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군 법수면에는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거대한 전시장이 있다. 매년 5월이면 끝도 없이 펼쳐진 둑길을 따라 붉은 꽃양귀비가 장관을 이루는 이곳은 어디일까?


700리 남강 물길이 빚어낸 치유의 정원

함안은 예부터 낙동강과 남강이 합류하는 지리적 특성 탓에 홍수 피해가 잦았던 지역이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대대적인 제방 공사가 시작됐고, 주변 농경지를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둑길이 현재 악양둑방의 시초가 됐다. 단순히 물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흙더미가 전국에서 가장 긴 제방 꽃길이라는 화려한 명성을 얻게 됐다.
이곳의 지명인 '악양'은 중국의 유명한 악양루와 풍광이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졌다. 둑방 아래로 흐르는 남강의 유유자적한 물길과 강변을 따라 형성된 자연 습지는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 과거에는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지자체의 체계적인 꽃단지 조성 사업을 통해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둑방길을 걷다 보면 만나는 풍차와 원두막은 이국적인 정취를 더한다. 과거 수해를 대비하던 공간이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휴식처가 됐다. 함안군은 매년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꽃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산책로를 정비하고 있다.
둑방 내부 시설도 관광객 친화적으로 설계됐다. 넓은 주차장에서 둑방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완만해 노약자나 아이들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아울러 둑방 중간중간 벤치와 그늘막이 설치돼 있고, 자전거 대여소도 운영돼 6km가 넘는 긴 둑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다.
악양둑방의 매력

악양둑방의 가장 큰 매력은 압도적인 규모의 꽃 단지라는 점이다. 매년 봄이면 약 6.5km에 달하는 제방길을 따라 꽃양귀비가활짝 피어난다. 특히 붉은색 사이사이를 채우는 푸른 수레국화와 노란 안개초는 색채의 대비를 극대화한다.
꽃길은 단순히 평지에 조성된 것이 아니라 높게 솟은 둑길 위를 따라 이어진다. 덕분에 관광객들은 남강의 풍경과 끝없이 펼쳐진 화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만 송이의 꽃들이 일제히 흔들리는 모습은 악양둑방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이곳의 꽃들은 매년 5월 중순에 만개하며, 가을이 오면 양귀비 대신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자리를 대신한다.
악양둑방은 대중교통보다는 차량을 이용한 접근이 훨씬 수월하다. 남해고속도로 함안 IC나 중부내륙고속도로 칠서 IC를 이용하면 수도권이나 영남권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악양둑방' 혹은 '악양생태공원'을 검색하면 입구까지 안내받을 수 있다. 다만 축제 기간에는 일방통행 구간이 운영되므로 사전에 교통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함안역이나 함안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농어촌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다만 배차 간격이 다소 길기 때문에 터미널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악양둑방은 누구나 무료로 입장 가능하며, 상시 개방돼 있다.
인근 명소와 함께 즐기는 함안 여행

함안에는 숨겨진 명소가 많다. 둑방과 인접한 '악양생태공원'은 남강의 배후습지를 활용해 조성된 자연 친화적 문화 공간이다. 약 4600㎡ 규모의 핑크뮬리 단지가 조성돼 있어 9월 말부터 10월까지 공원 전체가 분홍빛으로 물든다.
아울러 남강 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데크 산책로는 휠체어나 유모차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완만하고 쾌적하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팔각정 전망대에서는 남강의 유유한 흐름과 공원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공원 내 저수지에서 최대 8명이 탑승 가능한 무빙보트도 운영된다. 물 위에서 여유롭게 주변 경관을 즐길 수 있어 가족이나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 대형 잔디마당과 어린이 놀이터가 잘 갖춰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데크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강변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악양루'를 만날 수 있다. '악양루'는 조선 시대 선비들의 풍류를 짐작하게 하는 역사적 장소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 질 녘 일몰은 함안 구경 중 으뜸으로 꼽힌다.
악양생태공원은 외곽에 위치해 있어 자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남해고속도로 함안 IC에서 빠져나와 법수·대산 방면으로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공원 내부에 대형 무료 주차장이 잘 갖춰져 있으나, 주말에는 다소 혼잡할 수 있어 오전 시간대 방문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 방문한다면 '연꽃테마파크'를 빼놓을 수 없다. 테마파크에는 아라홍련, 법수홍련, 백련, 수련, 가시연꽃 등 다양한 품종이 약 10만㎡ 규모의 단지에 식재돼 있다. 이 중에서도 아라홍련은 2009년 함안 성산산성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연꽃 씨앗을 발아시켜 피어난 꽃이다. 현대의 연꽃보다 꽃잎 수가 적고 색이 은은하며 끝부분이 진한 분홍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7월 중순부터 8월 초순이 연꽃 개화의 절정이다. 연꽃은 이른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꽃잎을 닫는 특성이 있으므로, 오전 시간대 방문하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연꽃 단지 사이사이로 징검다리와 데크 산책로가 뻗어 있어 꽃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연꽃테마파크는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자차로 방문할 경우 함안 IC에서 빠져나와 가야읍 방면으로 약 5~10분 정도만 직진하면 도착한다. 테마파크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만차 시 바로 옆 함안공설운동장이나 함안박물관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함안역에서 연꽃테마파크까지 약 2.5km 거리다. 함안역 앞 정류장에서 가야읍 방면으로 가는 농어촌 버스를 타고 '함안군청'이나 '함안공설운동장'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함안의 달콤한 맛, 수박과 한우
함안을 여행한다면 함안 수박과 신선한 육질의 한우를 반드시 맛봐야 한다. 함안은 낙동강과 남강변의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수박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특히 겨울에도 재배되는 함안 수박은 당도가 높고 식감이 아삭해 명절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둑방 인근이나 지역 시장에 가면 산지 직송된 신선한 수박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수박과 더불어 함안의 식탁을 책임지는 것은 한우다. 함안 한우는 지방 적정률이 높고 육질이 부드러워 미식가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 함안군 가야읍 일대에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한우 전문점들이 즐비해 여행객들의 허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 육회비빔밥이나 한우 전골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메뉴로, 함안 여행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일등 공신이다.
특산물 쇼핑을 원한다면 가야 전통시장을 추천한다. 오일장에서는 수박 외에도 단감, 가야 백자 멜론 등 제철 과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과 시골 장터 특유의 활기를 느끼며 함안이라는 도시의 정겨운 매력에 흠뻑 젖게 된다. 시장 뒷편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말이산 고분군이 연결돼 있어 맛있는 간식을 사들고 고분군 산책로를 걷는 코스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