재하고, 너무 쉽게 친절한 얼굴로 다가온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걸 이해하고 나서야, 왜 많은 사람들이 낯선 접근에 먼저 경계부터 하는지도 비로소 알게 됐다.


home 오아나 기자 oana11@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