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희귀가스 국산화 초읽기… 반도체 공급망 독립 선언

2026-04-27 18:01

철강 부산물이 반도체 원료로… 희귀가스 국산화 눈앞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ASU 설비 전경 / 포스코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ASU 설비 전경 / 포스코 제공

반도체 공장이 멈추는 데는 원자재 한 가지면 충분하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세계 네온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던 우크라이나 생산시설이 가동을 멈췄고, 글로벌 반도체 공정은 즉각 차질을 빚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첨단산업 전체를 떠받치는 '산업가스'의 공급망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포스코가 바로 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산업가스는 산업 현장의 공정과 생산 활동에 쓰이는 기체 물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크게 산소·질소·아르곤 같은 일반가스, 네온·제논·크립톤·헬륨 같은 희귀가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육불화텅스텐(WF6)·사염화규소(SiCl4) 같은 특수가스로 나뉜다. 각각의 가스는 특성에 따라 쓰임새가 다양해 산업의 동맥으로도 불린다. 반도체, 우주항공,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이 '보이지 않는 원료'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2021년 산업가스 사업을 전략 육성 분야로 선정한 뒤 일반가스·희귀가스·특수가스 전 영역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 왔다. 현재 광양에서 국내 유일의 희귀가스 전 공정 생산 체계 구축을 위한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어, 철강 기업을 넘어 첨단산업 소재 공급자로의 변신을 본격화하고 있다.

50년 노하우로 일반가스 시장 점유율 확대

포스코는 제철소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산업가스 기반을 쌓아왔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공기분리장치(ASU·Air Separation Unit) 2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50년 이상의 운영 경험을 토대로 산소·질소·아르곤을 제철소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공기분리장치는 공기 중에서 각종 가스를 분리·추출하는 핵심 설비다. 포스코는 이 설비에서 나오는 부산물 형태의 희귀가스 원료를 2022년부터 국내 최초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산업가스 벨류체인 맵 / 포스코 제공
산업가스 벨류체인 맵 / 포스코 제공

일반가스 분야에서는 제철소 외 시장으로도 공급처를 넓히고 있다. 2025년 9월에는 포항 영일만산단 내 5,000평 부지에 신규 ASU와 저장설비를 구축해 이차전지 특화단지 입주기업에 가스 공급을 시작했다. 이차전지 제조 공정에는 고순도 질소와 아르곤이 필수적으로 쓰인다.

광양 공장 준공으로 희귀가스 국산화 실현

희귀가스 분야에서는 2024년 8월 합작법인 '포스코중타이에어솔루션'을 설립해 네온·제논·크립톤 등 고순도 희귀가스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 2026년 준공 예정인 광양 공장은 포스코 제철소 ASU에서 생산한 희귀가스 원료를 받아 고순도 제품을 만드는 구조다. 원료 조달부터 고순도 정제, 완제품 공급까지 전 공정을 국내에서 일괄 처리하는 체계가 갖춰지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희귀가스의 국산화를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ASU 설비 체계도 / 포스코 제공
ASU 설비 체계도 / 포스코 제공

글로벌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8.6% 성장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항공 산업도 민간 위성·우주탐사 분야 확대에 힘입어 2040년 1조 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들 산업의 생산 라인에는 고순도 산업가스와 희귀가스가 필수적으로 투입된다. 공급망 안정성이 곧 산업 경쟁력인 셈이다.

특수가스 인수·합병으로 포트폴리오 전방위 확장

특수가스 분야에서도 포스코의 투자는 빠르게 진행됐다. 2025년 '켐가스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하고 '퓨엠' 지분 40%를 확보해 사염화규소·프로필렌·저메인·인산 등 다양한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도 협력해 친환경 특수가스와 신규 반도체 소재 개발을 함께 추진하며 품목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일반가스 부문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와 해외 설비 투자 검토, 희귀가스 부문의 합작법인을 통한 국산화 및 글로벌 공급, 특수가스 부문의 계열사 간 시너지와 품목 다각화를 3개 축으로 삼아 산업가스 전 영역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철강·제철소 운영으로 축적한 설비 운영 경험과 생산·안전·기술 개발 역량이 첨단산업 소재 사업의 토대가 되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