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서 소풍·수학여행 점점 없어지자, 이 대통령이 남긴 '이 말'

2026-04-28 12:55

“교권과 학생 인권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학교 현장에서 소풍과 수학여행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을 직접 거론하며 교육부에 시정을 지시했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한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는 발언에 교육계 안팎의 시선이 쏠렸다.

'요즘 학교서 소풍·수학여행 점점 없어지자, 이 대통령이 남긴 말은?' / 뉴스1,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요즘 학교서 소풍·수학여행 점점 없어지자, 이 대통령이 남긴 말은?' / 뉴스1,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이 대통령은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향해 "혹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요새 소풍도 잘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간다고 한다.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닌가"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단체 활동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있고, 현장 체험도 큰 학습인데, 이게 주로 혹시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위험 또는 관리 책임을 부과당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에 이러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개인 경험도 꺼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좋은 추억만 있는 건 아닌데, 초등학교 5학년 때 경주 수학여행 간 게 평생의 기억으로 남아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것도 참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단체 수업, 활동에 문제가 있으면 교정하고 안전 문제면 비용을 지원해 안전요원을 보강하든지, 선생님 수업이나 관리에 부담이 생기면 인력 추가 채용해 데리고 가면 된다"며 구체적 대안까지 제시했다. "자원봉사 요원으로 시민한테 협조를 부탁해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권 문제도 같은 자리에서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교사 인권과 교육활동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다"며 "교권과 학생 인권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실질적 교권 보호 방안과 함께 교육 현장의 안정을 위한 해법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공교육 정상화는 학생은 물론이고 교육의 또 다른 주체인 교사의 인권과 권위도 보호되는 데에서 출발한다"며 "과중한 행정업무를 줄이고, 수업과 학생 생활 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사가 전화기를 붙들고 곤란한 표정으로 학부모의 민원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교사가 전화기를 붙들고 곤란한 표정으로 학부모의 민원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왜 소풍과 수학여행이 사라졌나

이 대통령의 발언이 공감을 산 데는 이유가 있다. 소풍과 수학여행의 축소는 단순한 분위기 변화가 아니라, 복수의 구조적 요인이 겹친 결과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교사의 법적 리스크다. 현행 체제에서 체험학습 중 사고가 발생하면 인솔 교사가 형사 처벌 또는 민사 소송에 노출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내 인생을 걸고 갈 필요가 있냐"는 회의감이 확산됐다. 행정 규제도 장벽이 됐다. 어린이 통학버스 의무화 등 노란버스 관련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학교 측이 "차라리 안 가는 게 낫다"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민원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학교를 믿고 맡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면, 지금은 숙소 시설, 식단 구성, 이동 수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항목이 민원의 대상이 된다. "우리 아이는 이 음식을 못 먹는데 왜 메뉴가 이렇냐"는 식의 세세한 항의가 교사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단체 활동보다 개인의 취향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집단 체험 활동의 당위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도 갈등 요인이다. 수학여행 목적지가 제주도를 넘어 일본, 동남아 등 해외로 확장되면서 여행 경비가 급등했다. 이 비용을 가계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구조에서 저소득층 가정의 부담은 현실적으로 크다. 같은 학교 안에서도 경험 격차가 생기고, 이것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된다.

교사가 책상에 앉아 수학여행 계획 서류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모습. 교사가 책상에 앉아 수학여행 계획 서류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교사가 책상에 앉아 수학여행 계획 서류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모습. 교사가 책상에 앉아 수학여행 계획 서류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사라진 소풍이 남기는 것들

이 문제가 단순히 불편함이나 아쉬움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연쇄적인 부작용 때문이다.

단체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던 양보, 협동, 갈등 조율의 경험이 줄어든다. 부모가 개인적으로 여행을 데려가 줄 수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사이에 '경험 자산'의 격차가 벌어진다. 지역 차원에서는 수학여행 특수에 의존하던 지방 관광 도시들의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교육적 측면에서는 학교가 지식만 전달하는 공간으로 기능이 좁아지는 현상이 가속화된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식하고 해법을 요구한 첫 번째 직접적인 신호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교육부가 후속 조치로 어떤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교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교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위키트리 유튜브 '만평'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