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캐리어에 넣어 하천변에 버린 사위 조재복(26)이 28일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A 씨(사망 당시 54세)가 딸 부부의 원룸에 들어간 건 지난해 9월 혼인 직후부터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온 딸을 곁에서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딸을 보호하려 들어간 그 공간이 어머니에겐 마지막이 됐다. 대구지검은 이날 조재복을 존속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달 31일이었다. 대구 북구 칠성동 잠수교 아래 신천을 지나던 시민이 물 위에 떠 있는 캐리어를 발견하고 신고했다. 비가 많이 내린 탓에 수심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물속에 가라앉아 있던 캐리어가 떠내려온 것이었다. 경찰이 캐리어를 열었을 때 안에는 시신이 있었다. 조재복이 A 씨를 숨지게 한 뒤 캐리어에 넣어 신천변에 버린 지 약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부검 결과는 범행의 잔인함을 드러냈다. A 씨의 시신에서는 갈비뼈와 골반을 포함한 여러 부위에서 골절이 확인됐으며, 사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다발성 손상으로 추정됐다.
조재복은 지난달 18일 밤 10시경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A 씨를 간헐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홈캠 영상에는 A 씨가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도 폭행이 계속된 정황이 담겼다. 조재복은 폭행 중간중간 아내와 함께 담배를 피우며 쉬다가 다시 때리기를 반복했다. 이날만의 일이 아니었다. 그는 올해 2월부터 A 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해왔다.
A 씨가 숨지고 나서 1시간여 만에 조재복은 자신의 여행용 캐리어에 시신을 구겨 넣었다. 캐리어 크기는 세로 50cm, 가로 40cm, 두께 30cm에 불과했다. 이 캐리어를 끌고 아내와 함께 도보 10~20분 거리인 신천변으로 이동해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구간에 버렸다. 범행 이유를 묻자 조재복은 "평소 시끄럽게 굴고 물건을 정리하지 않아 화가 났다"고 답했다.
함께 구속 송치됐던 아내 최 씨(26)는 이날 불기소 처분을 받고 석방됐다. 검찰은 최 씨가 어머니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을 일부 도운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를 자발적 가담으로 보지 않았다. 최 씨는 송치 당시 이미 늑골이 골절된 상태였다. 지속적인 감금과 폭력 속에서 저항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고, 형법 제12조 강요된 행위 조항이 적용됐다.
최 씨가 어머니를 지켜내지 못한 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혼인 직후부터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왔고, 어머니가 곁에 있을 때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조재복은 원룸 안에서 장모와 아내 모두를 감금한 채 폭력을 이어간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최 씨의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위해 의료기관 치료를 지원하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일상 복귀를 돕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8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조재복의 이름과 나이, 사진을 대구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공개 기간은 다음 달 8일까지다. 조재복은 공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유족 역시 신상공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초동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공조해 증거를 확보했고, 송치 이후 두 차례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해 주거지 내 홈캠 SD카드를 회수하고 영상을 분석했다.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과 진술분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문 등을 거쳐 공소를 확정했다.
검찰은 "범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